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종의 열매
순종의 열매
2년이 지났다.
방주가 거의 완성되었다.
길이 150미터, 너비 25미터, 높이 15미터.
3층으로 된 거대한 배.
사람들은 여전히 비웃었다.
"아직도 저거 짓고 있네."
"돈이 얼마나 들어갔을까?"
"바보 같은 놈."
하지만 노 가족은 포기하지 않았다.
어느 날, 방주가 완성되었다.
"여보, 다 끝났어요."
수미가 말했다.
"응. 하느님께서 명령하신 대로 다 했어."
"이제 뭐 해요?"
"기다리는 거야."
"뭘요?"
"하느님의 다음 명령을."
그날 밤, 준혁은 또 꿈을 꾸었다.
"준혁아."
"네, 주님."
"잘했다. 너는 내 명령대로 다 하였다."
"감사합니다."
"이제 네 가족과 함께 방주로 들어가라."
"홍수가 오는 겁니까?"
"그렇다."
"언제요?"
"때가 되면 알려주겠다."
"주님, 질문 있습니다."
"말하라."
"정말 모든 사람이 죽습니까?"
"그렇다."
"제 친구들도요? 이웃들도요?"
"그들은 타락했다. 그들은 폭력으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준혁아, 너는 2년 동안 그들에게 경고했다."
"네."
"그들이 믿지 않았다. 그것은 그들의 선택이다."
"알겠습니다."
다음 날, 준혁은 가족을 모았다.
"얘들아, 이제 방주에 들어가야 해."
"언제요?"
"곧. 하느님께서 알려주실 거야."
"아빠, 전 친구들한테 인사하고 싶어요."
지은이 말했다.
"그래, 해라."
"그리고 아빠, 제가 말해도 될까요? 방주에 같이 타자고?"
"물론이지."
지은은 친구들을 찾아갔다.
"얘들아, 우리 아빠가 지은 방주 있잖아."
"응, 그 미친..."
"아니야. 아빠는 안 미쳤어. 하느님께서 명령하신 거야."
"뭐?"
"정말 홍수가 올 거래. 너희도 같이 타자."
친구들이 웃었다.
"지은아, 너도 미쳤구나."
"홍수? 여긴 산속인데?"
"너희 가족 정신병원 가야 해."
지은은 울면서 돌아왔다.
"아빠, 아무도 안 믿어요."
"그래도 너는 할 일을 했어."
성민도 의대 친구들에게 말했다.
"얘들아, 나 잠깐 휴학할 거야."
"왜?"
"우리 아빠가... 방주를 지으셨거든."
"아, 그 미친..."
"아니야. 하느님의 명령이야. 너희도 같이..."
"성민아, 정신 차려. 넌 의대생이잖아. 과학을 믿어야지."
"이건 과학의 문제가 아니야. 믿음의 문제야."
"미안하지만 난 못 믿겠어."
현우는 미대 교수님을 찾아갔다.
"교수님, 제가 그린 그림 보세요."
방주 그림이었다.
"현우 군, 이거... 노아의 방주?"
"네. 우리 아빠가 지으셨어요."
"아, 소문 들었어. 자네 아버지가..."
"교수님, 정말입니다. 홍수가 올 겁니다."
교수는 고개를 저었다.
"현우 군, 예술과 현실을 구분해야지."
한 달 후.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동물들이 방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여보, 저것 좀 봐요!"
수미가 소리쳤다.
사슴 두 마리가 방주로 걸어왔다.
"세상에..."
새들도 날아왔다.
한 쌍씩.
"하느님께서 보내시는구나."
준혁이 중얼거렸다.
동네 사람들이 구경하러 왔다.
"뭐야, 저거?"
"동물들이 배로 들어가네?"
"마술이야?"
김신부도 왔다.
"준혁아, 정말... 하느님의 일이구나."
"네, 신부님."
"이제 믿겠네. 홍수가 오는구나."
"신부님도 타세요."
"아니야. 난 여기 남아서 사람들을 도와야 해."
"하지만..."
"준혁아, 하느님께서 너를 선택하셨어. 넌 의롭고 흠 없는 사람이니까."
"전 그렇지 않습니다."
"아니야. 넌 2년 동안 순종했어. 그게 의로움이야."
일주일 후.
하늘이 어두워졌다.
"여보, 이제 들어가야 할 것 같아요."
