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 주인의 추천 도서
서점 주인의 추천 도서
낡은 동네 서점. 주인 현우는 50년째 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대형 서점과 인터넷 서점에 밀려 손님은 줄었지만, 현우는 가게를 닫지 않았다.
"책은 우연히 만나는 거예요. 인터넷 검색으로는 알 수 없는 책들이 있죠."
현우는 늘 그렇게 말했다.
어느 날, 한 대학생이 들어왔다. 답답한 표정이었다.
"아저씨, 인생 책 있어요?"
"인생 책?"
"네, 뭐... 살아갈 이유 같은 거 알려주는 책이요."
현우는 학생을 찬찬히 바라보았다. 20대 초반, 눈빛은 흔들리고, 어깨는 축 처져 있었다.
"잠깐만."
현우는 서가 사이를 걸어 다녔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책 한 권을 꺼냈다.
"이거."
"이게 뭔데요?"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읽어봐."
"아우슈비츠 이야기잖아요. 이게 무슨 인생 책이에요?"
현우는 미소 지었다.
"가장 극한 상황에서도 의미를 찾은 사람의 이야기야. 네가 지금 힘들다고 느끼는 것보다 훨씬 더 힘든 상황에서, 그 사람은 삶의 이유를 찾았어. 읽어봐. 도움이 될 거야."
학생은 책을 샀다.
일주일 후, 그 학생이 다시 왔다. 이번엔 표정이 달랐다.
"아저씨, 다 읽었어요."
"어땠어?"
"울었어요. 그리고... 부끄러웠어요. 저는 아무것도 아닌 일로 힘들어했더라고요."
학생은 책을 꼭 안았다.
"이 책, 제가 평생 간직할게요. 고마워요."
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네. 네가 필요한 책을 만났구나."
그 후로 그 학생은 단골이 됐다. 매주 한 번씩 서점을 찾아와 현우와 이야기를 나눴다. 책 이야기, 인생 이야기, 꿈 이야기.
1년 후, 학생이 말했다.
"아저씨, 저 군대 다녀올게요. 도망치지 않고 제 일을 하고 올게요."
"잘 다녀와. 책 한 권 줄까?"
"네!"
현우는 『티베트 사자의 서』를 건넸다.
"이건 죽음에 관한 책이야. 하지만 진짜 의미는 '어떻게 살 것인가'를 가르쳐 줘. 군대에서 읽어봐."
2년 후, 제대한 학생이 서점을 찾았다. 건강해 보였다.
"아저씨, 다녀왔습니다!"
"오, 잘 다녀왔구나."
학생은 가방에서 책 한 권을 꺼냈다. 현우가 준 『티베트 사자의 서』였다. 밑줄과 메모가 가득했다.
"이 책 덕분에 군대 생활 잘했어요. 힘들 때마다 읽었어요."
현우는 흐뭇하게 웃었다.
"그래, 이제 뭐 할 거야?"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아저씨처럼 사람들에게 책을 추천해 주는. 아니, 학교 선생님이 되어서 아이들에게 좋은 책을 소개해 주고 싶어요."
"좋은 꿈이네."
학생은 헌우의 손을 잡았다.
"아저씨가 제 인생을 바꿨어요. 그때 그 책 한 권이."
현우는 고개를 저었다.
"내가 바꾼 게 아니야. 하나님이 너와 그 책을 만나게 하신 거지. 나는 그냥 중간에서 다리 역할을 했을 뿐이야."
5년 후, 그 학생은 정말 국어 선생님이 됐다. 그리고 첫 월급으로 헌우의 서점에서 책 100권을 샀다. 학교 도서관에 기증하기 위해.
"아저씨, 아저씨가 저한테 해주신 것처럼, 저도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어요. 그들의 인생 책을 찾아주고 싶어요."
현우는 눈물을 흘렸다.
"고맙구나. 네가 또 다른 나가 되어주니."
서점은 작고 낡았지만, 그곳에서 수많은 인생이 바뀌었다. 책 한 권이 절망을 희망으로, 방황을 확신으로, 외로움을 연결로 바꿨다.
현우는 오늘도 서가를 정리하며 기도한다.
"주님, 오늘도 누군가 이곳에서 자신의 책을 만나게 하소서."
신은 책장 사이에도 계신다.
그리고 올바른 책을 추천하는 사람의 지혜 속에도 계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