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란(185)

저녁식탁

by 이 범

저녁 식탁 (晩餐)
대문을 열고 들어서자 마당에서 강지윤(姜芝潤)이 미소를 지으며 맞아주었다.
"오셨어요, 서방님."
"응, 다녀왔소."
지윤은 서른 초반의 나이었지만 여전히 아름다웠다. 아니, 세 아이를 낳고 더욱 성숙한 아름다움이 있었다.
한복 저고리에 치마를 입은 그녀는 단정하면서도 우아했다. 머리를 쪽 찐 모습이 현모양처(賢母良妻) 그 자체였다.




"약초 많이 캐셨네요."
"응. 이번엔 좋은 게 많이 보였어. 특히 황기가 많더군."
"다행이에요. 요즘 마을 어르신들이 기력이 없으셔서 황기차가 필요했거든요."
이산갑은 지게를 마루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안마당으로 들어갔다.




"아버지!"
큰아들 이계오(李啓五)가 뛰어왔다. 다섯 살이었지만 제법 의젓했다.
"져야, 그동안 잘 있었니?"
"예! 아버지 없는 동안 제가 엄니 도와드렸어요!"
"오, 그래? 우리 큰아들 장하구나."
이산갑은 계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엄니 심부름도 하고, 동생들도 돌봐줬어요!"
"기특하다, 기특해."
그때 안방에서 작은 울음소리가 들렸다.
"으앙! 으앙!"
"의호가 깼나 보네요."
지윤이 안방으로 들어갔다. 곧 막내 이의호(李義鎬)를 안고 나왔다.
두 살배기 막내는 아직 잠이 덜 깬 얼굴로 칭얼대고 있었다.
"우리 막내, 아버지 왔다."
이산갑이 손을 내밀자 의호가 그쪽으로 팔을 뻗었다.
"아부... 아부..."
"오냐, 아버지가 안아줄게."
이산갑은 의호를 받아 안았다. 작고 따뜻한 체온이 가슴으로 전해졌다.
'이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이 땅을 지켜야 해.'
저녁상이 차려졌다.
마루에 놓인 소반 위에는 정갈한 음식들이 올라와 있었다.
보리밥, 된장찌개, 나물 반찬, 그리고 생선구이.
"요즘 쌀이 귀한데 이렇게 차려도 되나?"
이산갑이 물었다.
"괜찮아요. 아이들한테는 쌀밥을 먹여야죠. 서방님도 고생하셨으니..."
"고맙소."
가족이 둘러앉았다.
계오와 계민은 제자리에 앉아 숟가락을 들었다. 의호는 지윤의 무릎에 앉아 있었다.
"자, 먹자."
이산갑이 말했다.
"잘 먹겠습니다!"
계오가 또박또박 말했다. 계민도 따라 했다.
"짤 먹겠습니다!"
발음이 어눌했지만 귀여웠다.
밥을 먹는 동안 계오가 물었다.
"아버지, 산에서 뭐 하셨어요?"
"응? 약초도 캐고... 여러 가지 일을 했지."
"어떤 일이요?"
이산갑은 잠시 머뭇거렸다. 다섯 살 아이에게 독립운동이나 무술 훈련 이야기를 할 수는 없었다.
"음... 아픈 사람들을 도와주는 일이야."
"아, 의원(醫員) 선생님처럼요?"
"그래, 비슷하지."
계민이 끼어들었다.
"아버지, 나도 산에 가고 싶어요!"
"계민이는 아직 어려. 크면 데려가 줄게."
"에이..."
계민이가 입을 삐죽 내밀었다.
지윤이 웃으며 말했다.
"계민아, 밥 먹어. 안 그러면 아버지처럼 힘센 사람 못 돼."
"진짜요?"
"그럼. 아버지 봐. 밥 많이 먹어서 저렇게 튼튼하시잖아."
계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열심히 밥을 먹기 시작했다.
이산갑과 지윤은 서로 보며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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