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계속되는 삶 (繼續)
그날 밤.
이산갑은 한도회 결사단원들을 소집했다.
산속 움막에 열다섯 명의 청년이 모였다.
그 중에는 김산돌도 있었다.
"오늘... 우리 동료들이 끌려갔다."
이산갑이 말했다.
"철수, 영식이, 춘삼이, 용팔이. 그들은 이제 일본 땅에서 노역을 하고 있을 것이다."
청년들의 얼굴이 어두웠다.
"우리는... 무력했다. 그들을 지킬 수 없었다."
이산갑의 목소리가 떨렸다.
"하지만."
그는 고개를 들었다.
"우리는 포기할 수 없다. 여기 남은 우리라도, 계속 싸워야 한다."
"어떻게 싸웁니까, 어르신?"
한 청년이 물었다.
"지금처럼. 우리 것을 지키면서, 때를 기다리면서."
이산갑은 단호하게 말했다.
"학당을 지키고, 우리 말을 지키고, 우리 역사를 지키는 것. 그것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싸움이다."
"그리고 언젠가..."
이산갑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이 땅이 다시 우리 것이 되는 날, 우리는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그날을 위해 지금 힘을 기르는 것이다."
청년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어르신!"
"우리는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산돌이가 나섰다.
"어르신, 저는... 제가 살아남은 것이 부끄럽습니다."
"산돌아."
"하지만 어르신께서 구해주신 이 목숨, 헛되이 쓰지 않겠습니다. 반드시 이 나라를 위해 쓰겠습니다."
이산갑은 산돌의 어깨를 잡았다.
"그래. 그것이 네가 할 일이다. 살아남아서, 싸우는 것."
"예!"
밤은 깊어갔다.
하지만 움막 안은 결연한 의지로 가득 차 있었다.
며칠 후.
이산갑은 다시 서재로 돌아왔다.
『조선식물도감』.
그는 마지막 장을 썼다.
"이 땅의 식물은 우리와 함께 살아왔다. 추위와 더위를 견디며, 비바람을 이겨내며. 그리고 이 식물들처럼, 우리 조선 민족도 온갖 시련을 견디고 살아남을 것이다. 이 책을 후세에 남긴다. 언젠가 이 땅이 다시 자유로워지는 그날을 위하여. - 1938년 가을, 이산갑"
탈고였다.
이산갑은 붓을 내려놓았다.
창밖으로 가을 햇살이 비치고 있었다.
여전히 고통의 시대였다.
여전히 암흑이었다.
하지만 그는 알고 있었다.
겨울이 아무리 길어도, 봄은 반드시 온다는 것을.
밤이 아무리 어두워도, 새벽은 반드시 밝아온다는 것을.
'그때까지... 우리는 버텨야 한다.'
이산갑은 원고를 소중히 감쌌다.
그리고 책장 깊숙이 넣어 두었다.
언젠가 필요한 날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