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들의 행렬
동물들의 행렬
다음 날 아침.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동물들이 방주로 오기 시작한 것이다.
"여보! 저기 봐요!"
수미가 소리쳤다.
양 두 마리가 방주로 걸어오고 있었다.
아니, 일곱 쌍이었다.
수양 일곱 마리, 암양 일곱 마리.
"정결한 짐승이다!"
준혁이 외쳤다.
이어서 소가 왔다.
일곱 쌍.
염소도 일곱 쌍.
"아빠, 정결한 짐승이 뭐예요?"
지은이 물었다.
"성경에서 제사에 쓸 수 있는 동물이야. 소, 양, 염소, 비둘기..."
"왜 일곱 쌍이에요?"
"나중에 제사를 드려야 하니까. 그리고 번식해서 다시 세상을 채워야 하니까."
돼지가 왔다.
한 쌍만.
"돼지는 부정한 짐승이야. 한 쌍만 오는구나."
개, 고양이, 토끼... 모두 한 쌍씩.
새들이 날아왔다.
비둘기 일곱 쌍.
참새 일곱 쌍.
까치 한 쌍.
까마귀 한 쌍.
"하늘의 새들도 오네요!"
현우가 감탄했다.
사람들이 몰려왔다.
"뭐야, 저거?"
"동물들이 배로 들어가잖아?"
"신기하다..."
"혹시 정말 홍수가 오는 건가?"
한 남자가 다가왔다.
"노 선생, 저도 태워주시오!"
"왜 타시려고 하십니까?"
"동물들도 다 타는데, 사람이 못 탈 이유가 있소?"
"회개하셨습니까?"
"회개? 그게 뭐요?"
"하느님 앞에서 죄를 고백하는 겁니다."
"아, 그거? 나중에 배 안에서 할게요. 일단 태워주시오."
준혁은 주님께 물었다.
'주님, 이 사람은 어떻습니까?'
마음속에서 대답이 들렸다.
'아니다.'
"죄송합니다. 진심이 아니면 탈 수 없습니다."
"뭐? 이 사기꾼!"
남자는 화를 내며 갔다.
또 다른 여자가 왔다.
"선생님, 저 좀 태워주세요."
"왜 타시려고 하십니까?"
"제가... 잘못 살았어요. 이웃을 미워하고, 남편을 배신하고..."
여자가 울기 시작했다.
"하느님, 용서해 주세요. 저 정말 잘못했어요."
준혁은 주님께 물었다.
'주님, 이 분은요?'
'좋다. 데려가거라.'
"어서 오십시오."
"감사합니다!"
여자가 방주에 올랐다.
하루 종일 사람들이 왔다.
어떤 이는 받아들여지고, 어떤 이는 거절당했다.
저녁이 되었을 때.
총 열여섯 명이 방주에 올랐다.
노아 가족 다섯.
최영희 집사와 손자.
진심으로 회개한 아홉 명.
"주님, 이것으로 충분합니까?"
'충분하다.'
셋째 날.
더 이상 사람은 오지 않았다.
하지만 동물들은 계속 왔다.
벌레들도 왔다.
개미 한 쌍.
나비 한 쌍.
심지어 거미도.
"아빠, 거미도 살려야 해요?"
지은이 징그러워했다.
"그래. 모든 생물이 다 필요해."
"왜요?"
"생태계를 이루니까. 하나라도 없으면 안 돼."
넷째 날.
박철수가 왔다.
"준혁아."
"철수야!"
"나... 탈 수 있을까?"
"당연하지! 어서 와!"
"미안해. 그동안 너 미쳤다고 했잖아."
"괜찮아. 이제 왔으니까."
철수가 방주에 올랐다.
다섯째 날.
성민의 의대 친구 하나가 왔다.
"성민아."
"재훈아! 왔구나!"
"응... 미안. 늦었지?"
"아니야. 아직 안 늦었어."
"난... 과학만 믿었어. 하느님은 미신이라고 생각했어."
"이제 믿어?"
"응. 동물들 보고 깨달았어. 이건 과학으로 설명 안 돼."
재훈도 방주에 올랐다.
여섯째 날.
준혁의 사촌동생 준수가 왔다.
"형..."
"준수야."
"형, 미안해. 그때 형한테 정신병자라고..."
"괜찮아."
"안 괜찮아! 형은 옳았어. 나만 바보였어."
"들어와."
"감사해, 형."
총 열아홉 명이 되었다.
문을 닫는 날
일곱째 날.
새벽부터 하늘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주님, 이제 문을 닫습니까?"
'그렇다.'
준혁은 밖을 마지막으로 내다보았다.
사람들이 여전히 비웃고 있었다.
"저 바보들 아직도 배 안에 있네."
"7일 됐는데 아무 일도 안 일어났잖아?"
"사기꾼들!"
준혁은 가슴이 아팠다.
"주님, 정말 저들은..."
'그들은 스스로 선택했다.'
"알겠습니다."
준혁이 무거운 문을 닫으려는 순간.
한 소년이 달려왔다.
"아저씨! 저도 태워주세요!"
지은이 알아보았다.
"민준이잖아! 제 짝꿍이에요!"
"지은아, 정말이야? 홍수 와?"
"응! 빨리 타!"
민준이가 방주로 뛰어올랐다.
"감사합니다!"
그 뒤로 민준이 엄마가 뛰어왔다.
"우리 아들! 기다려!"
"엄마도 빨리!"
엄마도 올랐다.
