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살아야 100년인 것을 (76) 죽음 부정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by 이 범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죽음 부정

Q: 왜 우리는 죽지 않을 것처럼 살까요?

A: 죽음을 생각하면 무섭기 때문입니다. 해법은 "메멘토 모리(죽음을 기억하라)"입니다. 죽음을 인식할 때 삶이 더 소중해집니다.



불멸의 착각
서울 강남의 42층 오피스텔, 새벽 3시. 정우진(鄭宇鎭)은 노트북 화면을 응시하며 다섯 번째 에너지 드링크를 마셨다. 37세, IT 스타트업 대표. 그의 회사는 최근 200억 원의 시리즈 B 투자를 유치했다.
"아직 시간이 있어."
그는 늘 이렇게 중얼거렸다. 40세까지 유니콘 기업을 만들고, 50세에 은퇴하고, 그다음엔... 그다음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창밖으로 한강이 보였다. 잠들지 않는 도시의 불빛들. 모두가 영원히 달릴 것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콧줄을 끼고 누워있었다. 말기 폐암. 6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은 지 벌써 5개월이 지났다.
"교수님, 주무셔야 합니다."
간호사가 들어왔지만, 한석주는 고개를 저었다. 그의 손에는 낡은 공책이 있었다. 제목은 '死生學 강의록(Lectures on Thanatology)'. 30년간 대학에서 죽음에 관해 강의했지만, 정작 자신의 죽음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졌다.
'나는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쳤던가.'
그는 떨리는 손으로 펜을 들었다.




"죽음은 타인의 것이라고 생각했다. 죽음은 언제나 남의 이야기였다. 교과서 속의 개념이었다. 그러나 이제 안다. 죽음은 나의 것이다."


운명의 교차
2주 후, 우진은 회사 앞 커피숍에서 투자자와 미팅을 했다.
"정 대표, 이번 쿼터 실적이 좋지 않습니다. 번아웃(burnout) 관리는 하고 계십니까?"
40대 중반의 투자자가 물었다. 우진은 자신감 있게 답했다.
"걱정 마십시오. 저는 괜찮습니다. 아직 젊으니까요."
"저도 당신 나이 때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투자자는 쓸쓸하게 웃었다.




"제 친구가 38세에 심근경색으로 갔습니다. 회의 중에 쓰러져서요. 마지막 말이 '아직 할 일이 많은데'였답니다."
우진은 불편한 표정을 지었다. 왜 사람들은 자꾸 죽음 이야기를 하는 걸까.
그날 저녁, 우진은 어머니의 전화를 받았다.
"우진아, 할아버지가 입원하셨어. 위독하시대."
86세의 할아버지. 6.25 전쟁을 겪고, 평생 구두 수선점을 운영하신 분. 우진은 어릴 적 할아버지 무릎에서 놀던 기억이 났다.
"내일 바로 가겠습니다."




병원 복도에서 우진은 한석주 교수와 마주쳤다. 휠체어를 탄 노교수는 혼자 복도를 산책하고 있었다.
"실례지만, 담배 좀 피우러 가시는 건가요?"
한석주가 물었다. 우진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할아버지 병문안을 왔습니다."
"그러십니까."
한석주는 우진의 얼굴을 유심히 봤다.




"젊은 친구, 혹시 시간 있으십니까? 잠깐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우진은 시계를 봤다. 8시. 내일 아침 일찍 투자자 미팅이 있었다. 하지만 노인의 눈빛에는 뭔가 간절한 것이 있었다.
"30분 정도라면요."
두 사람은 병원 옥상 정원으로 올라갔다. 늦가을 바람이 차가웠다.




"젊은이, 당신은 죽음(death)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까?"
한석주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우진은 당황했다.
"글쎄요... 별로 생각해 본 적은 없습니다."
"그렇겠지요. 나도 당신 나이 때는 그랬으니까요."
한석주는 멀리 보이는 도시의 불빛을 바라봤다.




"나는 30년간 대학에서 死生學을 가르쳤습니다. 하이데거(Heidegger)의 存在와 時間(Being and Time), 에피쿠로스(Epicurus)의 죽음론, 소크라테스(Socrates)의 臨終... 모두 가르쳤지요."
"그런데요?"
"정작 나 자신은 죽지 않을 것처럼 살았습니다."
한석주는 쓸쓸하게 웃었다.




