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아버지
산에서 내려오는 길
석양이 서산에 걸릴 무렵, 이산갑(李山甲)은 지팡이를 짚고 산길을 내려오고 있었다.
등에 멘 지게에는 약초 꾸러미가 가득했다. 당귀(當歸), 황기(黃芪), 산삼(山蔘)... 모두 깊은 산속에서만 구할 수 있는 귀한 것들이었다.
"후우..."
이산갑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숨을 고르며 마을을 내려다봤다.
저 아래 보이는 기와집이 자신의 집이었다.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저녁 준비를 하는 모양이었다.
'지윤이가 무슨 음식을 준비했을까.'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번졌다.
사흘 만에 돌아오는 길이었다. 산속 움막에서 지내며 약초를 캐고, 한도회(韓道會) 결사단원들을 훈련시키느라 집을 비웠던 것이다.
"아버지! 아버지 왔다!"
저 아래서 어린 목소리가 들렸다.
이산갑은 고개를 들었다. 마을 어귀에서 작은 그림자 하나가 팔짝팔짝 뛰어오고 있었다.
"계민이로구나."
둘째 아들 이계민(李啓民)이었다. 네 살배기 꼬마는 짧은 다리로 열심히 달려왔다.
"아버지! 아버지!"
"오냐, 우리 계민이. 아버지 기다렸니?"
이산갑은 지게를 내려놓고 아들을 안아 올렸다.
"응! 엄니가 맛있는 거 많이 만들었어! 빨리 와!"
"그래, 그래. 아버지도 배고프다."
이산갑은 아들을 등에 업고 다시 지게를 멨다. 무거웠지만 마음은 가벼웠다.
집으로 가는 길.
그보다 더 소중한 길이 어디 있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