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째 날의 기적

새벽의 기다림

by 이 범

새벽 4시, 서울 중앙병원 중환자실 앞 복도는 차가운 형광등 불빛만이 공허하게 빛나고 있었다.



이준혁은 딱딱한 플라스틱 의자에 웅크리고 앉아 창밖을 바라보았다.


겨울 새벽하늘은 아직 어두웠지만, 어딘가에서 빛이 스며들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는 그 순간, 어둠과 빛이 교차하는 그 경계에서 준혁은 기도했다.


"하느님..."

그의 입술이 떨렸다. 삼십팔 년을 살면서 제대로 된 기도를 해본 적이 없었다. 어머니는 독실한 신자였지만, 그는 늘 하느님을 멀리했다. 성당에 가는 것도 귀찮았고, 기도하는 시간에 차라리 일을 하거나 잠을 자는 게 나았다.



하지만 지금, 중환자실 너머로 산소호흡기에 의지한 채 누워있는 아내 수진을 생각하니, 그는 처음으로 간절해졌다.



임신 7개월이었다.

갑작스러운 교통사고였다. 횡단보도를 건너던 수진을 술 취한 운전자가 들이받았다. 의사는 말했다. 아내와 아이, 둘 다 살리기 어렵다고. 선택해야 한다고.



"어떻게... 어떻게 선택을 하라는 겁니까?"

준혁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그는 고개를 떨구고 두 손을 모았다. 어머니가 하시던 것처럼.

"하느님, 제가 무엇을 잘못했습니까? 제가 당신을 멀리했기 때문입니까? 그렇다면 저를 벌하십시오. 제 아내와 아이는... 제발..."


생명의 숨결

중환자실 문이 열리고 김 교수가 나왔다. 밤새 수술을 집도한 그의 얼굴은 지쳐 있었다.

"이준혁 씨."

준혁이 벌떡 일어났다.




"아내가... 아기가..."

김 교수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준혁의 다리에 힘이 풀렸다. 하지만 교수는 이어 말했다.

"아직 포기하지 마십시오.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건 의학의 영역을 넘어선 것 같습니다. 기적이 필요합니다."

기적.

준혁은 그 단어를 씹었다. 기적. 그가 평생 믿지 않았던 그것.




복도 끝에서 누군가 걸어오고 있었다. 어머니였다. 칠십이 넘은 어머니는 밤새 성당에서 기도하고 오신 모양이었다. 손에는 작은 성경책이 들려 있었다.

"준혁아."

어머니의 눈은 눈물로 젖어 있었지만, 그 안에는 이상한 평화가 있었다.

"엄마, 수진이가... 아기가..."

준혁은 말을 잇지 못했다. 어머니는 아들을 끌어안았다.

"하느님께서 함께하신단다. 창세기를 읽었니? 하느님께서는 여섯째 날에 생명을 창조하셨어. 땅의 모든 짐승을, 그리고 마지막으로 당신의 모습을 닮은 사람을 만드셨지."

어머니는 성경을 펼쳤다. 떨리는 목소리로 읽기 시작했다.

"하느님께서 말씀하셨다. 우리와 비슷하게 우리 모습으로 사람을 만들자..."

그 순간, 준혁은 이상한 감각을 느꼈다. 마치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복도의 형광등 불빛이, 어머니의 목소리가, 창밖에서 스며드는 새벽빛이 모두 하나로 어우러졌다.

생명.

하느님께서 당신의 손으로 빚으신 생명.

"하느님께서는 이렇게 당신의 모습으로 사람을 창조하셨다..."

어머니의 목소리가 계속되었다. 준혁은 무릎을 꿇었다. 차가운 병원 복도 바닥에 무릎을 대고, 그는 처음으로 진심으로 기도했다.

"하느님, 당신께서 생명을 창조하셨다면, 제 아내와 아이의 생명도 당신 손안에 있습니다. 제가 감히 당신의 뜻을 헤아릴 수는 없지만, 간절히 청합니다. 당신의 자비를 베풀어 주소서."


여섯째 날의 신비

시간은 천천히 흘렀다.

준혁은 중환자실 밖에서 하루를 보냈다. 어머니는 옆에 앉아 묵주를 돌리며 기도했다. 가끔 성당의 신부님이 오셨고, 교우들이 찾아왔다. 그들은 모두 기도했다.

준혁은 그제야 깨달았다. 이 사람들이 무엇을 믿고 있는지를.

단순히 교리나 규율이 아니었다. 그들은 생명의 근원, 모든 것을 창조하신 분, 전지전능하신 그분의 사랑을 믿고 있었다.

저녁 6시, 김 교수가 다시 나왔다.

"준비하십시오. 아기를 꺼내야 합니다. 더 이상 기다리면 둘 다..."

"교수님."

준혁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확고했다.

"하느님께 맡기겠습니다. 교수님, 최선을 다해 주십시오. 하지만 결과는 하느님께서 정하실 것입니다."

김 교수는 잠시 준혁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저도 기도하겠습니다."

그날 밤은 유난히 길었다.

어머니는 창세기를 읽고 또 읽었다.

"하느님께서 그들에게 복을 내리며 말씀하셨다. 자식을 많이 낳고 번성하여 땅을 가득 채우고..."

준혁은 그 말씀을 마음에 새겼다. 축복. 생명은 축복이었다.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주신 첫 번째 축복.

자정이 넘어갈 무렵, 수술실 불이 꺼졌다.

준혁은 벌떡 일어났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문이 열렸다.

김 교수가 나왔다. 그의 얼굴에는 땀이 흥건했지만, 눈가에는 미소가 번졌다.

