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갓길
귀갓길
물뫼산을 내려오는 길, 이산갑의 마음은 묘하게 평화로웠다.
'오늘 종친들을 만나니, 내가 혼자가 아니구나.'
'우리 모두가 함께 싸우고 있구나.'
'신사참배는 거부해도, 우리 조상님께 드리는 제사만은 누구도 막을 수 없구나.'
집에 도착했을 때, 산돌이 기다리고 있었다.
"산감님, 무사히 다녀오셨습니까?"
"그래, 산돌아."
"혹시 누가 찾아오지는 않았나?"
"다행히 아무도 오지 않았습니다."
이산갑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산돌아, 오늘 참 좋은 날이었네."
"예?"
"우리 종친들을 만나 조상님께 제를 올렸네. 비록 은밀하게 했지만, 마음만은 떳떳했네."
"그러셨군요."
"일본 놈들이 신사참배를 강요하지만, 우리는 절대 우리 조상님을 잊지 않을 것이네."
산돌이 고개를 끄덕였다.
"산감님, 함평이 씨 가문이 자랑스럽습니다."
"나도 그렇네, 산돌아. 나도 그렇네."
이산갑은 방으로 들어가 조용히 기도했다.
'조상님들, 이 어두운 시대가 지나가면, 저희가 떳떳하게 제를 올릴 수 있는 날이 오겠지요?'
'그날까지 저희가 견디겠습니다. 함평이씨의 후손으로서, 떳떳하게.'
창밖으로 아침 해가 떠올랐다.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산갑의 마음속에는 조상들의 정신이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었다.
淸白吏道 (청백이도) - 청렴하게 관직의 도리를 지킨다
忠孝傳家 (충효전가) - 충성과 효도로 집안을 전한다
이것이 함평이씨의 정신이었다.
그리고 그 정신은 일제강점기의 어둠 속에서도 여전히 빛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