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종
방주를 짓기 시작하다
한 달 후, 준혁은 결정했다.
"여보, 나 방주를 지을 거야."
"진짜요?"
"응. 하느님께서 계속 명령하시는데, 안 할 수가 없어."
"어디에 짓는데요?"
"경기도에 땅이 있잖아. 아버지가 물려주신."
"거긴 산속인데..."
"노아도 산속에서 지었을 거야."
수미는 한참을 망설이다 말했다.
"좋아요. 당신이 하느님 명령이라고 믿는다면, 전 따르겠어요."
"고마워."
"하지만 애들한테 뭐라고 할 거예요?"
"진실을 말해야지."
저녁 식사 때, 준혁은 세 자녀에게 말했다.
"얘들아, 아빠가 할 말이 있어."
"뭔데요?"
"아빠가... 배를 한 척지을 거야."
"배요? 아빠가?"
"응. 하느님께서 명령하셨어."
성민이 당황했다.
"아빠, 무슨 소리예요?"
"하느님께서 방주를 지으라고 하셨어. 세상을 심판하실 거래."
현우가 웃었다.
"아빠, 농담이죠?"
"아니야. 진심이야."
지은이 울먹였다.
"아빠, 미쳤어요?"
"미친 게 아니야. 하느님의 명령이야."
성민이 벌떡 일어났다.
"아빠, 정신 차리세요! 지금 무슨 소리 하시는 거예요?"
"성민아, 앉아라."
"못 앉아요! 사람들이 뭐라고 하겠어요? 우리 아빠가 미쳤다고 할 거예요!"
수미가 아들을 진정시켰다.
"성민아, 아빠 말씀 들어봐."
"엄마도 찬성하세요?"
"난 아빠를 믿어."
현우가 조용히 말했다.
"아빠, 진짜 하느님께서 말씀하신 거예요?"
"그래."
"어떻게 확신해요?"
"매일 밤 똑같은 꿈을 꾸거든. 구체적인 설계도까지 다 보여주셔."
지은이 물었다.
"그럼 정말 세상이 망하는 거예요?"
"아빠는 모르겠어. 하지만 하느님께서 명령하시면 순종해야지."
그날부터 노 가족의 시련이 시작되었다.
이웃들이 수군거렸다.
"노 건축가가 미쳤대."
"산속에서 배를 짓는다며?"
"노아 흉내 낸대."
"정신병원에 가야 하는 거 아냐?"
준혁의 친구 박철수가 찾아왔다.
"준혁아, 정신 차려."
"무슨 소리야?"
"방주 짓는다며? 너 미쳤어?"
"난 하느님의 명령을 따르는 거야."
"하느님? 그게 진짜 하느님 목소리인지 어떻게 알아?"
"믿음으로 아는 거지."
철수는 한숨을 쉬었다.
"너 이러다 파산해. 그 큰 배 짓는데 돈이 얼마나 들어가는데?"
"하느님께서 공급하실 거야."
"준혁아, 난 네 친구야. 제발 정신 차려."
하지만 준혁은 흔들리지 않았다.
이틀 후, 땅 파는 작업이 시작되었다.
"아빠, 학교에서 애들이 저 놀려요."
지은이 울면서 왔다.
"뭐래?"
"'너네 아빠 미친 사람'이래요."
준혁은 딸을 안았다.
"미안해, 지은아."
"아빠, 정말 해야 돼요?"
"응. 해야 해."
"왜요?"
"하느님께서 우릴 구원하시려고 하시거든."
석 달이 지났다.
방주의 기초가 만들어졌다.
사람들이 구경하러 왔다.
"저게 뭐야?"
"배래."
"산속에서 배를?"
"미친놈이지."
준혁은 묵묵히 일했다.
아들들도 주말마다 와서 도왔다.
"아빠, 힘들어요."
현우가 말했다.
"조금만 더 힘내자."
"아빠, 정말 홍수가 올까요?"
"모르겠다. 하지만 하느님을 믿어야지."
성민이 망치를 들며 말했다.
"전 아직도 이해 안 돼요. 하지만 아빠를 돕겠어요."
"고맙다, 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