"축하합니다."

준혁은 그 말을 이해하는 데 몇 초가 걸렸다.

"예?"

"둘 다 살았습니다. 부인도, 아기도."

준혁의 다리에서 힘이 빠졌다. 그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어머니가 "하느님, 감사합니다!"를 외치며 눈물을 흘렸다.

"솔직히... 저도 믿기지 않습니다."

김 교수가 말했다.

"의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부인의 상태가 급격히 호전되었어요. 아기도 건강합니다. 이건..."

"기적입니다."

준혁이 말했다. 눈물이 볼을 타고 흘렀다.

"하느님의 기적입니다."


일곱째 날을 향하여

사흘 후, 준혁은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실로 옮겨진 수진을 만났다.

수진은 여전히 약했지만, 눈을 떴다. 옆 인큐베이터에는 작은 아기가 누워 있었다. 미숙아였지만, 작은 가슴이 규칙적으로 오르내리고 있었다.

"여보..."

수진이 준혁의 손을 잡았다.

"우리 아기... 무사하죠?"

"응. 무사해. 우리 딸, 참 용감해."

준혁은 인큐베이터 안의 아기를 바라보았다. 작고 붉은 그 생명. 손톱만 한 손가락, 솜털 같은 머리카락.

"하느님께서 보시니 참 좋았다."

준혁이 중얼거렸다. 창세기의 그 구절이 이제야 이해되었다.

생명을 창조하시고, 그것을 보시며 "좋다"라고 하신 하느님.

그분은 지금도 살아계셨다. 지금도 생명을 지키시고, 축복하시고, 사랑하고 계셨다.

한 달 후, 준혁은 아기를 안고 성당에 들어섰다.

세례식이었다.

신부님이 아기의 이마에 물을 적시며 말했다.

"생명이라 세례를 주노라."

생명.

준혁과 수진이 함께 지은 이름이었다.

"하느님께서 주신 생명, 하느님께서 지켜주신 생명."

미사가 끝나고, 준혁은 아기를 안고 성당 뜰에 섰다.

봄이었다.

나무들은 새순을 틀었고, 꽃들이 피어나고 있었다. 새들이 지저귀고, 어디선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땅은 생물을 제 종류대로 내어라."

하느님의 말씀이 그대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지금도, 이 순간에도.

준혁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그의 기도는 짧았지만, 그 안에는 온 마음이 담겨 있었다.

"제가 이제야 알았습니다. 당신께서 모든 것을 창조하시고, 모든 생명을 사랑하신다는 것을. 당신께서는 저에게 아내를, 딸을, 새로운 삶을 주셨습니다. 이 은총을 잊지 않겠습니다."

아기 생명이 가 작은 손을 움직였다. 햇빛이 그 작은 손가락을 비췄다.

"하느님께서는 이렇게 당신의 모습으로 사람을 창조하셨다."

준혁은 그 말씀을 다시 한번 되새겼다.

자기 품에 안긴 이 작은 생명도, 하느님의 모습을 담고 있었다. 사랑받기 위해, 사랑하기 위해 창조된 존재.

저녁이 되고 있었다.

서쪽 하늘이 붉게 물들었다. 또 하루가 저물고, 새로운 아침이 올 것이다.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

준혁은 미소 지었다.

매일매일이 하느님의 창조였다. 매 순간이 기적이었다.

그는 이제 알았다.

하느님은 먼 옛날 여섯째 날에만 생명을 창조하신 것이 아니라, 지금도 매일 생명을 빚으시고, 지키시고, 축복하신다는 것을.

"당신께서 손수 만드신 모든 것이 참 좋습니다."

준혁이 기도했다.

"제 삶도, 제 가족도, 이 모든 것이 당신의 축복입니다. 이제 저는 당신과 함께 걷겠습니다. 일곱째 날의 안식을 향해, 당신의 평화를 향해."

아기가 눈을 떴다.

맑고 투명한 그 눈동자 안에, 온 세상이 반짝이고 있었다.

새로운 생명.

하느님께서 참 좋다고 하신, 바로 그 생명.

준혁은 아기를 가슴에 꼭 안았다.

그리고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떼었다.

하느님과 함께, 새로운 날을 향해.

저녁이 되고, 다시 아침이 올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날에, 하느님의 사랑이 함께할 것이다.

"하느님께서 보시니 손수 만드신 모든 것이 참 좋았다.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 엿샛날이 지났다." - 창세기 1:31


생명을 주신 하느님께 드리는 기도
전지전능하신 하느님,
당신께서 여섯째 날에 생명을 창조하시고 "참 좋다"라고 하신 그 은총을 이제야 깨닫습니다.
어둠 속에서 헤매던 제가 간절히 부르짖을 때, 당신께서는 침묵하지 않으셨습니다. 의학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기적으로 제 아내와 아이를 살려주셨습니다.
하느님, 당신의 모습을 닮은 이 작은 생명을 보며 고백합니다. 모든 생명은 당신의 선물이며, 당신의 사랑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음을.
제가 교만했습니다. 당신을 멀리했습니다. 그러나 당신께서는 저를 버리지 않으시고 은총으로 다시 일으켜 세우셨습니다.
이제 저는 압니다.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는 매 순간이 당신의 창조이며, 숨 쉬는 이 순간이 기적임을.
하느님, 이 아이가 당신의 사랑 안에서 자라게 하소서. 저희 가족이 당신의 뜻을 따라 살게 하소서.
당신께서 손수 만드신 모든 것이 참 좋습니다.
이 모든 은총에 감사드리며,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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