"50대까지는 연구에만 몰두했습니다. '나중에 시간 나면 가족과 여행을 가야지.' 60대에는 '은퇴하면 하고 싶은 걸 해야지.' 70대에 암 진단을 받고 나서야 깨달았습니다. 나중이란 없다는 것을요."
우진은 침묵했다. 노교수의 말이 마음 한구석을 찔렀다.
"젊은이, 당신은 지금 무엇을 위해 살고 있습니까?"
"성공하기 위해서요. 회사를 키워서..."
"그다음은요?"
"그다음은..."
우진은 말을 잇지 못했다. 그다음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한석주는 주머니에서 낡은 사진 한 장을 꺼냈다. 젊은 시절의 한석주와 아내, 그리고 어린 딸의 모습.
"제 딸은 25세에 교통사故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내가 해외 학회에 참석하느라 집을 비웠을 때였지요."
"죄송합니다..."
"딸이 마지막으로 남긴 문자가 뭔지 십니까? '아빠, 이번 주말에 시간 있어? 오랜만에 같이 영화 보자.' 나는 '다음에 보자'라고 답했습니다. 그다음은 오지 않았습니다."



각성의 시작
할아버지의 병실. 산소호흡기 소리만 공허하게 울렸다.
"우진아, 왔구나."
할아버지는 가느다란 목소리로 말했다.
"예, 할아버지."
"내가... 이제 얼마 못 사는구나."
"그런 말씀 마세요."
할아버지는 우진의 손을 꼭 잡았다. 그 손은 너무나 가볍고 차가웠다.
"우진아, 할아버지가 평생 후회하는 게 있어."
"무엇인데요?"
"일만 했다는 거야. 구두 수선하느라... 돈 벌느라... 너희 할머니랑 여행 한 번 제대로 못 갔어. 맨날 '나중에, 나중에' 했는데... 그 나중이 안 오더구나."
우진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우진아, 너는... 지금 당장 사랑하는 사람들한테 잘해줘라. 나중은 없어. 내일(tomorrow)은... 약속된 게 아니야."
그날 밤, 할아버지는 86년의 생을 마감했다.
장례식장. 우진은 할아버지의 영정 앞에 앉아 있었다. 사진 속 할아버지는 웃고 있었지만, 그 미소가 슬퍼 보였다.




"정 대표님."
직원 김태민이 다가왔다.
"조의(弔意) 표합니다. 그런데... 내일 투자자 미팅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우진은 태민을 물끄러미 봤다.
"미팅? 아... 미팅."
그는 핸드폰을 꺼냈다. 수십 개의 업무 메시지가 쌓여있었다.
"취소해."
"네? 하지만 이 미팅은 정말 중요한..."
"취소하라니까."
우진의 단호한 목소리에 태민은 물러갔다.




우진은 할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낡은 일기장을 발견했다. 할아버지의 손글씨.
"1953년 7월 27일. 휴전(休戰). 살아남았다. 내일을 볼 수 있다는 게 이렇게 감사한 일인 줄 몰랐다."
"1965년 3월 10일. 구두 수선점 개업. 손님들의 신발을 고치며 생각한다. 신발은 사람의 삶을 담는다. 닳고 해진 신발 속에 그 사람의 인생이 있다."
"1987년 5월 3일. 우진이가 태어났다. 손자를 보니 눈물이 난다. 이 아이가 행복했으면."
"2010년 8월 15일. 아내가 먼저 갔다. 50년을 함께 살았는데 왜 더 잘해주지 못했을까. 후회만 남는다."
"2023년 1월 1일. 새해. 이제 나도 얼마 못 살 것 같다. 하고 싶은 게 많은데 몸이 말을 안 듣는다. 우진이에게 전하고 싶다. 지금(now) 사랑하라고."
우진은 일기장을 덮었다. 눈물이 흘렀다.
한석주 교수는 병실에서 마지막 강의록을 쓰고 있었다.
"死亡否認(Denial of Death)."
"어니스트 베커(Ernest Becker)는 말했다. 인간은 죽음을 부정(deny)함으로써 살아간다고. 우리는 죽음이 타인의 것이라 믿는다. 나는 예외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 이것이 고대 로마(Ancient Rome)의 지혜였다. 승리한 장군이 개선식을 할 때, 노예가 뒤에서 속삭였다고 한다. '당신도 인간일 뿐이다(Hominem te esse memento).'"





