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심야의 기도
11시 59분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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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자동문이 열릴 때마다 차가운 11월의 바람이 들어왔다.
김수현, 27세. 그녀는 편의점 카운터 뒤에서 시계를 바라보았다. 밤 11시 59분. 곧 자정이었다. 그리고 자정이 지나면 또 하루가 시작되었다.
"어서 오세요."
습관적으로 나오는 인사말. 손님은 30대 남성으로, 맥주 두 캔과 컵라면, 그리고 삼각김밥 하나를 들고 카운터로 왔다. 술 냄새가 났다. 이미 취한 상태였다.
"봉투 주세요."
"네, 잠시만요."
계산을 하는 동안, 수현은 남성의 손을 봤다. 왼손 약지에 결혼반지가 있었다. 반지는 낡았고, 손톱은 물어뜯은 흔적이 역력했다.
남성은 돈을 내고, 봉투를 받아 들었다. 그리고 편의점 앞 벤치에 앉았다. 곧바로 맥주 캔을 땄다.
수현은 한숨을 쉬었다. 벌써 오늘만 세 번째였다. 편의점 앞 벤치에 앉아 술을 마시는 사람. 각자의 이유가 있었다. 집에 가기 싫은 사람, 갈 곳이 없는 사람, 혼자 있고 싶은 사람.
시계가 자정을 가리켰다.
11월 23일이 끝나고, 11월 24일이 시작되었다.
수현은 스마트폰을 꺼내 메시지를 확인했다. 어머니로부터 온 메시지가 있었다.
"수현아, 내일 병원 가는 날이야. 같이 가줄 수 있어?"
내일은 목요일. 수현의 휴무일이었다. 정확히는 유일한 휴무일이었다.
수현은 답장을 보냈다.
"네, 엄마. 몇 시에?"
"오전 10시. 미안해, 딸아."
"괜찮아요. 잘 자요."
메시지를 보내고, 수현은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어머니는 3년 전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수술과 항암치료를 받았고, 다행히 완치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6개월마다 정기검진을 받아야 했다. 그때마다 수현은 함께 갔다.
아버지는 없었다. 정확히는, 10년 전에 집을 나갔다. 다른 여자와 함께.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고, 그 후로 소식이 없었다.
오빠는 있었지만, 지방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다. 결혼도 했고, 아이도 있었다. 명절에나 한 번씩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그래서 어머니 곁에는 수현만 있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했지만, 쉽지 않았다. 3년 동안 200곳 넘게 지원했지만, 모두 떨어졌다. 스펙이 부족했다. 학점도 평범했고, 토익 점수도 평범했고, 자격증도 없었다.
그래서 편의점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잠깐만'이라고 생각했다. 돈 좀 모으고, 자격증 따고, 다시 취업 준비를 하려고 했다.
하지만 '잠깐만'이 3년이 되었다.
이제는 습관이 되었다. 오후 10시에 출근해서, 다음 날 오전 8시에 퇴근하는 삶. 주 6일 근무. 월급은 세금 떼고 190만 원.
거기서 월세 50만 원, 생활비 30만 원, 어머니 생활비 보조 40만 원을 빼면, 70만 원이 남았다. 그걸로 다음 달을 준비했다.
취업 준비? 이제는 꿈도 꾸지 않았다.
자동문이 다시 열렸다. 이번에는 고등학생이었다. 교복을 입고 있었는데, 시간상 학원에서 오는 길인 것 같았다.
"어서 오세요."
학생은 컵라면과 삼각김밥을 집었다. 그리고 조금 망설이다가, 초콜릿 하나를 더 집었다. 카운터로 와서 돈을 냈는데, 동전을 하나하나 세어서 냈다.
"5,200원입니다."
학생은 주머니를 뒤졌다. 그리고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죄송한데요... 초콜릿은 빼주세요."
"네."
초콜릿을 빼고 계산을 다시 했다. 학생은 정확히 돈을 내고, 라면과 김밥을 들고나갔다. 그리고 편의점 옆 골목으로 사라졌다.
