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속의 신의흔적 (11)

빗속의 우산

by 이 범


예보 없던 비
오후 4시 30분, 하늘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박진우는 사무실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 먹구름이 빠르게 몰려오고 있었다. 기상청 예보에는 없던 비였다.
"에이, 설마 오겠어?"
옆자리 동료가 말했다.
하지만 5분 후,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우산을 준비하지 않은 사람들의 한숨 소리가 사무실 곳곳에서 들렸다.
진우는 가방을 열어 확인했다. 우산이 없었다. 오늘 아침 맑은 날씨를 보고 집에 두고 온 것이다.
"최 대리, 우산 있어?"
"나도 없어. 오늘 날씨 좋다고 했잖아."
진우는 시계를 봤다. 6시에 퇴근해야 했다. 아니, 정확히는 6시 30분까지 집에 도착해야 했다.
오늘은 딸 지민이의 생일이었다. 여섯 살. 유치원을 마치고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아내 은혜는 아침부터 케이크를 만들고 있었다.
"아빠 꼭 6시 반까지 와야 해요. 케이크 자르기 전에요."
아침에 지민이가 손가락을 걸며 약속했다.
"알았어, 공주님. 아빠가 꼭 갈게."

하지만 비가 이렇게 쏟아지면...
진우는 핸드폰으로 날씨 앱을 확인했다. 오후 7시까지 폭우 예보. 그 이후에도 비는 계속될 것 같았다.
'편의점에서 우산을 사야 하나.'
하지만 이런 날 편의점 우산은 금방 동난다. 게다가 회사에서 집까지는 지하철로 40분, 거기서 걸어서 10분. 우산 없이는 불가능했다.
6시가 되었다. 진우는 서둘러 짐을 챙겼다.
"먼저 갈게요."
"어, 조심히 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왔다. 로비에서 밖을 내다보니, 비는 더 세차게 쏟아지고 있었다.

사람들이 로비에 모여 있었다. 모두 우산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누군가는 전화로 우산을 가져다 달라고 부탁하고 있었고, 누군가는 그냥 뛰어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진우는 시계를 봤다. 6시 5분. 지금 출발해도 6시 45분은 되어야 집에 도착한다. 약속 시간보다 15분 늦는다.
'뛰어야 하나.'
하지만 비가 너무 심했다. 뛰어가다가 감기라도 걸리면 더 문제였다.
"진우씨."
뒤에서 누군가 불렀다. 돌아보니 회계팀의 김 과장이었다. 50대 중반, 과묵하지만 친절한 사람이었다.
"네, 과장님."
"우산 없어요?"
"네... 오늘 날씨 좋다고 해서..."
김 과장은 손에 든 우산을 내밀었다.
"이거 쓰세요."
"네? 과장님은요?"
"나는 괜찮아요. 택시 타고 갈 거니까."
"하지만..."
"오늘 딸 생일이라고 했죠? 아침에 커피 마시면서 그랬잖아요."
진우는 놀랐다. 자신이 아침에 그런 얘기를 했었나.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그냥 받아요. 빨리 가야 할 것 아니에요."
"정말 괜찮으세요?"
"택시 잡는 데 5분이면 돼요. 걱정 마세요."
진우는 우산을 받았다.
"감사합니다, 과장님. 꼭 월요일에 돌려드릴게요."
"천천히 돌려줘도 돼요. 조심히 가세요."
진우는 우산을 펴고 건물 밖으로 나갔다. 비가 우산을 때렸다. 세찬 빗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고마운 사람이다.'
진우는 걸으면서 생각했다. 김 과장은 평소에도 조용하지만 세심한 사람이었다. 누군가 힘든 일이 있으면 먼저 도와주고, 회식 때는 막내 직원들의 술을 대신 받아주곤 했다.
하지만 진우는 김 과장에게 특별히 친절하게 대한 적이 없었다. 그냥 직장 동료일 뿐이었다.
그런데 오늘, 김 과장은 자신의 우산을 내어주었다.
왜일까.