"하이데거는 죽음을 向死存在(Being-toward-death)라고 불렀다. 우리는 죽음을 향해 던져진 存在다. 이 사실을 자각할 때, 진정한 實存(authentic existence)이 시작된다."
"나는 평생 이것을 가르쳤지만, 이해하지 못했다. 머리로는 알았지만, 가슴으로는 몰랐다. 이제 6개월밖에 남지 않았을 때서야, 그동안 내가 얼마나 많은 시간을 낭비했는지 깨닫는다."
메멘토 모리
장례를 마치고 2주 후, 우진은 회사에 출근하지 않았다.
"대표님, 어디 계세요? 긴급 미팅이..."
태민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우진은 아내 수연과 함께 강원도로 향했다.
"정말 괜찮아? 회사는?"
수연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괜찮아. 아니, 괜찮지 않아도 상관없어."
우진은 창밖을 바라봤다. 단풍이 물든 산들.
"나 그동안 미쳤던 것 같아. 뭘 위해 그렇게 달렸는지도 모르고."
"우진아..."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하신 말씀이 자꾸 생각나. 나중은 없다고."
그들은 작은 펜션에 짐을 풀었다. 우진은 5년 만에 제대로 된 휴식을 취했다. 아침에 일어나 산책을 하고, 아내와 함께 요리를 하고, 밤에는 별을 봤다.
"이렇게 별이 많았어?"
"서울에서는 안 보이지."
수연이 웃었다.
"우진아, 나 사실 말 안 했는데..."
"응?"
"건강검진에서 혹이 발견됐어. 갑상선."
우진의 얼굴이 굳었다.
"뭐라고? 왜 진작 말 안 했어?"
"말해도 너 안 들을 것 같아서. 맨날 바빴잖아."
우진은 아내를 꼭 안았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괜찮아. 양성일 확률이 높대. 근데 우진아, 난 이번 일로 생각했어.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생각보다 짧을 수도 있다고."
그날 밤, 우진은 노트에 적었다.
"Memento Mori - 죽음을 기억하라."
"1. 매일 아침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면?'이라고 자문(自問)한다."
"2. 중요한 사람들에게 사랑한다고 말한다. 지금 당장."
"3. 나중으로 미루지 않는다. 내일은 보장되지 않는다."
"4. 돈과 성공보다 관계와 경험을 우선한다."
"5. 후회 없이 살기 위해 지금 행동한다."
서울로 돌아온 우진은 회사에 큰 변화를 주었다.
"앞으로 야근을 줄입니다.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합니다."
임원회의에서 우진의 발표에 모두가 놀랐다.
"대표님, 그럼 실적이..."
"실적보다 중요한 게 있습니다. 직원들의 삶입니다."
우진은 단호하게 말했다.
"우리는 성공을 위해 살지 않습니다. 살기 위해 일하는 겁니다. 나는 더 이상 직원들이 죽음을 부정하며 일하길 바라지 않습니다."
"무슨 말씀이신지..."
"제 할아버지는 평생 일만 하시다가 돌아가셨습니다. 마지막 순간에 후회하셨죠. 더 사랑하지 못한 것을. 우리도 그렇게 되고 싶습니까?"
회의실이 조용해졌다.
우진은 한석주 교수를 다시 찾아갔다. 교수는 더 수척해져 있었다.
"교수님, 저 지난번에 뵈었던..."
"기억합니다. 젊은 친구."
한석주는 미소 지었다.
"얼굴이 달라졌군요.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교수님 말씀이 맞았다는 걸."
우진은 의자에 앉았다.
"교수님, 제가 도와드릴 일이 있을까요?"
한석주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도와준다고요?"
"예.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지요."
한석주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그렇다면... 내 마지막 강의를 들어주시겠습니까?"
"강의요?"
"나는 30년간 죽음에 관해 강의했지만, 정작 학생들에게 진짜 중요한 것을 가르치지 못했습니다. 이제라도 전하고 싶습니다. 진짜 메멘토 모리가 무엇인지."
우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한석주는 떨리는 손으로 펜을 들었다.
"첫째, 죽음은 끝이 아니라 의미를 주는 것입니다. 우리 삶이 유한(有限, finite) 하기 때문에 가치(value)가 있습니다. 영원히 산다면 모든 것이 무의미해질 겁니다."
"둘째, 죽음을 기억하는 것은 삶을 포기하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더 깊이, 더 진실하게 사는 것입니다. 매 순간이 선물(gift) 임을 아는 것이죠."
"셋째, 우리는 타인의 죽음을 통해 배웁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상실(loss)은 고통스럽지만, 그 고통이 우리를 성숙하게 만듭니다."
"넷째, 죽음 앞에서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이 명확해집니다. 명예, 돈, 권력... 모두 무의미해집니다. 남는 것은 사랑과 관계뿐입니다."
"마지막으로, 메멘토 모리는 매 순간 존재(presence)하라는 것입니다. 과거의 후회나 미래의 불안이 아닌, 지금 이 순간(here and now)에 깨어있으라는 것이죠."
한석주는 펜을 내려놓았다.
"젊은 친구, 당신은 아직 시간이 있습니다. 제발 나처럼 살지 마십시오. 죽음을 부정하며 살지 마십시오."
"교수님..."
"가서 사랑하십시오. 지금 당장. 내일을 기다리지 마십시오."
2개월 후, 한석주 교수가 세상을 떠났다. 장례식장에는 그가 가르쳤던 수많은 제자들이 모였다.
우진은 조문을 마치고 교수의 유품을 받았다. 그것은 교수가 마지막까지 쓰던 강의록이었다. 마지막 페이지에 이렇게 적혀있었다.
"나는 평생 죽음을 연구했지만, 죽음을 살지는 못했다. 하지만 마지막 6개월은 달랐다. 처음으로 진짜 살았다. 매 순간이 기적(miracle)이었다. 아침에 눈을 뜨는 것, 빵을 먹는 것, 간호사의 미소를 보는 것... 모든 것이 선물이었다."
"죽음을 기억하라(Memento Mori). 그래야 산다(Vivere). 진짜로.