수현은 카운터 위에 남은 초콜릿을 바라보았다. 800원짜리 초콜릿 하나.
문득, 고등학생 때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다.
기억 속의 초콜릿
수현이 고등학교 2학년이던 해였다.
아버지가 집을 나간 지 1년이 지났을 때였다. 어머니는 식당에서 일했고, 수현은 학원을 끊었다. 돈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학교는 다녔다. 공부는 열심히 했다. 장학금을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야 어머니에게 짐이 되지 않을 수 있었다.
어느 겨울날, 야간자율학습을 마치고 집에 가는 길이었다. 배가 고팠다. 점심에 먹은 급식이 전부였다. 저녁은 집에 가서 먹어야 했는데, 집까지는 30분을 걸어가야 했다.
편의점 앞을 지나는데, 초콜릿이 눈에 들어왔다. 겨울 한정 신제품이었다. 딸기맛 초콜릿.
수현은 주머니를 뒤졌다. 버스비를 아끼려고 걸어 다닌 덕분에 모은 돈이 있었다. 2,000원.
들어가서 초콜릿을 집었다. 그리고 카운터로 갔는데, 그때 핸드폰이 울렸다. 어머니였다.
"수현아, 미안한데 내일 아침 도시락 못 싸줄 것 같아. 밤늦게 들어갈 것 같거든. 내일 아침에 편의점에서 뭐 사 먹어. 5,000원 보낼게."
"네, 엄마."
전화를 끊고, 수현은 손에 든 초콜릿을 바라봤다. 1,200원.
만약 지금 사 먹으면, 내일 아침에 쓸 돈이 부족해진다.
수현은 초콜릿을 내려놓았다.
"죄송해요, 안 살게요."
점원은 아무렇지 않게 초콜릿을 받았다.
집에 돌아와서, 수현은 물을 한 컵 마시고 잠들었다. 배는 고팠지만, 참을 수 있었다.
그날 밤, 꿈을 꿨다.
꿈속에서 수현은 큰 식탁 앞에 앉아 있었다. 식탁에는 온갖 음식이 있었다. 초콜릿도 있었고, 케이크도 있었고, 따뜻한 밥과 국도 있었다.
"먹어."
누군가가 말했다.
"누구세요?"
"걱정하지 마. 다 괜찮을 거야."
그리고 깨어났다.
아침이었다. 어머니가 부엌에서 뭔가를 하고 있었다.
"엄마, 언제 들어왔어?"
"방금. 미안해, 딸아. 도시락은 못 쌌는데, 이거라도."
어머니는 봉투 하나를 건넸다. 안에는 편의점 도시락과... 딸기맛 초콜릿이 들어 있었다.
"엄마, 이건..."
"오다가 편의점에서 샀어. 너 좋아하잖아, 초콜릿."
수현은 울컥했다. 어머니는 밤새 일하고, 새벽에 돌아오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 이걸 사 왔다. 자신은 어제 살 수 없었던 그 초콜릿을.
"고마워요, 엄마."
"고맙긴. 제대로 된 밥도 못 해주고."
그날 학교에서, 수현은 그 초콜릿을 먹었다.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맛이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사랑은 이런 것이다. 자신의 피로를 잊고, 딸이 좋아하는 것을 사 오는 것. 그것이 사랑이다.
그리고 그 사랑은 어디서 오는 걸까.
새벽 3시의 손님들
편의점 시계가 새벽 3시를 가리켰다.
가장 조용한 시간. 이 시간에는 손님이 거의 없었다. 수현은 카운터 뒤에서 재고 정리를 시작했다.
자동문이 열렸다.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성이 들어왔다. 눈이 충혈되어 있었고, 화장이 번져 있었다. 울었던 것 같았다.
여성은 편의점을 천천히 둘러봤다. 과자 코너에서 멈췄다가, 음료수 코너로 갔다가, 다시 과자 코너로 왔다. 아무것도 집지 않았다.
15분쯤 지났을까. 여성은 결국 아무것도 사지 않고 나가려고 했다.