지하철 안의 사람들
지하철역에 도착했다. 역 안으로 들어서자 사람들로 붐볐다. 퇴근 시간이라 원래도 붐비는데, 갑작스러운 비 때문에 더 혼잡했다.
진우는 플랫폼에서 전철을 기다렸다. 옷이 조금 젖어 있었다. 우산이 있었지만, 비가 너무 세차서 완전히 막을 수는 없었다.
옆에 한 여성이 서 있었다. 30대 초반으로 보였는데, 옷이 흠뻑 젖어 있었다. 우산이 없었던 것 같았다. 그녀는 추운지 몸을 떨고 있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는 고등학생이 서 있었다. 교복이 젖어 있었고, 가방도 젖어 있었다. 학생은 가방에서 공책을 꺼내 봤는데, 공책도 물에 젖어 글씨가 번져 있었다. 한숨을 쉬며 다시 가방에 넣었다.
전철이 들어왔다. 사람들이 우르르 탔다. 진우도 간신히 자리를 잡았다.
전철이 출발했다. 창밖으로 비 오는 서울의 풍경이 보였다. 회색빛 하늘, 물웅덩이가 진 거리, 우산을 쓰고 바쁘게 걷는 사람들.
진우는 핸드폰을 꺼내 아내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지금 전철 탔어. 조금 늦을 것 같아. 6시 45분쯤 도착할게."
곧 답장이 왔다.
"괜찮아. 조심히 와. 지민이가 아빠 기다리고 있어."
그리고 지민이가 찍은 셀카가 왔다. 케이크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딸의 모습.
진우는 미소 지었다.
'꼭 제시간에 가야 해.'
세 정거장을 지났을 때, 전철이 갑자기 멈췄다.
"승객 여러분께 안내 말씀 드립니다. 앞서 가는 열차의 지연으로 현재 열차가 일시 정차하게 되었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사람들이 술렁였다. 진우는 시계를 봤다. 6시 25분. 여기서 10분만 지연되어도 약속 시간에 늦는다.
'제발...'
5분이 지났다. 전철은 여전히 멈춰 있었다.
진우는 초조해졌다. 발을 동동 굴렀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10분이 지났다. 전철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승객 여러분께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진우는 한숨을 쉬었다. 이제 약속 시간에 맞추기는 틀렸다.

역 앞의 선택
6시 50분, 진우는 집 근처 역에 도착했다.
20분 늦었다. 지민이는 아마 창가에서 아빠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역을 빠져나오는데, 비는 여전히 쏟아지고 있었다. 우산을 펴고 걷기 시작했다.
집까지는 걸어서 10분. 하지만 비가 이렇게 심하면 15분은 걸릴 것 같았다.
걷다가, 진우는 멈췄다.
역 앞 버스 정류장에 한 노인이 서 있었다. 70대로 보였다. 우산이 없었고, 비를 그대로 맞고 있었다.
버스 정류장의 지붕은 작아서 비를 제대로 막아주지 못했다. 노인은 그 작은 지붕 아래 구석에 몸을 웅크리고 서 있었다.
진우는 지나치려고 했다.
집에 빨리 가야 했다. 지민이가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노인은 추워 보였다. 옷이 젖어 있었고, 입술이 파랗게 질려 있었다.
'그냥 가자. 나도 늦었어.'
하지만 진우는 다시 멈췄다.
문득, 김 과장이 떠올랐다. 자신도 우산이 필요했을 텐데, 진우에게 우산을 내어준 김 과장.
'택시 타고 갈 거니까 괜찮아요.'
그 말이 진짜였을까. 아니면 진우를 배려한 거짓말이었을까.
진우는 몰랐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김 과장이 자신에게 우산을 내어줬다는 것. 그 덕분에 자신은 비를 덜 맞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는 것.
그렇다면.
진우는 노인에게 다가갔다.
"할아버지."
노인이 고개를 들었다. 주름진 얼굴, 흐린 눈. 하지만 그 눈에는 당혹감이 가득했다.
"버스 기다리세요?"