수미가 말했다.
"그래. 얘들아, 짐 챙겨."
노 가족은 방주에 올랐다.
마지막으로 준혁은 밖을 내다보았다.
친구 철수가 달려왔다.
"준혁아! 나도 태워줘!"
"철수야, 왜 이제 와?"
"미안해! 내가 틀렸어!"
"빨리 타!"
철수가 방주에 올랐다.
다른 사람들도 뛰어왔다.
"저희도 태워주세요!"
"제발요!"
하지만 너무 늦었다.
하늘이 열리며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주님, 저들은..."
"준혁아, 문을 닫아라."
하느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준혁은 울면서 문을 닫았다.
밖에서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
"열어주세요!"
"제발!"
방주 안에서 노 가족은 무릎을 꿇었다.
"주님, 용서해 주소서."
비는 40일 동안 내렸다.
방주는 물 위에 떠올랐다.
성민이 창문으로 밖을 내다보았다.
"아빠, 세상이 다 물에 잠겼어요."
"그래."
"무서워요."
"괜찮아. 하느님께서 우릴 지켜주실 거야."
현우가 말했다.
"아빠, 우리만 살아남은 거죠?"
"그런 것 같구나."
"왜 하필 우리예요?"
준혁은 성경을 펼쳤다.
"'노아는 당대에 의롭고 흠 없는 사람이었다. 노아는 하느님과 함께 살아갔다.'"
"아빠가 의로워서요?"
"아니야. 아빠는 그냥 순종했을 뿐이야."
"순종?"
"하느님께서 명령하셨을 때, 미친 소리 같았지만 믿고 따랐어."
"그게 의로움이야."
지은이 물었다.
"아빠, 우리 이제 어떻게 돼요?"
"새로운 세상이 시작될 거야."
"새로운 세상?"
"응. 하느님께서 다시 만드실 세상."
"타락하지 않은 세상."
수미가 남편의 손을 잡았다.
"당신 믿길 잘했어요."
"고마워."
"처음엔 미쳤다고 생각했어요. 솔직히."
"알아."
"하지만 당신은 옳았어요."
철수가 다가왔다.
"준혁아, 미안해."
"뭐가?"
"2년 동안 널 미쳤다고 했잖아."
"괜찮아."
"넌 의로운 사람이야. 난 이제야 알았어."
준혁은 친구를 안았다.
"우리 모두 살아남았잖아. 그걸로 됐어."
방주는 물 위를 표류했다.
세상은 침묵했다.
하지만 방주 안에는 생명이 있었다.
희망이 있었다.
새로운 시작이 있었다.
에필로그
150일 후.
물이 빠지기 시작했다.
"아빠, 땅이 보여요!"
현우가 외쳤다.
"정말?"
방주가 아라랏 산에 머물렀다.
문을 열자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다.
"와..."
노 가족은 방주에서 내렸다.
동물들도 한 쌍씩 나갔다.
준혁은 무릎을 꿇었다.
"주님, 감사합니다."
"우리를 구원해 주셔서."
"순종의 길을 가르쳐주셔서."
하늘에서 무지개가 나타났다.
"저게 뭐예요?"
지은이 물었다.
"약속이야."
"무슨 약속?"
"하느님께서 다시는 홍수로 세상을 멸하지 않으시겠다는 약속."
성민이 말했다.
"아빠, 이제 우리가 뭘 해야 해요?"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야지."
"어떻게요?"
"의롭게 살면서. 하느님과 함께 살아가면서."
노 가족은 새 출발을 했다.
방주에서 나온 유일한 생존자들.
그들의 후손이 세상을 다시 채웠다.
그리고 그들은 대대로 이야기를 전했다.
"할아버지가 어떻게 살았는지 아니?"
"의롭게 살았어."
"그리고?"
"순종했어. 하느님 말씀에."
"그래서?"
"우리가 있는 거야."
"노아는 당대에 의롭고 흠 없는 사람이었다. 노아는 하느님과 함께 살아갔다. 노아는 그대로 하였다. 하느님께서 그에게 명령하신 대로 다 하였다."
창세기 6:9, 22
세상은 타락했다.
하지만 한 사람이 의롭게 살았다.
그가 순종했다.
그래서 세상이 다시 시작되었다.
순종은 미친 짓이 아니다.
순종은 믿음이다.
그리고 그 믿음이 세상을 구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