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李福)의 부르심(2)

약속의 땅

by 이 범

약속의 땅에 이르다
태종 16년(1416년) 정월.
복 일행은 어느 마을에 도착했다.
"여기가 어디지?"
"공주(公州) 근처라고 합니다."
"공주..."
복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넓은 평야.
맑은 하천.
푸른 산.
"아름답구나..."
그날 밤, 또 꿈을 꾸었다.
하늘님께서 나타나셨다.
"복아."
"네, 하늘님."
"여기다."
"여기가 어디 옵니까?"
"내가 너에게 보여주려던 땅이다."
"이곳이요?"
"그렇다. 이 땅을 너의 후손(後孫)에게 주리라."
"하오나 저는 자식이 없사옵니다."
"내가 주리라."
"믿기 어렵사옵니다."
"하늘을 보아라."
복이 꿈에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별들이 가득했다.
"저 별들을 셀 수 있겠느냐?"
"아니옵니다. 너무 많사옵니다."
"네 후손이 저렇게 많으리라."
"하늘님..."
꿈에서 깬 복은 눈물을 흘렸다.
"여보, 왜 그래요?"
"하늘님께서... 이곳을 주신다 하셨소."
"이곳을요?"
"그렇소. 그리고 자식을 주신다고."
"일흔다섯에요?"
"하늘님은 불가능(不可能)이 없으시오."
다음 날, 복은 제단(祭壇)을 쌓았다.
돌을 모아서.
"무엇하십니까?"
득이 물었다.
"하늘님께 제사(祭祀)를 드리는 것이다."
"여기서요?"
"그렇다. 하늘님께서 나타나신 곳이니까."
제단이 완성되었다.
복은 양(羊) 한 마리를 바쳤다.
"하늘님, 감사하나이다."
"이곳까지 인도해 주셔서."
"약속의 땅(約束의 땅)을 보여주셔서."
"저는 믿나이다."
"당신의 약속을."
"비록 늙었사오나."
"당신께서 하시면 되나이다."
연기가 하늘로 올라갔다.


