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란의 평정 - 원칙을 지키다
1862년, 삼남(三南) 지역에 대규모 민란이 일어났다.
"장군님, 반란군이 삼천 명이 넘습니다!"
"즉시 토벌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기영은 즉시 공격하지 않았다. 그는 아버지 이성준의 가르침을 떠올렸다.
'약한 자를 괴롭히지 않는다.'
"진삼아."
"예, 장군님."
"네가 백성들 틈에 섞여 들어가 보아라. 그들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보아라."
며칠 후 오진삼이 돌아와 보고했다.
"장군님, 백성들은 조정을 배신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수령이 너무 가혹하여 견딜 수 없다고 합니다."
이기영은 고민했다. 조정의 명령은 '반란군을 토벌하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버지의 가르침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옳지 않은 명령은 따르지 않는다.'
"좋다. 나는 대화로 해결하겠다."
"장군님! 그것은 명령 위반입니다!"
부하 장수들이 반대했다.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원칙을 지키겠다. 죄 없는 백성을 죽일 수는 없다."
이기영은 군사를 이끌고 반란군과 대치했지만, 곧바로 공격하지 않았다. 대신 대화를 시도했다.
"백성들이여! 나는 너희를 적으로 보지 않는다!"
그의 목소리가 전장에 울려 퍼졌다.
"너희의 억울함을 조정에 아뢰겠다. 탐관오리는 반드시 처벌받을 것이다!"
백성들이 웅성거렸다. 이기영의 진심이 그들에게 전해졌다.
결국 반란군의 우두머리와 담판을 벌여, 유혈사태 없이 민란을 평정했다. 그리고 약속대로 탐관오리를 처벌했다.
하지만 조정에서는 이기영을 문책했다.
"명령을 어기고 반란군과 협상하다니!"
"이기영을 파직시켜야 한다!"
이성준이 아들의 소식을 듣고 말했다.
"잘했다, 기영아. 네가 원칙을 지켰구나."
"하지만 아버님, 저는 파직될지도 모릅니다."
"파직되어도 좋다."
이성준이 아들의 어깨를 두드렸다.
"벼슬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떳떳함이다. 너는 오늘 떳떳하게 행동했다."
다행히 백성들이 이기영을 위해 탄원서를 올렸고, 결국 파직은 면했다.
목숨을 구하다
1870년, 전라도 남부에서 대규모 비적 떼가 출현했다.
이번에는 진짜 도적들이었다. 양민들을 약탈하고 살해하는 무리였다.
"이놈들은 대화가 통하지 않습니다!"
이기영도 이번에는 무력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비적들은 결사적으로 저항했다.
그때, 이기영의 뒤에서 비적 하나가 칼을 들고 덤벼들었다. 이기영이 눈치채지 못하는 순간이었다.
"장군님!"
오진삼이 몸을 날려 그 칼을 막아냈다. 칼날이 그의 팔을 깊이 베었다.
"진삼아!"
이기영이 오진삼을 부축했다. 피가 흘렀다.
"괜찮습니다, 장군님. 장군님만 무사하시면..."
"이 바보 같은 놈!"
이기영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받은 은혜는 반드시 갚는다.'
이것이 아버지 이성준의 두 번째 원칙이었다. 이기영은 오진삼의 목숨을 구한 이 은혜를 평생 잊지 않았다.
전투가 끝난 후, 이기영은 오진삼을 극진히 간호했다.
"장군님, 제가 비록 상민이지만... 이렇게까지 해주시니..."
"진삼아, 너는 내 목숨의 은인이다. 그리고..."
이기영이 오진삼의 손을 잡았다.
"너는 이제 내 벗이다. 신분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오진삼은 눈물을 흘렸다. 양반 무관이 상민 포졸을 벗이라 부르다니.
"장군님... 아니, 형님. 이 은혜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