"손님."
수현이 불렀다.
여성이 돌아봤다.
"괜찮으세요?"
이상한 질문이었다. 편의점 점원이 손님에게 할 질문이 아니었다. 하지만 수현은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물었다.
여성은 잠시 수현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눈물을 흘렸다.
"죄송해요... 저... 그냥..."
"앉으세요. 여기."
수현은 카운터 옆 의자를 가리켰다. 손님용 의자였다.
여성은 망설이다가, 앉았다.
"물 한 잔 드릴게요."
수현은 정수기에서 물을 따라 건넸다. 여성은 감사하다는 말도 없이 물을 받아 마셨다. 손이 떨리고 있었다.
"천천히 마셔요."
한참을 그렇게 있었다. 편의점은 조용했다. 냉장고 모터 돌아가는 소리만 들렸다.
"오늘... 회사에서 잘렸어요."
여성이 말했다.
"신입인데... 3개월 수습 기간 끝나고... 정규직 전환 안 된다고... 그냥 오늘로 끝이래요."
"..."
"부모님한테 뭐라고 말해야 할지... 지방에서 올라왔는데... 서울에서 좋은 회사 다닌다고... 그렇게 자랑했는데..."
여성은 다시 울었다.
수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할 말이 없었다. 위로의 말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냥 옆에 있었다.
10분쯤 지났을까. 여성이 울음을 그쳤다.
"죄송해요. 모르는 사람한테 이상한 얘기를..."
"아니에요. 괜찮아요."
"근데 왜 물어보신 거예요? 제가 괜찮냐고."
수현은 잠시 생각했다.
"그냥... 그래야 할 것 같아서요. 제가 예전에 힘들 때, 누군가 저한테 그렇게 물어봐 줬으면 좋았을 것 같아서."
여성은 수현을 바라봤다.
"언니도... 힘든 일 있으세요?"
"다들 힘들죠. 각자의 방식으로."
여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부터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오늘은 일단 집에 가서 쉬세요. 내일 생각은 내일 하는 거예요."
"그게 되나요?"
"되게 만드는 거예요."
여성은 처음으로 작게 웃었다.
"고마워요, 언니."
"별말씀을요."
여성은 일어났다. 그리고 편의점을 나가려다가, 멈췄다. 과자 코너로 가서 초콜릿 하나를 집었다. 그리고 카운터로 왔다.
"이거요."
800원짜리 초콜릿이었다. 아까 고등학생이 살 수 없었던 바로 그 초콜릿.
"1,500원입니다."
여성은 돈을 냈다.
"이거 맛있어요?"
"네, 달콤해요."
"그럼 됐다. 지금 단 게 필요해요."
여성은 초콜릿을 들고나갔다. 자동문이 닫히기 전에 뒤돌아보며 손을 흔들었다.
수현도 손을 흔들었다.
새벽 4시의 깨달음
여성이 나간 후, 편의점은 다시 조용해졌다.
수현은 카운터에 앉아 생각했다.
방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왜 자신은 그 여성에게 말을 걸었을까. 왜 물을 주었을까. 왜 위로를 했을까.
답은 간단했다.
그래야 했기 때문이다.
이유 같은 건 없었다. 그냥, 그 순간 그래야 한다고 느꼈다. 마치 누가 속삭이는 것처럼.
'저 사람에게 말을 걸어라. 물을 주어라. 함께 있어라.'
신의 음성이었을까.
수현은 종교가 없었다. 어릴 때 할머니를 따라 절에 간 적은 있었지만, 그게 전부였다. 기도를 해본 적도 거의 없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수현은 느꼈다.
신이 있다면, 아마 이런 식으로 일하실 것이다.
거창한 기적이 아니라, 작은 행동을 통해서.
낯선 이에게 말을 거는 것.
물 한 잔을 건네는 것.
함께 눈물을 흘리는 것.
그것이 신의 방식이다.
자동문이 다시 열렸다. 이번에는 50대 남성이었다. 작업복을 입고 있었다. 건설 현장 근로자로 보였다.
