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란(153)

아버지의 뒷모습

by 이 범

아버지의 뒷모습
이기영이 열 살이었을 때 목격한 일이 있었다.
당시 영광 지역에 큰 가뭄이 들었다. 백성들이 굶주리고 있었다.
관아에서는 환곡(還穀)을 풀어야 했지만, 수령이 이를 거부했다.




"환곡을 풀면 관아의 재정이 어려워진다."
수령이 말했다.
"이 첨사, 자네도 알지 않는가? 우리도 먹고 살아야 하지 않는가?"
이성준의 얼굴은 여전히 온화했다.
"수령님 말씀도 이해합니다만..."
"그렇다면 이 일은 넘어가도록 하세."
"하지만..."
이성준의 목소리가 조금 높아졌다.
"백성이 굶어 죽어도 괜찮다는 말씀이십니까?"
"뭐, 뭐라고?"
"제가 첨사로서 군사를 거느리는 것은 백성을 지키기 위함입니다. 백성이 굶어 죽는데 군사가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수령의 얼굴이 붉어졌다.
"이 첨사, 감히 상관에게 대드는가!"
"대드는 것이 아닙니다."
이성준이 공손히 허리를 굽혔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원칙을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환곡을 풀지 않으신다면, 저는 이 일을 감영(監營)에 보고하겠습니다."
결국 수령은 환곡을 풀 수밖에 없었다.
집으로 돌아온 이성준을 어린 이기영이 물었다.
"아버지, 수령님이 화내시지 않으셨어요?"
"화내셨지."
"그런데 왜 그렇게 하셨어요?"
이성준이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기영아, 사람은 원칙이 있어야 한다. 옳은 것은 옳다 하고, 그른 것은 그르다 해야 한다. 비록 그것이 상관의 명령이라 해도."
"하지만 그러면 아버지가 손해 보시잖아요."
"손해? 하하..."
이성준이 웃었다.
"밤에 잠을 편히 자는 것보다 큰 이익이 어디 있겠느냐? 나는 오늘 밤 편히 잘 수 있다."
이 일을 계기로 이성준은 수령과 불화하여 결국 첨사직을 그만두게 되었다. 하지만 그는 후회하지 않았다.
"기영아, 벼슬이란 백성을 위해 있는 것이지, 나를 위해 있는 것이 아니다. 이것을 잊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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