徵用令狀 (징용령장)
徵用令狀 (징용령장)
국가총동원법(國家總動員法)에 의거하여
귀하를 본국 미쓰비시(三菱) 공장 근로자로 징용함.
1938년 9월 20일 오전 10시까지
영광(靈光) 국민학교 운동장 집결소에 출두할 것.
본 명령에 불응할 경우 관계법령에 따라 처벌함.
조선총독부(朝鮮總督府)
청천벽력(靑天霹靂)이었다.
이산갑의 손이 떨렸다. 서류가 바스락거렸다.
"이게..."
그는 다음 장을 넘겼다.
거기에는 『조선노무협회(朝鮮勞務協會)』 촉탁(囑託) 이영근(李永根)이라는 자가 쓴 글이 인쇄되어 있었다.
한글과 한자가 뒤섞인, 어설픈 조선어였다.
젊으니 들은 쌈 터에 갓스니
(젊은이들은 전쟁터에 나갔으니)
총후(銃後)에 나믄 우리들
(전장의 후방에 남은 우리들)
그들이 쓸 총칼을 만들기 위하야
(그들이 쓸 총칼을 만들기 위하여)
밤낫을 헤아리지 안코 부지런히 일 하겠나이다.
(밤낮을 헤아리지 않고 부지런히 일하겠습니다.)
ᄭᅮᆷ에도 게으른 생각이 업겟나이다.
(꿈에도 게으른 생각을 하지 않겠습니다.)
같은 구절이 두 번 반복되어 있었다.
마치 주문처럼, 세뇌하듯.
이산갑의 이가 갈렸다.
"이... 이 개자식들..."
억장(抑腸)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가슴속에서 뜨거운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곧 이성을 되찾고 침착함을 유지했다.
"산돌아."
"예, 어르신..."
산돌의 목소리가 떨렸다. 눈가에 눈물이 맺혀 있었다.
"언제 받았느냐?"
"오늘... 오늘 아침에 면사무소(面事務所)에서 배달이 왔습니다."
"집에는 말했느냐?"
"아직... 못했습니다. 어머니께서 아시면..."
산돌은 말을 잇지 못했다.
그의 어머니는 홀로 산돌을 키웠다. 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셨고, 산돌은 어머니의 유일한 희망이었다.
"걱정 마라."
이산갑이 산돌의 어깨를 잡았다.
"내가... 방법을 찾아보마."
"하지만 어르신... 이건 총독부 명령인데..."
"알고 있다."
이산갑은 다시 징용장을 들여다봤다.
9월 20일.
오늘이 9월 5일이니, 보름밖에 남지 않았다.
이제 갓 22살 나이 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