"어서 오세요."
남성은 삼각김밥 세 개와 바나나우유 두 개를 집었다. 그리고 카운터로 왔다.
"6,500원입니다."
남성이 지갑을 꺼냈는데, 그 안에 사진이 보였다. 어린아이들의 사진. 초등학생 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 둘.
"자녀분이세요?"
수현이 물었다.
"네. 쌍둥이예요. 이제 4학년이에요."
남성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예쁘시네요."
"감사합니다. 이 녀석들 때문에 힘내서 일하죠."
"지금 퇴근하시는 거예요?"
"아니요, 출근이요. 새벽 5시 출근이거든요. 이거 가지고 현장에서 아침 먹으려고요."
새벽 5시 출근. 그럼 지금 4시니까, 1시간 후면 현장에 있어야 한다.
"조심히 가세요."
"네, 감사합니다."
남성이 나가는 뒷모습을 보며, 수현은 생각했다.
저 사람도 누군가의 아버지다. 새벽에 일어나 현장으로 가는 것은 아이들 때문이다.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서다.
그리고 수현의 어머니도 그랬다. 밤늦게 일하고, 새벽에 들어오는 길에 딸이 좋아하는 초콜릿을 사 오는 것.
그것이 사랑이다.
그리고 그 사랑은 어디서 올까.
새벽 6시의 기적
새벽 6시. 출근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편의점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바쁜 시간이었다. 커피를 사가는 사람, 샌드위치를 사가는 사람, 담배를 사가는 사람. 모두가 급했다.
수현은 계산을 하면서 각자의 얼굴을 봤다.
피곤한 얼굴, 걱정스러운 얼굴, 무표정한 얼굴. 하지만 모두가 살아 있었다. 오늘도 하루를 시작하려고 했다.
그때, 어제 그 고등학생이 들어왔다.
"어서 오세요."
학생은 수현을 보고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제 그 점원이라는 걸 알아본 것 같았다.
학생은 빵 하나와 우유 하나를 집었다. 그리고 카운터로 왔는데, 이번에는 돈을 세지 않고 카드를 냈다.
"3,200원입니다."
계산을 하는데, 학생이 말했다.
"저기... 어제..."
"네?"
"초콜릿 못 산 거... 기억하세요?"
"아, 네."
학생은 조금 부끄러운 듯 웃었다.
"오늘은 돈 충분히 가지고 왔어요."
그리고 초콜릿 코너로 가서, 어제 그 초콜릿을 집었다. 800원짜리.
카운터로 와서 초콜릿을 내밀었다.
"이것도요."
"네. 800원 추가요."
학생은 카드로 계산했다.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그런데..."
학생이 말했다.
"어제 집에 가서 생각했어요. 800원 때문에 초콜릿을 못 사다니. 좀 우습죠?"
"..."
"근데 또 생각해 보니까, 그게 중요한 게 아니더라고요. 초콜릿이 먹고 싶었던 게 아니라... 그냥 뭔가 달콤한 게 필요했던 것 같아요. 위로 같은 거요."
수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다들 그래요."
"언니도요?"
"네, 저도요."
학생은 초콜릿을 받아 들고나갔다.
수현은 그 모습을 보며 미소 지었다.
7시가 되었다. 교대 시간이었다. 아침 근무자가 들어왔다.
"수고했어요."
"네, 들어가세요."
수현은 편의점을 나왔다. 새벽의 차가운 공기가 얼굴을 때렸다. 하지만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버스 정류장으로 걸어가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어머니였다.
"수현아, 일어났니?"
"네, 엄마. 지금 퇴근했어요."
"오늘 병원 가는 거 잊지 않았지?"
"네, 기억해요. 집에 가서 좀 자고, 9시에 일어날게요."
"고마워, 딸아."
"엄마, 저야말로 고마워요."
"왜?"
"그냥요. 엄마가 있어서요."
전화 너머로 어머니가 웃는 소리가 들렸다.