"...응. 35번이 와야 하는데, 안 오네."
"추우시겠어요. 이거 쓰세요."
진우는 우산을 내밀었다.
노인은 놀란 표정으로 진우를 바라봤다.
"이게 무슨..."
"저는 집이 가까워요. 뛰어가면 돼요. 할아버지가 더 필요하세요."
"하지만..."
"받으세요. 제가 누군가한테 받은 거예요. 이제 제가 드릴 차례예요."
노인은 떨리는 손으로 우산을 받았다.
"고맙네... 정말 고마워..."
"천천히 집에 가세요. 조심하시고요."
진우는 돌아서서 뛰기 시작했다.
비가 얼굴을 때렸다. 옷이 순식간에 젖었다. 차가운 빗물이 등을 타고 흘렀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은 따뜻했다.

빗속을 달리며
집까지 뛰어가는 동안, 진우는 생각했다.
방금 자신은 무슨 일을 한 걸까.
딸의 생일 파티에 늦을 수도 있는데, 왜 우산을 내어준 걸까.
합리적인 선택이었을까. 아니, 전혀 합리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래야 한다고 느꼈다.
김 과장이 자신에게 우산을 내어준 것처럼.
그것이 옳은 일이라고, 마음이 말했다.
비가 더 세차게 쏟아졌다. 진우는 고개를 숙이고 계속 뛰었다.
그때, 누군가 소리쳤다.
"저기요!"
진우는 멈춰 섰다. 뒤를 돌아보니, 한 여성이 우산을 들고 뛰어오고 있었다.
"저기요, 잠깐만요!"
여성이 다가왔다. 30대 초반,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비 맞으시네요. 이거 같이 쓰시겠어요?"
"네?"
"저도 그쪽 방향이에요. 같이 가요."
진우는 당황했다.
"괜찮습니다. 저는..."
"괜찮기는요. 흠뻑 젖으셨잖아요. 빨리, 감기 걸려요."
여성은 우산을 진우 위로 가져왔다. 진우는 어쩔 수 없이 우산 아래로 들어갔다.
"감사합니다."

"별말씀을요. 근데 우산은 어떻게 하신 거예요? 아까 역에서 할아버지한테 주시는 거 봤어요."
"아... 보셨어요?"
"네. 감동적이었어요."
진우는 쑥스러워 웃었다.
"별거 아닌데요."
"아니에요. 요즘 그런 사람 많지 않아요."
두 사람은 나란히 걸었다. 비가 우산을 때렸지만, 이제 덜 젖었다.
"저기가 제 집이에요."
진우가 아파트를 가리켰다.
"아, 저도 저기예요. 503동."
"저는 502동이에요. 가까우시네요."
"그러게요. 인사 한 번 못 드렸네요. 저는 이수진이에요."
"박진우입니다."
"반가워요."
아파트 입구에 도착했다. 비는 여전히 쏟아지고 있었다.
"저는 여기서 이쪽으로 가야 해요. 조심히 들어가세요."
"네, 감사합니다. 덕분에 살았어요."
"천만에요. 그리고..."
수진이 말했다.
"오늘 좋은 일 하셨으니까, 좋은 일이 있을 거예요."
"그럴까요?"
"네. 저는 그렇게 믿어요."
수진은 손을 흔들며 자기 동으로 향했다.
진우는 우산 아래서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좋은 일이 있을 거예요.'
그 말이 마음에 남았다.

