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께서 내려오시다
6개월이 지났다.
권력의 탑은 높이 쌓였다.
언론은 침묵했다.
법원은 순응했다.
재벌은 복종했다.
대학은 침묵했다.
"완벽해!"
태준이 외쳤다.
"이제 우리가 못할 게 뭐가 있어?"
"개헌도 가능합니다!"
민호가 말했다.
"대통령 3 연임도!"
"심지어 종신(終身, Lifetime)도!"
의원들이 환호했다.
"우리는 신(神, God)이야!"
태준이 소리쳤다.
그 순간.
회의실 문이 열렸다.
수진이 들어왔다.
카메라를 들고.
"뭐 하는 거야?"
태준이 소리쳤다.
"생중계(生中繼, Live broadcast)예요."
"뭐?"
"당신들의 대화, 전국에 다 나갔어요."
"미쳤어?"
"아니요. 정신 차렸어요."
수진은 카메라를 내려놓았다.
"국민 여러분, 보셨죠?"
"이 사람들이 무슨 짓을 하는지."
"권력의 탑을 쌓고 있어요."
"자신들을 신이라고 부르면서."
"이게 바로 바벨탑입니다!"
태준이 달려들었다.
"당장 꺼!"
하지만 늦었다.
전국에 생중계되었다.
다음 날.
국민들이 거리로 나왔다.
"권력의 탑을 무너뜨려라!"
"민주주의를 지키자!"
"바벨탑을 부수자!"
촛불이 켜졌다.
광화문 광장.
시청 앞.
국회 앞.
수십만 명이 모였다.
"물러나라!"
"독재 타도!"
"민주주의 만세!"
태준은 당황했다.
"어떻게 된 거야?"
"국민들이 들고일어났습니다."
"진압해! 경찰 동원해!"
"안 됩니다. 경찰도 거부하고 있습니다."
"군대는?"
"군대도 움직이지 않습니다."
태준은 무너졌다.
"이럴 수가..."
김신부가 국회 앞에서 연설했다.
"형제자매 여러분!"
"성경에 바벨탑 이야기가 있습니다!"
"사람들이 하나의 언어로 탑을 쌓았습니다!"
"하늘에 닿으려고!"
"신이 되려고!"
"하지만 하느님께서 내려오셨습니다!"
"그들의 언어를 흩으셨습니다!"
"왜일까요?"
군중이 조용해졌다.
"오만(傲慢) 때문입니다!"
"권력의 오만!"
"자신들이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교만!"
"하지만 하느님은 그것을 허락하지 않으셨습니다!"
"흩으셨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더 이상 탑을 쌓을 수 없었습니다!"
"오늘도 마찬가지입니다!"
"권력의 탑은 무너질 것입니다!"
"민주주의(民主主義)는 승리할 것입니다!"
"와아아!"
군중이 환호했다.
흩어짐과 회개
일주일 후.
태준은 사퇴 성명을 발표했다.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
"제가... 오만했습니다."
"권력의 탑을 쌓으려 했습니다."
"신이 되려 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카메라 앞에서 눈물을 흘렸다.
당은 해체되었다.
의원들은 흩어졌다.
언론은 자유를 되찾았다.
법원은 독립을 되찾았다.
대학은 자율을 되찾았다.
"바벨의 언어가 흩어졌구나."
최영석이 말했다.
"하나의 목소리가 아니라."
"다양한 목소리들."
"그것이 민주주의입니다."
한 달 후.
태준은 김신부를 찾아갔다.
"신부님..."
"오셨군요."
"제가... 미쳤었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권력(權力, Power)에 취했습니다."
"바벨탑을 쌓으려 했습니다."
"회개(悔改)하십니까?"
"네..."
태준은 무릎을 꿇었다.
"하느님, 용서해 주소서."
"저는 오만했습니다."
"제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신이 될 수 있다고 착각했습니다."
"용서해 주소서."
김신부가 손을 얹었다.
"하느님께서는 회개하는 자를 용서하십니다."
"가십시오. 그리고 다시는 탑을 쌓지 마십시오."
"네, 신부님."
태준은 일어났다.
"이제 뭘 하시겠습니까?"
"속죄(贖罪)하겠습니다."
"어떻게요?"
"진실을 말하겠습니다."
"제가 어떻게 타락했는지."
"권력이 어떻게 사람을 변화시키는지."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일 년이 지났다.
태준은 책을 썼다.
"바벨의 교훈(The Lesson of Babel)"
권력의 탑을 쌓으려 했던 자의 고백.
책은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대학에서 강연 요청이 쏟아졌다.
"여러분."
태준이 학생들 앞에서 말했다.
"저는 바벨탑을 쌓으려 했습니다."
"권력의 탑을."
"하늘에 닿을 만큼 높이."
"하지만 실패했습니다."
"왜일까요?"
학생 하나가 손을 들었다.
"오만했기 때문입니까?"
"맞습니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뭡니까?"
"하나(一)가 되려 했기 때문입니다."
"모두 같은 생각, 같은 말, 같은 목표."
"그것은 전체주의(全體主義, Totalitarianism)입니다."
"파시즘(Fascism)입니다."
"민주주의는 다름을 인정합니다."
"다양성(多樣性, Diversity)을 존중합니다."
"그것이 힘입니다."