"우리 딸, 오늘 무슨 일 있어?"
"아니요. 그냥 좋은 일들이 많았어요."
"그래? 다행이다."
전화를 끊고, 수현은 하늘을 올려다봤다.
동쪽 하늘이 밝아오고 있었다. 곧 해가 뜰 것이었다.
'신이시여.'
수현은 속으로 기도했다. 처음 해보는 진짜 기도였다.
'제가 오늘 만난 사람들을 지켜주세요. 밤에 울었던 여성도, 새벽에 출근하는 아저씨도, 초콜릿을 사지 못했던 학생도. 그리고 저희 엄마도.'
'모두가 힘들지만, 모두가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는 걸 알게 해 주세요.'
'그리고... 감사합니다. 제가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가 될 수 있게 해 주셔서.'
버스가 왔다. 수현은 버스에 올랐다.
창밖으로 서울의 아침 풍경이 지나갔다. 출근하는 사람들, 학교 가는 학생들, 가게 문을 여는 상인들. 모두가 각자의 하루를 시작하고 있었다.
모두가 힘들었다. 모두가 지쳐 있었다. 하지만 모두가 살아 있었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기적이었다.
에필로그 - 오후 10시, 다시 편의점에서
그날 저녁, 수현은 어머니와 함께 병원에 다녀왔다. 검진 결과는 좋았다. 재발 소견이 없었다.
"다행이다, 엄마."
"그러게. 너 덕분이야."
"무슨 소리예요. 엄마가 건강하셔서 그런 거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어머니가 말했다.
"수현아."
"네?"
"힘들지? 편의점 일."
"괜찮아요."
"취직 준비는?"
"... 천천히 할게요."
어머니는 수현의 손을 잡았다.
"미안해. 엄마가 더 잘했으면..."
"엄마, 그런 말 하지 마세요. 엄마는 충분히 잘하셨어요."
"그래도..."
"저 행복해요. 진짜로."
어머니는 수현을 바라봤다.
"정말?"
"네. 오늘 편의점에서 좋은 일들이 많았어요.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었어요. 그게 좋았어요."
어머니는 수현을 꼭 안아주었다.
"우리 딸, 다 컸네."
저녁 10시, 수현은 다시 편의점으로 출근했다.
"어서 오세요."
자동문이 열릴 때마다, 수현은 인사를 했다.
각자의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들어왔다.
어떤 사람은 피곤한 얼굴로, 어떤 사람은 행복한 얼굴로, 어떤 사람은 슬픈 얼굴로.
하지만 모두가 살아 있었다.
그리고 수현은 깨달았다.
신은 이곳에 계신다.
편의점 안에, 지하철 안에, 버스 안에, 거리 위에.
사람들이 있는 모든 곳에.
서로가 서로를 위로하고, 서로가 서로를 지탱하고,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는 모든 순간에.
신은 계신다.
거창한 기적이 아니라, 작은 친절로.
화려한 계시가 아니라, 조용한 속삭임으로.
자정이 지났다.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었다.
수현은 미소 지었다.
"어서 오세요."
오늘도 누군가의 하루에 작은 빛이 되기를, 수현은 기도했다.
그리고 신은 그 기도를 들으셨다.
왜냐하면 신은 언제나, 우리 곁에 계시니까.
작가의 말
우리는 종종 신을 찾으려 특별한 곳으로 갑니다. 교회, 성당, 절. 하지만 신은 이미 우리 곁에 계십니다. 24시간 편의점에서, 새벽 버스 안에서, 지친 사람들의 얼굴에서.
심야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의 이야기를 통해, 평범한 일상 속에서 이루어지는 작은 친절들이 어떻게 신의 사랑을 전달하는지 그려보고자 했습니다.
800원짜리 초콜릿 하나, 물 한 잔, 따뜻한 말 한마디. 이런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구원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신이 우리를 통해 일하시는 방식입니다.
오늘 하루, 여러분도 누군가에게 작은 빛이 되어보시기 바랍니다. 그것이 바로 신과 함께 걷는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