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란 (237)

중시조 이민호 위패 앞에서

by 이 범

중시조 이민호 위패 앞에서
사당 안에는 함평이 씨 선조들의 위패가 모셨다.
가장 앞에는 중시조 이민호(李敏鎬)와 그 부인 윤서영(尹瑞英)의 위패가 있었다.
그 옆으로 이도준(승려가 된 장남), 이성준(첨사), 이병기(도호부사)의 위패가 나란히 모셔져 있었다.
이산갑은 위패 앞에 무릎을 꿇었다.
"중시조 할아버님, 증조할아버님, 할아버님, 아버님..."
그의 목소리가 떨렸다.
"불효한 손자 이산갑, 오늘 이렇게 은밀히 제를 올리게 되었습니다. 용서하십시오."
다른 종친들도 함께 무릎을 꿇었다.
"우리는 왜놈들의 신사참배는 거부하지만, 조상님들께 드리는 제사만은 절대 포기할 수 없습니다."
제례의 시작
이청로 어르신이 헌관(獻官)이 되어 제례를 시작했다.
"참신(參神)!"
모두가 두 번 절했다.
이산갑이 축문(祝文)을 읽었다.
"維 歲次 丁丑 孟秋 庚申朔..."
유 세차 정축 맹추 경신삭...
그의 목소리에는 깊은 감정이 담겨 있었다.
"...不勝感愴 謹以淸酌庶羞 祗薦歲事..."
...불승감창 근 이청작서수 지천세사...
감개무량하여 이에 맑은술과 여러 음식을 삼가 올리나이다...
축문을 읽는 동안, 몇몇 종친들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술잔을 올리며
초헌(初獻), 아헌(亞獻), 종헌(終獻).
세 번의 술잔을 올릴 때마다, 종친들은 깊이 절했다.
이산갑이 첫 번째 잔을 올리며 속으로 기도했다.
'중시조 할아버님, 지금 조선은 암흑 속에 있습니다. 우리말을 빼앗기고, 우리 이름을 빼앗기고, 심지어 조상님께 제사조차 제대로 지낼 수 없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할아버님께서 지키셨던 함평이 씨의 정신을, 청백과 충효의 정신을, 저희가 끝까지 지키겠습니다.'
두 번째 잔을 올릴 때, 그는 증조부 이성준을 떠올렸다.
'증조할아버님, 할아버님께서는 첨사로서 강직하고 올곧게 사셨다고 들었습니다. 저도 그렇게 살고 싶습니다. 비록 지금은 교육자일 뿐이지만, 할아버님처럼 원칙을 지키며 살겠습니다.'
세 번째 잔을 올릴 때, 그는 아버지 이충헌을 떠올렸다.
'아버지, 아버지께서 다섯 해 전에 돌아가신 후, 제가 가문을 이끌고 있습니다. 부족한 점이 많지만, 아버지께서 가르쳐주신 대로 백성을 섬기며 살고 있습니다.'
음복(飮福)과 화목
제례가 끝난 후, 종친들은 제물을 나누어 먹었다.
"자, 다들 드시게."
이청로 어르신이 종친들에게 음식을 나누어주었다.
"이것은 조상님들께서 드신 복된 음식이네. 우리도 함께 나누어 먹으면서 조상님의 은덕을 기리세."
종친들이 둥글게 앉았다. 나이 순서도, 지위도 상관없이.
"산갑, 자네 요즘 고생이 많다지?"
한 종친이 물었다.
"괜찮습니다, 종형. 이 정도는..."
"아니네. 우리가 듣기로는 일본 놈들이 자네 학당을 눈엣가시처럼 여긴다던데."
"그렇습니다. 하지만 저는 물러서지 않겠습니다."
다른 종친이 말했다.
"산갑이 옳네. 우리 함평이씨는 대대로 원칙을 지키며 살아왔네. 중시조 이민호 어른께서도 올곧게 사셨고, 이성준 어른께서도 강직하셨지."
"그렇습니다."
나이 든 종친이 거들었다.
"내가 어렸을 때 들은 이야기로는, 이민호 어른께서 오위도총부 부총관으로 계실 때, 상관이 부정을 저지르자 직언하여 파직될 뻔했다고 하네."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그렇네. 하지만 어른께서는 굽히지 않으셨지. '나는 양심을 팔 수 없다'라고 하셨다지."
종친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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