믿음의 여정
한 달 후.
복은 다시 천막(天幕)을 옮겼다.
"어디로 가십니까?"
"남쪽으로 조금 더."
"왜요? 여기 좋은데."
"하늘님께서 이끄신다."
전라도(全羅道) 경계로 갔다.
어느 산 밑에 천막을 쳤다.
"여기가 좋겠구나."
"왜 여기입니까?"
"서쪽으로는 평야가 보이고."
"동쪽으로는 산이 보이는구나."
"여기서 하늘님을 섬기겠다."
또 제단을 쌓았다.
"하늘님, 여기에 왔나이다."
"당신의 이름을 부르나이다."
"저를 큰 민족이 되게 하신다 하셨나이다."
"저를 통해 세상이 복을 받는다 하셨나이다."
"믿나이다."
"비록 보이지 않아도."
"비록 이해되지 않아도."
"당신을 믿나이다."
그날부터 복은 그곳에서 살기 시작했다.
밭을 일궜다.
일흔다섯의 나이에.
"아저씨, 제가 하겠습니다."
"아니다. 내가 해야 한다."
"왜요?"
"이것이 하늘님께서 주신 땅이니까."
"내 손으로 일구고 싶구나."
사라도 도왔다.
"여보, 제가 할게요."
"고맙소."
"당신 믿어요. 하늘님의 약속."
"정말이오?"
"네. 처음엔 의심했지만."
"이제는 믿어요."
"우리에게 자식을 주실 거예요."
"일흔다섯과 예순다섯에?"
"하늘님은 불가능이 없으시잖아요."
일 년이 지났다.
농사가 잘 되었다.
풍년(豊年)이었다.
"하늘님께서 복을 주시는구나."
복이 감탄했다.
이 년이 지났다.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함흥에서 온 늙은이가 있대."
"일흔다섯에 남쪽으로 왔다며?"
"하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고 하던데."
"미친놈 아냐?"
하지만 어떤 이들은 관심을 가졌다.
"가서 보자."
사람들이 복을 찾아왔다.
"어르신, 정말 하늘님께서 부르셨습니까?"
"그렇소."
"무어라 하셨습니까?"
"고향을 떠나 내가 보여줄 땅으로 가라 하셨소."
"그래서 오셨습니까?"
"그렇소."
"대단하십니다."
"아니오. 그냥 순종(順從)했을 뿐이오."
"순종?"
"하늘님께서 명하시면 따르는 것."
"그게 믿음(信仰)이오."
오 년이 지났다.
복은 이제 팔십 세.
하지만 여전히 건강했다.
"여보, 신기해요."
사라가 말했다.
"뭐가?"
"당신 더 젊어진 것 같아요."
"그런가?"
"네. 함흥에 있을 때보다."
"하늘님께서 힘을 주시는 것이오."
"약속을 이루시기 위해."
어느 날, 한양에서 사람이 왔다.
김판서(金判書)였다.
"복 어르신이십니까?"
"그렇소."
"소문을 들었습니다."
"무슨 소문을?"
"하늘님의 부르심을 받아 함흥에서 오셨다고."
"그렇소."
"대단하십니다."
"왜 찾아오셨소?"
"가르침을 받고자 합니다."
"내가 무엇을 가르치겠소?"
"믿음을요."
"믿음?"
"네. 어떻게 하면 하늘님을 그렇게 믿을 수 있습니까?"
"일흔다섯에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나시다니."
복은 미소 지었다.
"간단하오."
"무엇입니까?"
"하늘님께서 명하시면 순종하는 것."
"그것뿐입니까?"
"그것뿐이오."
"이해되지 않아도?"
"이해되지 않아도."
"증거가 없어도?"
"증거가 없어도."
"그저 믿는 것?"
"그렇소. 그것이 믿음이오."
판서는 감동했다.
"저도 배우고 싶습니다."
"그런 믿음을."
"그럼 여기 머무시오."
"정말입니까?"
"하늘님께서 보내신 것이오."
"감사합니다."
십 년이 지났다.
복 주변에 마을이 생겼다.
"복촌(福村)"
복의 마을.
믿음을 배우러 온 사람들.
하늘님을 섬기려는 사람들.
"어르신, 자식은 언제 주신다 하셨습니까?"
누군가 물었다.
"모르겠소."
"하지만 주실 것이오."
"어떻게 아십니까?"
"하늘님께서 약속하셨으니까."
"믿으십니까?"
"믿소. 비록 팔십오 세이지만."
"여전히 믿소."
에필로그 - 믿음의 유산
이십 년 후.
복은 구십오 세가 되었다.
사라는 팔십오 세.
여전히 자식이 없었다.
"여보, 우리... 자식 없이 가는 건가요?"
"모르겠소."
"하지만 하늘님을 믿소."
"저도... 믿고 싶어요..."
어느 날, 혜능 대사가 찾아왔다.
"복 거사(居士)."
"대사님."
"하늘님께서 저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무어라고?"
"당신에게 아들을 주시겠다고."
"정말입니까?"
"그렇습니다. 내년에."
복은 눈물을 흘렸다.
"감사합니다, 하늘님..."
"이십 년을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정말로.
다음 해.
사라가 임신(妊娠)했다.
팔십여섯 세에.
"여보! 아기가... 아기가 생겼어요!"
"정말이오?"
"네!"
두 노인은 껴안고 울었다.
"하늘님... 감사합니다..."
"약속을 지키셨습니다..."
구 개월 후.
아들이 태어났다.
"이름을 무엇이라 할까요?"
"웃음(笑)이라 하겠소."
"웃음?"
"우리가 웃게 되었으니까."
"하늘님께서 웃음을 주셨으니까."
그 아이가 자라서.
조선 최고의 선비(善比)가 되었다.
그리고 그의 후손들이.
조선 땅에 믿음을 전했다.
복은 백십 세에 세상을 떠났다.
그의 장례식에서.
온 마을 사람들이 모였다.
"복 어르신은 믿음의 사람이었습니다."
혜능 대사가 법문(法門)했다.
"일흔다섯에 하늘님의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고향을 떠나라."
"친족을 떠나라."
"아버지의 집을 떠나라."
"그분은 순종했습니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무엇을 하게 될지도 모르고."
"그저 하늘님을 믿고 떠났습니다."
"그리고 하늘님께서는 약속을 지키셨습니다."
"땅을 주셨습니다."
"후손을 주셨습니다."
"복을 주셨습니다."
"그것이 믿음입니다."
"보지 않고 믿는 것."
"이해하지 못해도 순종하는 것."
"그것이 복 거사의 유산(遺産)입니다."
사람들이 합장(合掌)했다.
"나무아미타불."
복의 아들이 말했다.
"아버지는 항상 말씀하셨습니다."
"'하늘님께서 명하시면 순종하라.'"
"'그것이 복(福)이다.'"
"저도 그렇게 살겠습니다."
"아버지처럼."
"믿음으로."
그날 밤, 복의 무덤 위에.
별들이 빛났다.
셀 수 없이 많은 별들.
하늘님께서 약속하신 대로.
"주님께서 아브람에게 말씀하셨다. '네 고향과 친족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내가 너에게 보여줄 땅으로 가거라. 나는 너를 큰 민족이 되게 하고, 너에게 복을 내리며, 너의 이름을 떨치게 하겠다. 세상의 모든 종족들이 너를 통하여 복을 받을 것이다.' 아브람은 주님께서 이르신 대로 길을 떠났다."
창세기 12:1-4
믿음(信仰)이란 무엇인가?
보지 않고 믿는 것.
이해하지 못해도 순종하는 것.
증거가 없어도 따르는 것.
이복은 일흔다섯에 떠났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왜 가는지도 확실하지 않고.
하지만 하늘님을 믿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리고 하늘님께서는
약속을 지키셨다.
땅을 주시고.
후손을 주시고.
복을 주셨다.
우리도 그래야 한다.
하늘님께서 부르시면
떠나야 한다.
비록 늙었어도.
비록 이해되지 않아도.
비록 불가능해 보여도.
믿음으로 순종하라.
그것이 복이다.
That is the blessing.

월, 화, 수,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