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대기실
정갈한 한옥 안채, 부드러운 아침 햇살이 한지 문창살을 넘어 방 안으로 스며들었다. 그 빛을 받아 더욱 선명해 보이는 붉은색과 초록색의 활옷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활옷을 입은 강지윤은 족두리까지 완벽하게 착용했지만,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낯선 듯 잔뜩 긴장한 표정이었다.
"언니, 정말 아름다워요." 이은주가 환하게 웃으며 지윤의 옷매무새를 다듬어주었다. 그녀의 손길은 조심스러웠지만, 눈빛에는 진심 어린 감탄이 가득했다.
지윤은 떨리는 목소리로 겨우 대답했다. "은주야... 너무 긴장돼." 그녀의 뺨은 상기되어 붉게 물들었다. 마치 수줍은 새색시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했다.
민소진이 재빨리 부채를 들고 다가왔다. "아씨, 얼굴이 너무 붉으세요. 부채질 좀 해드릴게요."
그녀의 호들갑스러운 몸짓은 방 안의 팽팽한 긴장감을 살짝 풀어주었다. 시원한 바람이 지윤의 뺨을 스치자, 그녀는 겨우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어머니 한정임이 다가와 지윤의 손을 잡았다. "지윤아... 오늘이 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날이구나." 따뜻한 어머니의 손길이 지윤의 차가운 손을 감쌌다. 그 순간, 지윤의 눈가가 촉촉해지더니 이내 눈물이 글썽였다.
"어머니..." 지윤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흐느꼈다. 그동안 억눌렀던 모든 감정이 터져 나오는 듯했다.
한정임은 미소 지으며 딸을 품에 안았다. "울면 안 된다. 화장이 번진다."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에도 애틋함이 가득했다.
"행복해라, 내 딸아. 네가 선택한 길을 당당하게 걸어가거라." 어머니의 깊은 사랑과 격려에 지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내 그녀의 눈빛에 결연한 의지가 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