집에 도착하여
7시 10분, 진우는 집 앞에 도착했다.
40분 늦었다. 옷은 흠뻑 젖어 있었고, 신발에서는 물이 뚝뚝 떨어졌다.
초인종을 눌렀다.
문이 열렸다. 아내 은혜가 놀란 표정으로 진우를 바라봤다.
"여보, 왜 이렇게 젖었어?"
"우산을... 누군가 줬는데... 또 다른 사람한테 줬어."
"뭐?"
진우가 설명하려는데, 안쪽에서 지민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빠!"
지민이가 뛰어왔다. 분홍색 원피스를 입고, 머리에는 생일 왕관을 쓰고 있었다.
"아빠, 왜 이렇게 늦었어요? 케이크 다 녹는 줄 알았잖아요."
"미안해, 공주님. 아빠가 길이 막혀서..."
"그리고 왜 비 맞았어요? 우산은요?"
진우는 무릎을 꿇고 지민이와 눈높이를 맞췄다.
"아빠가 말이야, 길에서 할아버지를 만났어. 비를 맞고 계셔서, 우산을 드렸어."
"아빠 우산을요?"
"응. 할아버지가 더 필요하실 것 같아서."
지민이는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할아버지는 안 젖었겠네요?"
"응, 안 젖었을 거야."
"다행이다. 할아버지 감기 걸리면 안 되잖아요."
진우는 딸을 꼭 안아주었다.
"우리 지민이, 참 착하다."
"아빠도 착해요."
은혜가 수건을 가져왔다.
"일단 씻고 나와. 옷 다 젖었잖아."
"응."
진우는 샤워를 하고 나왔다. 따뜻한 물이 몸을 녹여주었다.
거실로 나오니, 식탁에 케이크가 놓여 있었다. 은혜가 만든 딸기 케이크였다.
"아빠, 빨리 앉아요!"
지민이가 손을 잡아끌었다.
세 사람이 식탁에 앉았다. 은혜가 초에 불을 붙였다.
"자, 소원 빌어."
지민이는 눈을 감았다. 작은 손을 모으고, 진지한 표정으로 소원을 빌었다.
그리고 초를 불었다.
"생일 축하해, 지민아."
"축하해, 딸."
세 사람은 케이크를 나눠 먹었다. 달콤한 맛이 입안에 퍼졌다.
"맛있어요, 엄마!"
"그래? 다행이다."
"아빠, 오늘 할아버지한테 우산 줬다면서요?"
지민이가 물었다.
"응."
"그럼 할아버지가 고마워했어요?"
"응, 많이 고마워하셨어."
"그럼 아빠 기분 좋았겠네요?"
진우는 딸을 바라봤다. 여섯 살짜리가 하는 말이라고 믿기지 않았다.
"응, 기분 좋았어."
"저도 그러고 싶어요. 누가 힘들면 도와주고 싶어요."
은혜가 지민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우리 딸, 언제 이렇게 컸어."
저녁을 먹고, 지민이를 재운 후, 진우와 은혜는 거실 소파에 앉았다.
"오늘 무슨 일 있었어?"
은혜가 물었다.
진우는 오늘 있었던 일을 모두 얘기했다. 김 과장이 우산을 준 것, 노인에게 우산을 준 것, 그리고 수진이가 우산을 같이 써준 것.
"그렇게 된 거구나."
"응. 신기하지? 우산 하나가 이렇게 여러 사람을 거쳐가다니."
"신기한 게 아니야. 아름다운 거지."
은혜는 진우의 손을 잡았다.
"당신, 오늘 좋은 일 했어."
"지민이 생일에 늦었는데?"
"그래도 좋은 일 한 거야. 그리고 지민이도 이해했잖아."
"응..."
"그게 중요한 거야. 우리가 어떻게 사는지 보여주는 거. 말로 가르치는 게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는 거."
진우는 아내를 바라봤다.
"고마워."
"뭐가?"
"이해해줘서."
"당연하지."
창밖으로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소리가 부드러워졌다. 세차게 쏟아지는 폭우가 아니라, 조용히 내리는 가을비.
진우는 창밖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오늘 하루, 우산 하나가 여러 사람을 연결했다.

김 과장에서 자신에게로, 자신에서 노인에게로, 그리고 수진이에서 다시 자신에게로.
마치 선물처럼.
아니, 축복처럼.

