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무게 (選擇)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이산갑은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마을 어귀에서 김산돌의 어머니를 만났다.
"이 어르신!"
육십 가까운 노파. 등이 굽고 주름진 얼굴이었지만, 아들을 위해 평생 고된 농사일을 해온 강인한 여인이었다.
"아, 산돌이 어머님..."
"들었습니다. 어르신께서 우리 산돌이를..."
노파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어떻게 은혜를 갚아야 할지..."
"아닙니다. 당연한 일을 했을 뿐입니다."
"산돌이가 그러더군요. 어르신이 아니었으면 자기는 어머니를 두고 일본으로 끌려갈 뻔했다고..."
노파는 이산갑의 손을 꽉 잡았다.
"어르신,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이산갑은 고개를 숙였다.
"어머님, 산돌이를 잘 보살피십시오. 그 아이는... 앞으로 이 나라에 꼭 필요한 사람입니다."
"예, 예...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
노파가 떠난 후.
이산갑은 하늘을 올려다봤다.
구름이 빠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나는 옳은 일을 한 걸까?'
'한 명을 구하기 위해 더러운 돈거래를 했다. 그리고 다른 네 명은 포기했다.'
'이게... 정의인가?'
대답은 없었다.
저녁, 집으로 돌아왔다.
강지윤(姜芝潤)이 저녁상을 차리고 있었다.
"어떻게 되었어요?"
"...산돌이는 구했소."
"다행이에요."
"하지만..."
이산갑은 상에 앉으며 말했다.
"다른 아이들은 못 구했소. 철수, 영식이, 춘삼이, 용팔이... 그 아이들은 9월 20일에 끌려갈 겁니다."
지윤의 얼굴도 어두워졌다.
"서방님... 서방님 잘못이 아니에요."
"알고 있소. 하지만..."
"모두를 구할 수는 없어요. 서방님은 최선을 다하셨어요."
지윤이 이산갑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산돌이는 살았잖아요.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어요."
"...고맙소."
두 사람은 한동안 말없이 앉아 있었다.
밥상 위의 음식은 식어갔지만, 아무도 손을 대지 않았다.
밤.
이산갑은 서재로 돌아왔다.
책상 위에는 여전히 『조선식물도감』 원고가 놓여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내가 이 책을 완성한들, 우리 청년들이 끌려가는 현실이 바뀌나?'
'내가 식물을 연구한들, 이 나라의 고통이 멈추나?'
이산갑은 원고를 내려다봤다.
그리고 천천히 붓을 들었다.
'아니다.'
'포기하면 안 된다.'
'이 책은... 우리 것을 기록하는 일이다. 우리의 땅, 우리의 식물, 우리의 지식을 지키는 일이다.'
'언젠가 이 땅이 다시 우리 것이 되었을 때, 이 기록이 필요할 것이다.'
이산갑은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한 글자, 한 글자.
천천히, 정성스럽게.
창밖으로 달빛이 스며들고 있었다.
밤.
이산갑은 서재로 돌아왔다.
책상 위에는 여전히 『조선식물도감』 원고가 놓여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내가 이 책을 완성한들, 우리 청년들이 끌려가는 현실이 바뀌나?'
'내가 식물을 연구한들, 이 나라의 고통이 멈추나?'
이산갑은 원고를 내려다봤다.
그리고 천천히 붓을 들었다.
'아니다.'
'포기하면 안 된다.'
'이 책은... 우리 것을 기록하는 일이다. 우리의 땅, 우리의 식물, 우리의 지식을 지키는 일이다.'
'언젠가 이 땅이 다시 우리 것이 되었을 때, 이 기록이 필요할 것이다.'
이산갑은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한 글자, 한 글자.
천천히, 정성스럽게.
창밖으로 달빛이 스며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