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의 칼날
복수의 칼날
1941년 봄, 한 선단은 비밀회의를 열었다.
스물다섯 명이 모두 모였다. 얼굴에는 십 년의 세월이 새겨져 있었다. 소년이었던 그들은 이제 장년이 되었다.
남진국이 일어섰다. 그도 이제 마흔이 넘었다. 하지만 여전히 건장했다.
"동지들. 우리는 십 년을 기다렸소. 훈련하고, 준비하고, 참았소."
청년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본의 패배가 가까워지고 있소. 하지만 그전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있소."
"무엇입니까?"
"복수요."
정적이 흘렀다.
"일본인들이 우리에게 한 것을 기억하시오. 수탈, 징용, 고문, 학살. 우리의 누이들을 끌고 갔소. 우리의 형제들을 죽였소."
남진국의 목소리가 떨렸다. 분노가 아니라 슬픔으로.
"하지만 우리는 함부로 움직여서는 안 되오. 무고한 자를 해쳐서도 안 되오. 우리는 의병이지 산적이 아니오."
한 청년이 물었다. "그렇다면 누구를 치겠습니까?"
"일본 관리들. 특히 조선인을 가장 많이 괴롭힌 자들. 그리고 친일파들."
"언제?"
"때를 봐서. 이산갑 선생님과 의논해서."
남진국은 잠시 멈췄다가 말했다.
"하지만 명심하시오. 우리의 목적은 복수가 아니오. 조선의 독립이오. 복수는 그 과정일 뿐이오."
청년들이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좋소. 이제 우리는 진짜 싸움을 준비해야 하오. 십 년의 훈련이 헛되지 않게."
남진국은 무기고를 열었다. 스무 자루의 소총, 오백 발의 탄약, 그리고 수십 자루의 칼과 창.
"이것이 우리의 무기요. 적지만 충분하오. 우리는 게릴라요. 숫자가 아니라 전술로 싸우오."
그는 소총을 하나 들어 올렸다.
"조소앙 선생과 홍범도 장군이 우리를 믿고 이것을 보내주셨소. 그 믿음을 저버리지 맙시다."
"저버리지 않겠습니다!"
회의가 끝난 후, 남진국은 혼자 남았다. 그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이산갑 선생님. 당신의 외유내강을 배웠습니다. 겉으로는 순응하지만 속으로는 칼날을 갈았습니다. 이제 그 칼날을 쓸 때가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그는 자신의 칼을 꺼내 들었다. 십 년 동안 갈아온 칼. 날이 번쩍였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기다리면...'
밖에서 새소리가 들렸다. 봄이 왔다. 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왔다.
조선에도 곧 봄이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