5년이 흘렀다.
우진의 회사는 여전히 성장하고 있었지만, 그 방식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직원들은 일과 삶의 균형(work-life balance)을 찾았고, 회사는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으로 변모했다.
우진과 수연은 두 아이의 부모가 되었다. 우진은 매일 아이들에게 잠자리 동화를 읽어주었고, 주말이면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어느 가을날, 우진은 할아버지의 묘소를 찾았다.
"할아버지, 저 잘 살고 있어요. 할아버지가 하지 못하신 것들, 제가 하고 있어요. 후회 없이 살고 있어요."
바람이 나뭇잎을 흔들었다. 우진은 주머니에서 낡은 사진을 꺼냈다. 할아버지와 어린 우진이 함께 찍은 사진.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우진은 중얼거렸다.
"죽음을 기억하기에, 오늘을 산다."
그는 미소 지으며 일어섰다. 집으로 돌아가 사랑하는 가족들과 저녁을 먹을 시간이었다.
내일은 보장되지 않는다. 하지만 오늘은 있다. 지금 이 순간은 있다.
그리고 그것으로 충분하다.


에필로그(Epilogue)

우진은 한석주 교수의 강의록을 책으로 출판했다. 제목은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며 사는 법(Memento Mori: Living by Remembering Death)』.
책의 마지막 장에 우진은 이렇게 썼다.
"우리는 왜 죽지 않을 것처럼 살까요? 무섭기 때문입니다. 죽음을 직면(confrontation)하는 것이 두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부정(denial)합니다. 망각(oblivion)합니다. 회피(avoidance)합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죽음을 기억할 때 우리는 비로소 살기 시작합니다. 매 순간이 소중해집니다. 미루던 일들을 지금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사랑한다고 말합니다."
"메멘토 모리는 비관(悲觀, pessimism)이 아닙니다. 오히려 가장 낙관적(樂觀的, optimistic)인 태도입니다. 죽음을 인정하기에, 삶을 온전히 긍정할 수 있습니다."
"스토아 철학자(Stoic philosopher) 세네카(Seneca)는 말했습니다. '시간을 아끼지 않는 사람만큼 어리석은 자는 없다(No man is more wretched than he who has never tasted adversity).'"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제한적(限定的, limited)입니다. 하루하루가 카운트다운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답은 단순합니다. 지금(now), 여기서(here), 사랑하며(with love) 사는 것입니다."
"후회(悔恨, regret) 하지 않을 오늘을 사는 것입니다."
"죽음을 기억하십시오(Memento Mori). 그리고 사십시오(Vivere)."
책은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수많은 독자들이 우진에게 편지를 보냈다.
"책을 읽고 부모님께 전화했습니다. 오랜만에 사랑한다고 말했습니다."
"미루던 여행을 떠났습니다. 내일은 없을지도 모르니까요."
"일을 줄이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기로 했습니다."
우진은 이 편지들을 읽으며 생각했다.
할아버지, 한석주 교수님. 당신들의 마지막 가르침이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날 밤, 우진은 일기를 썼다.
"2028年 11月 1日. 오늘 큰딸 서연이가 물었다. '아빠, 사람은 왜 죽어요?' 나는 답했다. '죽기 때문에 삶이 소중한 거란다. 만약 우리가 영원히 산다면, 오늘은 특별하지 않을 거야.'"
"서연이가 다시 물었다. '그럼 아빠는 무서워요?' '조금은 무섭단다. 하지만 그 두려움이 아빠를 깨어있게 해. 매 순간 너희들을 더 사랑하게 만들어.'"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한다. 그래서 오늘을 산다. 후회 없이."

월, 화, 목,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