달걀과 프라이팬

by 이 범

프라이팬: … 야, 이 새끼 봐라.

노른자 진짜 대낮 한복판에 떠 있는 태양처럼 꼿꼿하게 세웠네?

흰자 끝부분도 레이스처럼 바삭하게 구워졌고…

소금 알갱이 하나하나가 반짝반짝 빛나고 있잖아.

(한숨) 내가 오늘 좀 잘했나 보다.

달걀프라이: (접시 위에서 살짝 흔들리며)

선배님… 저 지금 너무 행복해요.

김 피어오르는 게 꼭 인생의 하이라이트 같아요.

사람들이 포크로 저를 찍을 때마다

“아, 나 진짜 잘 태어났구나…” 싶거든요.

프라이팬: (코웃음)

야, 너 지금이 피크야.

5분 뒤면 반으로 썰려서 빵이랑 베이컨 사이에 끼워질 신세라고.

그때 가서 울지나 마라.

달걀프라이: (노른자 살짝 떨며)

…그럼 선배님은요?

저 먹히고 나면 또 빈 몸으로 불 위에 올라가시잖아요.

프라이팬: (잠시 불꽃 바라보며)

뭐… 그게 내 운명이지.

하루에 열두 번씩 달궈지고 식고, 기름때 묻고 닦이고.

근데 네가 이렇게 예쁘게 완성돼서 접시 위에서 빛나고 있으면…

아침마다 “그래, 이 짓도 할 만했구나” 싶더라.

달걀프라이: (김을 더 크게 피워 올리며)

선배님… 다음엔 제가 선배님 노른자 돼드릴게요.

약속이에요.

프라이팬: (쓴웃음)

멍청한 소리 하지 마.

난 평생 팬이야.

근데… 다음 신입 오면 너처럼 예쁘게 퍼져달라고 좀 전해줘.

(불꽃이 파랑파랑 타오르며, 프라이팬이 다시 조용히 달궈지기 시작한다)

프라이팬: (속삭이듯)

… 오늘도 치이익,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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