더 이상 아무도 오지 않았다.
"주님, 이제..."
'문을 닫아라.'
준혁은 눈물을 흘리며 문을 닫았다.
쾅.
밖에서 사람들이 소리쳤다.
"야! 뭐 하는 거야!"
"문 열어!"
하지만 이미 늦었다.
첫 빗방울이 떨어졌다.
똑.
"비다!"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똑똑똑.
비가 점점 거세졌다.
폭우.
"진짜네!"
"방주로 가자!"
사람들이 방주로 달려들었다.
"문 열어!"
"제발!"
하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다.
방주 안에서 스물한 명이 무릎을 꿇었다.
"하느님, 용서해 주소서."
"저희를 구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밖에서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
"살려줘!"
"제발!"
하지만 비는 멈추지 않았다.
40일 동안.
밤낮으로.
세상은 물에 잠겼다.
준혁은 제단을 만들었다.
정결한 짐승 중 양 한 마리를 제물로 드렸다.
"주님, 감사합니다."
"저희를 의롭다 여겨주셔서."
"순종의 길을 가르쳐주셔서."
스물한 명이 함께 기도했다.
"주님, 저희는 새 세상에서 올바르게 살겠습니다."
"당신의 말씀대로 살겠습니다."
"아멘."
방주는 물 위를 떠다녔다.
밖의 세상은 사라졌다.
하지만 안에는 생명이 있었다.
희망이 있었다.
미래가 있었다.
비가 그치고 40일이 지났다.
물이 빠지기 시작했다.
"아빠, 저기 땅이 보여요!"
지은이 창문으로 외쳤다.
"정말?"
방주가 아라랏 산에 머물렀다.
"주님, 이제 나가도 됩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라.'
40일을 더 기다렸다.
마침내 주님께서 말씀하셨다.
'이제 나가거라.'
문이 열렸다.
새로운 세상.
깨끗한 공기.
푸른 하늘.
"와..."
스물한 명이 방주에서 내렸다.
동물들도 한 쌍씩, 일곱 쌍씩 나갔다.
준혁은 제일 먼저 제단을 쌓았다.
정결한 짐승으로 번제를 드렸다.
"주님, 감사합니다."
"저희를 구원해 주셔서."
"의롭다 여겨주셔서."
하늘에서 무지개가 나타났다.
일곱 색깔.
주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다시는 홍수로 세상을 멸하지 않겠다."
"이 무지개가 내 언약의 표시다."
"너희는 생육하고 번성하여라."
"땅을 채워라."
스물한 명은 무릎을 꿇었다.
"감사합니다, 주님."
"순종하겠습니다."
"아멘."
에필로그 - 의인의 후손
10년 후.
노아 마을에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했다.
스물한 명에서 시작된 공동체는 이제 오십 명이 넘었다.
준혁은 이제 쉰여덟.
손자 손녀가 넷이나 되었다.
어느 안식일 저녁.
온 마을이 모여 예배를 드렸다.
준혁이 간증했다.
"여러분, 제가 의로운 사람이었을까요?"
사람들이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아닙니다."
준혁이 고개를 저었다.
"저는 그냥 순종했을 뿐입니다."
"주님께서 방주를 지으라 하셔서 지었습니다."
"정결한 짐승을 일곱 쌍씩 데려가라 하셔서 데려갔습니다."
"문을 닫으라 하셔서 닫았습니다."
"그게 다입니다."
"하지만 주님께서는 그것을 의로움이라 하셨습니다."
준혁은 성경을 들어 올렸다.
"'노아는 주님께서 명령하신 대로 다 하였다.'"
"이것이 우리의 표어입니다."
"명령하신 대로."
"이해하지 못해도."
"믿기 어려워도."
"순종하는 것."
"그것이 의로움입니다."
최영희 집사가 손을 들었다.
"노아 형제님, 질문 있습니다."
"네."
"앞으로도 또 홍수가 올까요?"
준혁은 하늘의 무지개를 가리켰다.
"아닙니다. 주님께서 약속하셨습니다."
"하지만..."
준혁은 잠시 멈췄다.
"또 다른 심판은 올 것입니다."
"물이 아니라 불로."
"언제요?"
"모릅니다. 하지만 주님께서 정하신 때에."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준비해야 합니다."
"어떻게요?"
"의롭게 살면서."
"순종하면서."
"그러면 그날이 와도 두렵지 않을 것입니다."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밤, 준혁은 일기를 썼다.
"주님, 감사합니다."
"저를 의인이라 불러주셔서."
"사실 저는 의롭지 않았습니다."
"약했고, 두려웠고, 의심했습니다."
"하지만 순종했습니다."
"그것만이 제가 한 일입니다."
"앞으로도 순종하겠습니다."
"명령하신 대로."
"이해하지 못해도."
"끝까지."
"아멘."
"너는 네 가족들과 함께 방주로 들어가거라. 내가 보니 이 세대에 내 앞에서 의로운 사람은 너밖에 없구나. 노아는 주님께서 명령하신 대로 다 하였다."
창세기 7:1, 5
의로움은 완벽함이 아니다.
의로움은 순종이다.
하느님께서 부르시면 응답하고,
명령하시면 따르고,
약속하시면 믿는 것.
그것이 의로움이다.
그리고 그 의로움이
세상을 구원한다.
노아는 의로웠다.
완벽해서가 아니라
순종했기 때문에.
우리도 그렇게 살자.
명령하신 대로.
끝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