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교리
붉은 교리
작전 활동 외에도 백호신은 열심히 공산주의 이론을 공부했다. 마르크스, 엥겔스, 레닌의 저작들. 처음에는 어려웠지만, 김한오가 차근차근 설명해 주었다.
"계급투쟁이 역사의 원동력이라네." 김한오가 말했다. "자본가 계급이 노동자를 착취하고, 지주가 농민을 착취하는 것. 이것이 모든 불평등의 근원일세. 하지만 공산주의 사회에서는 이런 착취가 사라지지. 모든 생산수단이 공동 소유가 되고,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살게 되네."
백호신은 이 말을 들으며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것이야말로 자신이 그토록 원했던 세상이 아닌가? 신분도, 차별도 없는 세상. 머슴도, 양반도 없는 세상.
그는 맹렬하게 공부했다. 학습회에 빠지지 않고 참석했고, 밤늦게까지 책을 읽었다. 어려운 용어들을 외우고, 혁명의 원리를 이해하려 애썼다.
점점 백호신의 머릿속에는 하나의 확신이 자리 잡았다. 공산주의야말로 조선을 구원할 유일한 길이라는 확신. 일제를 물리치고 공산주의 사회를 건설하면, 조선은 지상낙원이 될 것이라는 환상.
그는 더 이상 단순히 살아남기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었다. 이제 그는 진정으로 믿었다. 공산주의를. 혁명을. 평등한 세상을.
그리고 그 믿음 속에서 백호신은 자신이 특별한 존재라는 망상을 키워나갔다. 민족 해방의 영웅. 역사에 이름을 남길 혁명가. 그런 과대한 자아상이 그의 내면을 채워갔다.
사실 그것은 착각이었다. 백호신은 수많은 혁명가들 중 한 명에 불과했고, 그의 공헌도 특별할 것이 없었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를 영웅으로 여겼다. 그리고 그 착각이 그를 더욱 맹목적으로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