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서재(77)

함께머물집

by 이 범

“소연 씨, 이 동네에 괜찮은 집 하나 나왔대요.”
준혁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책방에서 걸어서 10분 거리.
작지만 햇살이 잘 들어오고,
작은 마당도 있다더라고.”


소연은 놀란 듯 말했다.
“마당이요?
그 말만 들어도 마음이 조금 설레네요.”

그날, 두 사람은 그 집을 함께 보러 갔다.
낡았지만 따뜻한 느낌의 벽,
창가에 오래된 커튼,
그리고 마당엔 작은 감나무가 서 있었다.

소연은 조용히 말했다.
“이 집…
책방처럼 조용하고 단단하네요.”

준혁은 그녀 옆에 서서 말했다.
“이곳에서 함께 하루를 시작하고,
책방으로 걸어가는 상상…
그게 요즘 내 마음을 자꾸 흔들어.”

소연은 마당에 앉아
햇살을 바라보다가 말했다.
“준혁아,
우리 이 집에서
조용히 살아가면 좋겠어.
글을 쓰고, 커피를 내리고,
책방을 지키면서.”




밖은 초가을의 햇살이 부드럽게 퍼지고 있었고,
감나무 잎이 살랑살랑 흔들리고 있었다.

그날, 두 사람은
함께 머물 집 앞에서
서로의 마음을 더 깊이 꺼내었고,
그 마음은 또 다른 계절을 향해
조용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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