태준은 칠판에 썼다.
"Unity in Diversity"
"다양성 속의 통일."
"바벨탑은 Uniformity를 추구했습니다."
"획일성(劃一性)."
"그래서 무너졌습니다."
"우리는 Diversity를 추구해야 합니다."
"다양성."
"그것이 하느님의 뜻입니다."
강연이 끝나고, 한 학생이 다가왔다.
"의원님, 질문 있습니다."
"네."
"정치인들이 계속 바벨탑을 쌓으려고 하는데요."
"어떻게 막을 수 있습니까?"
태준은 미소 지었다.
"여러분이 깨어있으면 됩니다."
"감시(監視)하십시오."
"비판하십시오."
"권력은 본질적으로 부패(腐敗)합니다."
"Lord Acton의 말처럼:"
"'Power corrupts, absolute power corrupts absolutely.'"
"권력은 부패하고, 절대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
"그래서 우리는 권력을 분산(分散)시켜야 합니다."
"삼권분립처럼."
"언론의 자유처럼."
"시민사회의 감시처럼."
"그것이 바벨탑을 막는 방법입니다."
에필로그 - 흩어진 언어들
5년 후.
대한민국은 변했다.
권력이 분산되었다.
언론이 자유로워졌다.
시민사회가 강해졌다.
더 이상 하나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수많은 목소리들.
다양한 의견들.
때로는 충돌하고.
때로는 타협하고.
그것이 민주주의였다.
태준은 이제 시민운동가가 되었다.
"권력 감시 센터"를 만들었다.
정치인들을 감시했다.
"저 의원이 또 바벨탑을 쌓으려 합니다!"
"언론 장악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막아야 합니다!"
시민들이 움직였다.
항의했다.
촛불을 들었다.
정치인은 물러났다.
"감사합니다, 태준 씨."
최영석이 말했다.
"제가 뭘요."
"당신이 바벨탑의 위험성을 알렸잖습니까."
"당연한 일을 했을 뿐입니다."
"아닙니다. 쉽지 않았을 겁니다."
"자신의 과거를 폭로하는 것."
태준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신부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진실(眞實)이 너희를 자유(自由)롭게 하리라."
"Truth shall set you free."
"그 말을 믿습니다."
어느 일요일.
태준은 성당에서 증언했다.
"형제자매 여러분."
"저는 바벨탑을 쌓으려 했던 사람입니다."
"하늘에 닿으려 했습니다."
"신이 되려 했습니다."
"하지만 하느님께서 저를 무너뜨리셨습니다."
"제 언어를 흩으셨습니다."
"제 권력을 빼앗으셨습니다."
"그것이 은총(恩寵)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회개할 수 있었으니까요."
"진실을 깨달을 수 있었으니까요."
태준은 성경을 들어 올렸다.
"창세기 11장에 나옵니다."
"'주님께서 거기에서 온 땅의 말을 뒤섞어 놓으시고, 사람들을 온 땅으로 흩어버리셨다.'"
"왜 흩으셨을까요?"
"오만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독재를 막기 위해서입니다."
"전체주의를 막기 위해서입니다."
"하나의 언어, 하나의 생각, 하나의 권력."
"그것은 위험합니다."
"다양성이 답입니다."
"여러 언어, 여러 생각, 여러 권력."
"그것이 하느님의 뜻입니다."
"그것이 민주주의입니다."
모두가 손뼉 쳤다.
미사가 끝나고, 김신부가 다가왔다.
"태준 씨, 잘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신부님."
"그런데 말입니다."
"네?"
"아직도 바벨탑을 쌓으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계속 싸워야 합니다."
"물론입니다."
"하지만 기억하십시오."
"네?"
"결국은 하느님께서 이기십니다."
"모든 바벨탑은 무너집니다."
"진실은 승리합니다."
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멘(Amen)."
그날 밤, 태준은 일기를 썼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저를 무너뜨려주셔서."
"제 바벨탑을 흩어주셔서."
"그래서 제가 회개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저는 압니다."
"권력(權力)이 얼마나 위험한지."
"오만(傲慢)이 얼마나 무서운지."
"그래서 저는 싸우겠습니다."
"모든 바벨탑에 맞서서."
"진실(眞實)로."
"용기(勇氣)로."
"사랑(愛)으로."
"하느님, 함께해 주소서."
"아멘."
"사람들이 말하였다. '자, 성읍을 세우고 꼭대기가 하늘까지 닿는 탑을 세워 이름을 날리자.' 주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들이 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든 못할 일이 없을 것이다. 자, 우리가 내려가서 그들의 말을 뒤섞어 놓자.' 주님께서는 그들을 온 땅으로 흩어버리셨다."
창세기 11:1-9
권력은 탑을 쌓는다.
하늘에 닿을 만큼 높이.
신이 되려고.
하지만 하느님은 흩으신다.
언어를.
권력을.
오만을.
왜냐하면:
하나(One)는 독재이고,
여럿(Many)이 민주주의이기 때문이다.
획일성(Uniformity)은 파시즘이고,
다양성(Diversity)이 자유이기 때문이다.
모든 바벨탑은 무너진다.
역사가 증명한다.
권력을 감시하라.
오만을 경계하라.
진실을 말하라.
그것이 바벨의 교훈이다.
The Lesson of Bab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