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우 속의 고요한 정원
네가 있어 하루가 빛난다
오늘 하루도 여느 때와 같았지만,
너를 떠올리는 순간, 세상이 조금 더 부드러워졌어.
밤이 찾아올 때까지 네 마음이 따뜻했길 바라.
나의 하루는 너로 인해 충분히 환했다.
폭풍우 속의 고요한 정원
(발신인: 서연)
당신에게 이 마음을 적어 내려가는 동안, 제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다는 걸 고백해야겠네요. 누군가에게 나의 가장 깊은 곳에서 우러나온 감정을 내보이는 일이 이렇게나 조심스럽고, 또 벅찬 일인지 예전엔 미처 알지 못했습니다.
그날은 유난히 소란스러운 날이었습니다. 갑작스레 쏟아진 소나기에 옷은 젖어버렸고, 도시의 소음은 저를 지치게 만들었죠. 도망치듯 숨어든 그 서점에서, 저는 그저 잠시 숨을 고르고 싶었을 뿐입니다.
젖은 우산을 접으며 무심코 고개를 들었을 때, 서가 깊은 곳에 서 있던 당신과 눈이 마주쳤습니다.
그 순간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요. 마치 시끄러운 폭풍우 한가운데 서 있다가, 갑자기 모든 소리가 차단된 진공 상태의 방으로 들어선 기분이었습니다. 당신의 눈빛은 아주 깊고 고요한 우물 같았습니다.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어둠 속에서, 오직 저만을 비추는 잔잔한 빛이 일렁이고 있었죠.
당신은 아무 말 없이 그저 저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저는 당신의 눈빛 속에서 수만 가지의 언어를 읽었습니다. 그것은 난생처음 보는 낯선 타인에게서 느껴지는, 기이할 정도의 익숙함이었습니다. 마치 아주 오래전, 우리가 별이었던 시절부터 알고 지냈던 사이처럼, 당신의 존재는 제게 설명할 수 없는 안도감을 주었습니다.
불안하게 요동치던 제 마음의 파도가 당신이라는 방파제를 만나 순식간에 잠잠해졌습니다. 당신 곁에 서자, 눅눅한 비냄새 사이로 은은하게 퍼지는 당신의 체향이 저를 감쌌습니다. 그것은 오래된 정원에서 맡을 수 있는 흙내음처럼 편안하고 따뜻했습니다.
당신이 조심스럽게 제게 말을 건넸을 때, 당신의 낮은 목소리가 제 귓가에 닿는 순간, 저는 깨달았습니다. 아, 나는 이 사람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그토록 먼 길을 돌아왔구나. 이 낯선 도시, 낯선 서점에서 나는 비로소 나의 '집'을 찾았구나.
당신은 나에게 가장 안전한 은신처이자, 가장 위험한 설렘입니다. 나의 고요한 정원, 당신의 곁에 오래도록 머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