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과 두려움(1)

이복, 명나라에 가다

by 이 범


배경 및 인물 소개
조선 세종 5년(1423년)
한양에서 명나라 북경까지
주인공:
이복(李福, 78세): 조선의 선비
김사라(金沙羅, 68세): 복의 아내, 절세미인
이득(李得, 53세): 복의 조카
명 선덕제(明 宣德帝, 27세): 명나라 황제
왕대인(王大人, 50세): 선덕제의 환관
혜능 대사(慧能大師, 63세): 승려

기근이 들다
세종 5년 봄.
조선 땅에 큰 기근이 들었다.
"아저씨, 큰일입니다."
득이 급히 달려왔다.
"무슨 일이냐?"
"곡식이 다 떨어졌습니다."
"비가 안 와서 농사를 망쳤습니다."
복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님... 왜 이런 시련을 주시나이까..."
"아저씨, 어찌해야 합니까?"
"사람들이 굶어 죽고 있습니다."
복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날 밤, 꿈을 꾸었다.
하늘님께서 나타나셨다.
"복아."
"네, 하늘님."
"명나라로 가거라."
"명나라요?"
"그렇다. 그곳에는 곡식이 있다."
"하오나 명나라는 멉니다..."
"두려워 마라. 내가 함께하리라."
꿈에서 깬 복은 결심했다.
"여보, 명나라로 가야겠소."
사라가 놀랐다.
"명나라요? 왜요?"
"곡식을 구하러."
"그곳은 위험해요."
"알고 있소. 하지만 가야 하오."
"하늘님께서 명하셨소."
일주일 후.
복은 일행을 이끌고 출발했다.
아내 사라, 조카 득, 그리고 종들.
"북쪽으로!"
복이 외쳤다.
의주를 거쳐 압록강을 건넜다.
명나라 땅.
"드디어 왔구나."
하지만 복의 마음은 무거웠다.


두려움과 거짓말
압록강을 건너 사흘째.
복은 아내를 불렀다.
"여보, 할 말이 있소."
"뭔데요?"
"당신... 아직도 아름답소."
"갑자기 왜 그래요?"
사라는 예순여덟의 나이에도 여전히 아름다웠다.
곱게 늙은 얼굴.
우아한 몸가짐.
"명나라 사람들이 당신을 보면..."
"그래서요?"
"당신이 내 아내라는 걸 알면, 나를 죽이고 당신을 빼앗을 것이오."
"무슨 소리예요?"
"그러니..."
복은 머뭇거렸다.
"당신은 내 누이라고 하시오."
"누이요?"
"그렇소."
"여보, 그건 거짓말이잖아요."
"알고 있소. 하지만..."
"하지만?"
"내 목숨을 지키기 위해서요."
"당신 덕분에 내가 잘되고, 목숨을 지킬 수 있게 해 주시오."
사라는 남편을 똑바로 보았다.
"당신... 두렵습니까?"
"그렇소. 두렵소."
"하늘님을 믿지 않습니까?"
"믿소. 하지만 나도 사람이오."
"실망했어요."
사라가 돌아섰다.
"하지만 당신 말대로 하겠어요."
"고맙소..."
득이 옆에서 들었다.
"아저씨, 그건 잘못된 것 아닙니까?"
"알고 있다."
"그런데 왜...?"
"나도 연약한 사람이다, 득아."
"하늘님을 믿는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는 게 아니야."
일행은 계속 북쪽으로 갔다.
요동을 지나.
산해관을 넘어.
마침내 북경에 도착했다.

월, 화, 수,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