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란 (246)

칼을 드는 마음 비우는 마음

by 이 범


— 성준의 무과 급제
형의 빈자리
형 도준이 산으로 들어간 뒤, 집은 이전과 같지 않았다.
웃음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으나, 마루 한편이 비어 있었다.
성준은 그 빈자리를 매일같이 느꼈다.
아침마다 검을 들고 마당에 서면,
문득 형이 서 있던 자리가 눈에 들어왔다.
말없이 하늘을 보던 형의 뒷모습.
‘형은 왜 칼을 버렸을까.’
성준은 칼을 움켜쥐었다.
자신은 달랐다.
칼을 드는 일이 두렵지 않았고, 오히려 분명했다.
“아버지처럼 되고 싶다.”
그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에는 늘 다른 질문이 함께 있었다.
‘형의 길이 옳다면,
내 길은 틀린 것일까.’
그 질문은 칼날보다 날카로웠다.


무과의 문 앞에서
스무 살이 되던 해, 성준은 무과에 응시했다.
훈련원에서의 무예, 활쏘기, 병서에 이르기까지 그는 최선을 다했다.
시험 전날 밤,
성준은 잠들지 못하고 아버지의 서재 앞에 섰다.
“아버지.”
“들어오너라.”
이민호는 아들의 얼굴을 오래 바라보았다.
“무과에 나가려는 마음, 흔들림은 없느냐.”
“없습니다.”
잠시 침묵.
“형의 선택 때문에 그러느냐.”
성준의 눈이 흔들렸다.
“… 있습니다.”
이민호는 조용히 말했다.
“두 길이 서로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사람들은 비교합니다.
형은 칼을 버렸고, 저는 칼을 잡았습니다.”
“그렇다면 더 물어보아라.”
이민호는 낮게 덧붙였다.
“네가 드는 칼은 무엇을 향해 있느냐.”
성준은 한참을 생각한 끝에 답했다.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殺爲本이 아니라 守爲本입니다.”
그 말에 이민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나가거라.”


합격과 흔들림
무과 급제자 명단에 성준의 이름이 올랐다.
이성준(李成俊).
차석.
집안에는 기쁨이 넘쳤다.
시어머니는 웃었고, 어머니는 조용히 손을 모았다.
“수고했다.”
이민호의 한마디는 짧았으나 무거웠다.
그러나 그날 밤, 성준은 혼자였다.
합격의 기쁨보다, 형의 얼굴이 먼저 떠올랐다.
‘형은 이 소식을 들으면 뭐라 할까.’
며칠 뒤, 성준은 홀로 산길을 올랐다.
형이 출가한 절이었다.
도준은 예전과 다르지 않았다.
머리는 깎였으나, 눈빛은 그대로였다.
“왔구나.”
“형.”
“무과에 급제했다지.”
“예.”
“축하한다.”
도준의 말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그것이 오히려 성준의 마음을 흔들었다.
“형은…
제가 칼을 드는 것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도준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그럼 왜 형은 칼을 버렸습니까?”
한참의 침묵 끝에 도준이 말했다.
“나는 칼을 들면,
내 마음이 먼저 상처 입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성준은 이를 악물었다.
“저는 다릅니다.”
“그래.
그래서 너는 칼을 들어야 한다.”
도준은 미소 지었다.
“누군가는 들고,
누군가는 내려놓아야 한다.”
그 말은 성준의 가슴에 깊이 박혔다.


다른 길, 같은 뜻
집으로 돌아온 성준은 다시 칼을 들었다.
그러나 이전과는 달랐다.
칼끝이 가벼워졌고,
마음은 오히려 무거워졌다.
그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형이 비운 자리를,
내가 채우려 하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곧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나는 내 자리를 지키는 것이다.’
이민호는 그런 아들을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이 아이는 칼을 들되,
칼에 지지 않겠구나.’
며칠 뒤, 성준은 무관으로 첫 발령을 받았다.
출정 전날 밤, 그는 어머니에게 절을 올렸다.
“다치지 말아라.”
윤서영은 담담히 말했다.
“형처럼,
자기 마음을 잃지 말아라.”
성준은 깊이 고개를 숙였다.
“명심하겠습니다.”
그날 밤, 산 위 절에서는 종이 울렸다.
한양의 어느 집에서는 칼이 정리되었다.
비운 형과
드는 동생.
길은 달랐으나,
두 마음은 같은 곳을 향하고 있었다.
지키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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