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서재(8)

메뉴판

by seungbum lee

“소연 씨, 이 메뉴판 어때요?”
준혁이 새로 디자인한 메뉴판을 내밀었다.
손글씨로 적힌 메뉴들 사이에, 작은 별표가 붙어 있었다.
‘추천: 꿀 라테 — 소연 씨가 가장 좋아하는 메뉴’

나는 그 별표를 보고 웃음을 참지 못했다.
“이거… 저 때문에 붙인 거예요?”
“그럼요. 이 카페의 비정규직 행복 담당이니까.”

그의 말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이 공간이 점점 내 일부가 되어가는 기분이었다.

“준혁 씨, 저… 요즘 생각이 좀 있어요.”
그가 고개를 들었다.
“어떤 생각이요?”
“작은 책방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요.
커피랑 책이 함께 있는 공간.
여기처럼, 조용하고 따뜻한 곳.”

그는 잠시 말이 없었다가, 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거… 정말 좋은 생각이에요.
소연 씨가 만든 공간이라면, 분명 누군가의 숨 쉴 곳이 될 거예요.”

그 말에 나는 마음이 뭉클했다.
누군가가 내 꿈을 믿어준다는 건,
생각보다 더 큰 위로였다.

그날, 우리는 함께 책장을 정리했다.
준혁은 오래된 소설을 꺼내며 말했다.
“이 책, 제가 대학 때 읽었던 거예요.
그때는 이 문장이 참 좋았어요.
‘사람은 결국, 누군가의 따뜻함을 기억하며 살아간다.’”

나는 그 문장을 조용히 되뇌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지금 이 순간, 나는 그 따뜻함을 기억하게 될 것 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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