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란 (217)

남진국

by 이 범

은밀한 소집
서재에아창밖을 바라보았다. 봄비가 내리고 있었다. 마의 매화나무에서 꽃잎이 떨어져 빗물에 떠내려갔다.
문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
"들어오시오."
오상호가 들어왔다. 조부 이충헌 때부터 이 집안을 섬겨온 청지기였다. 이제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였지만 여전히 정정했다.
"도련님, 준비가 되었습니다."
이산갑은 고개를 끄덕이고 일어섰다. "김산돌은?"
"이미 도착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진국이도 왔습니다."
"좋소. 가보겠소."
두 사람은 사랑채를 나와 뒷산으로 향했다. 비를 맞으며 십여 분을 걸어 올라가자 울창한 대나무 숲이 나타났다. 숲 속 깊은 곳에 작은 초가집이 숨어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산지기가 사는 오두막 같았지만, 실제로는 한도회의 비밀 회합 장소였다.
초가집 안에는 이미 두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다. 한 명은 김산돌이었다. 서른 중반의 건장한 사내로, 한도회의 실무를 책임지고 있었다. 다른 한 명은 젊은 청년이었다. 스물여덟 살의 남진국이었다.
"도련님." 남진국이 일어나 허리를 굽혔다.
이산갑은 그를 바라보았다. 키가 육 척이 넘고, 어깨가 넓었다. 눈빛은 날카로웠지만 예의가 바랐다. 오상호의 양아들이었지만, 이산갑은 그를 거의 동생처럼 여겨왔다.
"앉으시오, 진국." 이산갑이 말했다. "오늘은 중요한 이야기를 하려 부른 것이오."
네 사람이 방바닥에 둘러앉았다. 이산갑이 입을 열었다.
"상황이 급박해지고 있소. 일제의 탄압은 날로 심해지고, 만주에서는 전운이 감돌고 있소. 광주에서 학생들이 일어났지만 무참히 짓밟혔소."
김산돌이 끼어들었다. "한도회의 자금 지원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우리도 실질적인 힘을 갖춰야 합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있소." 이산갑이 말을 이었다. "우리 영광의 청년들 중에서 믿을 만한 자들을 모아 조직을 만들려 하오. 이름은 한 선단(韓宣團). 조선을 선양한다는 뜻이오."
오상호가 물었다. "몇 명이나 생각하고 계십니까?"
"스물여덟 명. 삼십 명은 넘지 않도록 하겠소. 인원이 많으면 비밀이 새기 쉽소."
김산돌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후보들을 추려놓았습니다. 모두 한도회 활동을 해온 청년들이고, 신뢰할 수 있는 자들입니다."
"문제는 훈련이오." 이산갑이 남진국을 바라보았다. "우리에게는 이들을 이끌 지도자가 필요하오. 무예에 능하고, 전술을 알고, 무엇보다 청년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사람."
남진국은 침묵했다. 이산갑이 무엇을 말하려는지 알고 있었다.
오상호가 아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진국아, 도련님께서 자네에게 한 선단의 대장을 맡기고자 하신다."
남진국은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저는... 부족합니다. 아직 젊고 경험도 없습니다."
"자네만큼 적임자가 없소." 이산갑이 단호하게 말했다. "자네는 어릴 적부터 택견과 검도를 익혔소. 내가 직접 자네의 실력을 봐왔소. 그리고 자네는 책도 많이 읽었소. 전술과 병법도 공부했소."
"하지만..."
"진국." 오상호가 아들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이것은 우리 집안의 숙원일세. 나는 평생 이충헌 어르신과 이산갑 도련님을 섬기며 살았네. 하지만 내가 할 수 없는 일이 있다네. 바로 싸우는 것이지. 자네는 다르네. 자네는 싸울 수 있네."
남진국은 아버지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 눈에는 기대와 자부심이 담겨 있었다.
"알겠습니다." 남진국이 고개를 숙였다. "제가 하겠습니다."
이산갑은 만족스럽게 미소 지었다. "고맙소, 진국. 자네를 믿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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