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산가옥의 밤
새벽 4시.
적산가옥의 묵직한 대문이 급박하게 두드려졌다.
쿵쿵쿵! 쿵쿵쿵!
"시마다 상! 시마다 상!"
2층 침실에서 잠들어 있던 시마다 겐죠가 벌떡 일어났다. 유카타 자락을 휘날리며 창가로 달려가 밖을 내려다봤다.
대문 앞에 두 명의 그림자가 보였다.
"この時間に誰だ!(이 시간에 누구야!)"
시마다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소리쳤다. 새벽잠을 방해받은 것에 대한 불쾌함이 역력했다.
"시마다 상! 저예요! 야마모토입니다!"
"큰일 났습니다! 문 좀 열어주세요!"
시마다의 얼굴이 굳었다. 야마모토 순사의 목소리였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김상돌?
뭔가 심상치 않았다.
"지금 내려간다!"
시마다는 급히 계단을 내려갔다. 현관 전등을 켜고 대문 빗장을 열었다.
문이 열리자마자 야마모토 순사와 김상돌이 헐레벌떡 뛰어들어왔다. 둘 다 얼굴이 창백했고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무슨 일이냐! 이 새벽에!"
시마다가 소리쳤다.
야마모토가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겐죠 상... 큰일 났어요..."
"큰일? 무슨 큰일?"
김상돌이 떨리는 목소리로 끼어들었다.
"조병수 나리하고... 박성표 면서기가..."
"뭐? 그 사람들이 어쨌다는 거야!"
"잡혀갔어요!"
"뭐라고?!"
시마다의 눈이 커졌다. 손에 들고 있던 손전등이 덜컹 소리를 내며 떨어질 뻔했다.
"언제? 누가?!"
시마다는 당황한 목소리로 물었다. 평소의 침착함은 온데간데없었다.
"일단... 일단 안으로 들어와."
시마다는 현관문을 닫고 두 사람을 거실로 안내했다. 손이 떨려 문고리를 제대로 잡지 못할 정도였다.
"앉아. 자세히 말해봐."
거실 전등을 켠 시마다는 소파를 가리켰다. 하지만 야마모토와 김상돌은 앉지 못하고 서 있었다. 너무 급박한 상황이었다.
"시마다 상, 어젯밤... 자정이 넘어서였습니다."
야마모토가 말을 시작했다.
"정혁제 그자가 순사 셋을 데리고 조병수 나리 저택으로 들이닥쳤습니다."
"정혁제? 그 조선인 형사?"
"예. 그자가..."
야마모토는 침을 꿀꺽 삼켰다.
"체포영장을 들고 왔습니다. 방화죄, 공문서 위조, 살인 방조... 온갖 혐의로."
"바보 같은 놈들!"
시마다가 탁자를 쾅 내리쳤다. 찻잔이 덜컹거렸다.
"그래서? 어떻게 됐어?"
김상돌이 떨리는 목소리로 이어받았다.
"조병수 나리께서... 저항하셨습니다. 총까지 쏘셨는데..."
"총을?"
"예. 하지만... 결국 제압당하셨습니다. 박성표 면서기는 도망치다가 뒷문에서 붙잡혔고요."
"박성표도?"
시마다의 얼굴이 점점 더 굳어졌다.
"그런데 말입니다..."
야마모토가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정혁제와 함께 한도회 결사단원들이 있었습니다."
"한도회?"
"예. 윤서영의 제자들이었습니다. 그자들이... 조병수 나리의 하수인들을 붙잡아 자백을 받아냈습니다."
"자백이라니?"
시마다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
김상돌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학당 방화 사건... 그게 조병수 나리 지시였다는 걸... 하수인들이 다 불었습니다."
"이런 멍청한 놈들!"
시마다가 소파 팔걸이를 주먹으로 내리쳤다.
"그것도 제대로 처리 못 하고! 증거를 남기다니!"
"그리고..."
야마모토가 더욱 조심스럽게 말했다.
"서류도 압수당했습니다."
"서류? 무슨 서류?"
"토지 관련 서류요. 위조된... 그 서류들이요."
시마다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윤서영 이름으로 된 계약서?"
"예..."
"바보 같은 놈들! 불태웠어야지!"
"불태우려고 했습니다. 조병수 나리께서 서재에 불을 지르셨는데... 정혁진은 그걸 알고 더 급히 들이닥친 겁니다."
시마다는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지금 둘 다 어디 있어?"
"면사무소 유치장입니다."
"취조는?"
"아직 시작 안 했습니다. 하지만 오늘 아침부터 시작될 겁니다."
시마다는 잠시 침묵했다. 머릿속이 복잡하게 돌아갔다.
"조병수와 박성표... 그자들이 입을 열면..."
야마모토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시마다 상,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시마다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빛이 차갑게 식어 있었다.
"일단 조용히 해. 아무것도 모르는 척해."
"하지만 조병수 나리께서 입을 여시면..."
"그자가 입을 열지 못하게 해야지."
"예?"
시마다가 야마모토를 똑바로 쳐다봤다.
"자네는 아직도 유치장에 근무하나?"
"예, 하지만..."
"좋아. 오늘 오전 근무조에 자네가 들어가도록 해. 조병수를 만나야 해."
"무슨 말씀을..."
"입 다물라고 해. 절대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내가 밖에서 손을 쓸 테니."
김상돌이 불안한 목소리로 물었다.
"시마다 상, 정말 괜찮겠습니까? 정혁진이 이미 증거를 다 확보한 것 같은데..."
"시끄러!"
시마다가 버럭 소리쳤다.
"지금 포기하면 우리 모두 끝이야! 알겠어?"
"예... 예..."
시마다는 벌떡 일어나 서재 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전화기를 들었다.
"누구한테 전화하십니까?"
"총독부야. 지금 당장 위에 보고해야 해."
야마모토와 김상돌은 서로 얼굴을 쳐다봤다. 둘 다 불안한 표정이었다.
시마다는 전화 손잡이를 돌렸다.
"여보세요? 총독부 경무과입니까? 긴급히 보고드릴 게 있습니다. 시마다 겐죠입니다."
그의 목소리는 다시 차분해져 있었다. 하지만 손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거실에 남은 야마모토와 김상돌은 서로를 불안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이거... 큰일 난 거 아닙니까?"
김상돌이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모르겠어. 하지만..."
야마모토가 서재 쪽을 힐끗 쳐다봤다.
"우리도 위험할 수 있어."
"예?"
"조병수가 입을 열면... 우리도 연루될 거야."
김상돌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창밖으로 동쪽 하늘이 조금씩 밝아오고 있었다.
긴 밤이 끝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더 긴 싸움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