에필로그 - 월요일 아침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이 되었다.
진우는 출근길에 편의점에 들렀다. 새 우산을 샀다. 김 과장에게 돌려주기 위해서.
회사에 도착해서 김 과장을 찾았다.
"과장님, 금요일에 감사했습니다."
"아, 별거 아닌데요."
"덕분에 딸 생일 파티에 갈 수 있었어요."
진우는 새 우산을 내밀었다.
"이거... 우산은 어디 갔어요?"
"그게... 길에서 필요한 분한테 드렸어요. 대신 새 걸로 사왔습니다."
김 과장은 잠시 진우를 바라보다가, 웃었다.
"그랬어요? 잘했네요."
"죄송합니다. 제가 돌려드렸어야 했는데..."
"아니에요. 오히려 잘한 거예요."
김 과장은 새 우산을 받았다.
"그게 맞는 거예요. 우산은 필요한 사람이 쓰는 거니까."
"네..."
"그리고 말이에요, 박 대리."
"네?"
"저도 그렇게 배웠어요. 누군가한테."

"네?"
김 과장은 먼 곳을 바라보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20년 전이었어요. 제가 신입사원이었을 때. 비 오는 날, 우산이 없어서 난감했는데, 어떤 선배가 우산을 빌려줬어요."
"..."
"다음 날 돌려주려고 했더니, 그 선배가 그러더라고요. '다음에 누가 필요할 때 줘'라고."
진우는 놀라서 김 과장을 바라봤다.
"그래서 저도 그렇게 해왔어요. 누군가 필요하면 우산을 빌려주고, 돌려받으면 또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고."
"그런 의미였군요..."
"우산 하나지만, 그게 연결되는 거예요. 사람과 사람을. 친절과 친절을."
김 과장은 진우의 어깨를 툭 쳤다.
"박 대리도 이제 그 연결의 일부가 된 거예요."
진우는 가슴이 뭉클했다.
"감사합니다, 과장님."
"천만에요. 커피 한잔 할까요?"
"좋죠."
두 사람은 사무실 휴게실로 향했다.
창밖으로 맑은 하늘이 보였다. 주말 동안 내린 비가 그치고, 다시 햇살이 비추고 있었다.
진우는 커피를 마시며 생각했다.
우산 하나가 20년을 넘어 전해지고 있다는 것. 그것은 단순히 물건이 아니라, 친절의 정신이 전해지는 것.
그리고 그 친절은 어디서 오는 걸까.
사람의 마음에서.
아니, 그것보다 더 큰 곳에서.
진우는 알 것 같았다.
신은 이런 식으로 우리와 함께하신다.
우산을 통해서, 친절을 통해서, 한 사람에서 다른 사람으로 이어지는 사랑을 통해서.
그것이 신의 방식이다.
거창한 기적이 아니라, 작은 친절의 연결로.
그리고 우리는 모두 그 연결의 일부다.
점심시간, 진우는 아내에게 문자를 보냈다.
"여보, 오늘 저녁에 우산 하나 더 사갈게. 혹시 또 필요한 사람이 있을지 모르니까."
곧 답장이 왔다.
"좋은 생각이야. 우리 지민이한테도 하나 사줘. 우리 딸도 누군가 도와주고 싶어 하잖아."
진우는 미소 지었다.
그래, 지민이도.
다음 세대에게도 이 친절을 전해주는 것.
그것이 부모로서 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유산이다.

작가의 말

비 오는 날, 우산 하나를 나눠 쓰는 것. 겉보기에는 평범한 친절입니다. 하지만 그 친절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세대와 세대를 이어주는 힘이 됩니다.

제9편에서는 빗속의 우산을 통해, 친절이 어떻게 연쇄적으로 전해지는지, 그리고 그것이 신의 사랑을 전달하는 방식임을 그려보고자 했습니다.

우리가 받은 친절을 다시 누군가에게 전할 때, 우리는 신의 도구가 됩니다. 그리고 그 작은 행동들이 모여, 세상을 조금씩 더 따뜻하게 만듭니다.

오늘, 여러분도 누군가에게 '우산' 하나를 건네보시기 바랍니다. 그것이 진짜 우산이든, 친절한 말 한마디든, 따뜻한 미소든. 그 작은 행동이 누군가의 인생을 바꿀 수 있습니다.

월, 화, 수,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