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초의 순종
조선 초의 순종
배경 및 인물 소개
조선 태종(太宗) 15년(1415년)
함경도 함흥부(咸興府)
주인공:
이복(李福, 75세): 고려 말 소(小) 관리 출신, 아브람의 조선판
김사라(金沙羅, 65세): 복의 아내, 사라이
이득(李得, 50세): 복의 조카, 롯
혜능 대사(慧能大師, 60세): 승려
김판서(金判書, 55세): 한양의 고관
떠나라는 부르심
태종 15년 가을, 함흥부.
이복은 마당에서 낙엽을 쓸고 있었다.
칠십오 세. 자식도 없이 늙은 몸.
"여보, 저녁 드세요."
아내 김사라가 불렀다.
"그래."
둘이 마주 앉았다.
"우리도 이제 늙었소."
복이 말했다.
"맞아요. 당신 일흔다섯, 저 예순다섯."
"자식도 없고..."
"그게 팔자지요."
저녁을 먹고, 복은 사당(祠堂)에 들어가 기도했다.
"하늘이시여, 이 늙은이를 불쌍히 여기소서."
"자식도 없이 늙어가는 이 몸..."
"무엇을 위해 사는지 모르겠나이다."
그날 밤, 꿈을 꾸었다.
빛나는 분이 나타났다.
"복아."
"누구시옵니까?"
"나는 하늘(天)이다."
"하늘님이시옵니까!"
"네 고향(故鄕)과 친족(親族)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라."
"어디로 가오리까?"
"내가 너에게 보여줄 땅으로."
"그곳이 어디 옵니까?"
"때가 되면 알게 될 것이다."
"하오나 저는 늙었사옵니다. 일흔다섯이나..."
"나는 너를 큰 민족(民族)이 되게 하리라."
"큰 민족? 자식도 없는데요?"
"내가 너에게 복(福)을 내리리라."
"너의 이름을 떨치게 하리라."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너를 통하여 복을 받으리라."
"하늘님..."
"떠나라. 지금."
꿈에서 깬 복은 온몸이 떨렸다.
"여보, 무슨 일이에요?"
사라가 일어났다.
"하늘님께서... 말씀하셨소."
"무엇을요?"
"떠나라고. 고향을 떠나라고."
"어디로요?"
"모르겠소. 하지만 가야 하오."
"당신... 정신 괜찮으세요?"
"정신은 멀쩡하오. 정말 하늘님께서 말씀하셨소."
사라는 남편을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
다음 날, 복은 조카 이득을 불렀다.
"득아."
"네, 아저씨."
"나와 함께 갈 수 있겠느냐?"
"어디로요?"
"남쪽으로. 한양(漢陽) 쪽으로."
"왜 갑자기요?"
"하늘님께서 명하셨다."
"하늘님이요?"
"그렇다."
득은 잠시 생각했다.
"아저씨를 따르겠습니다."
"고맙구나."
믿음으로 떠나다
일주일 후.
복은 모든 것을 정리했다.
재물을 챙겼다.
곡식, 은자(銀子), 옷가지.
"이렇게 많이 가져가야 해요?"
사라가 물었다.
"새로 시작해야 하오."
"나이 일흔다섯에?"
"하늘님께서 함께하시면 가능하오."
하인(下人)들도 데려갔다.
함흥에서 얻은 종들.
총 열다섯 명.
"주인어른, 정말 가십니까?"
"그렇다."
"어디로 가시는지도 모르면서요?"
"하늘님께서 인도하실 것이다."
드디어 출발하는 날.
태종 15년 9월 초하루.
"여보, 정말 가는 거예요?"
"그렇소."
"후회 안 해요?"
"하늘님을 믿소."
일행이 함흥부 문을 나섰다.
복과 사라, 득, 그리고 종들.
말 다섯 필.
수레 세 대.
"남쪽으로!"
복이 외쳤다.
사람들이 구경했다.
"저 늙은이가 미쳤나?"
"일흔다섯에 어디를 간다고..."
"곧 돌아오겠지."
하지만 복은 돌아보지 않았다.
앞만 보고 갔다.
한 달이 지났다.
강원도(江原道)를 지났다.
"아저씨, 힘드시죠?"
득이 물었다.
"괜찮다. 하늘님께서 힘을 주신다."
"언제까지 가야 합니까?"
"하늘님께서 멈추라 하실 때까지."
두 달이 지났다.
경기도(京畿道)에 들어섰다.
"여보, 저기 한양이 보여요!"
사라가 손가락질했다.
"한양... 조선(朝鮮)의 수도(首都)..."
복은 감격했다.
세 달이 지났다.
한양을 지나쳤다.
"아저씨, 한양에 안 머무릅니까?"
"아니다. 더 가야 한다."
"어디까지요?"
"모르겠다. 하지만 아직 아니다."
충청도(忠淸道)로 들어섰다.
그리고 마침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