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혁진의 결심
정혁진의 사무실에는 그날따라 유난히 공기가 무거웠다.
밤이 깊었지만 등잔불은 꺼지지 않았고, 창밖에서는 바람에 흔들리는 전깃줄 소리가 낮게 울렸다.
책상 위에는 단출한 보고서 한 장.
그 위에 적힌 이름 하나가 정혁진의 시선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조병수.
그는 천천히 보고서를 접었다.
주저함은 이미 끝난 뒤였다.
정혁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걸어갔다.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 있었다. 한때는 쓸모 있는 자라 여겼던 인물. 그러나 이제는 선을 넘었다.
“사람을 팔아넘기고, 일본 놈들 손에 피를 묻히게 만드는 자는…”
그는 낮게 중얼거렸다.
“… 더는 놔둘 수 없다.”
정혁진은 몸을 돌려 문 쪽을 향해 말했다.
“들어와.”
문이 열리며 두 명의 부하가 조용히 들어왔다. 모두 말수가 적고, 일을 끝까지 해내는 자들이었다. 정혁진은 그들을 하나씩 바라본 뒤 단호하게 말했다.
“조병수를 잡아라.”
부하들의 눈빛이 순간 날카로워졌다.
“은신처는 법성포와 영광을 오가며 바뀐다.
살아서 데려와도 좋고, 도망치다 다쳐도 상관없다.”
잠시 침묵.
정혁진은 마지막 말을 덧붙였다.
“다만, 다시는 입을 놀리지 못하게 하라.”
부하 중 하나가 고개를 깊이 숙였다.
“명 받들겠습니다.”
그들이 나가자, 사무실에는 다시 정적이 내려앉았다.
정혁진은 책상 위에 놓인 작은 지도에 붉은 연필로 원 하나를 그었다.
그 원의 중심에는 조병수의 이름이 있었다.
이제, 사냥이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