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를 돌아보지 마라
배경 및 인물 소개
조선 세종 34년(1452년) 여름
전라도 남원, 소돔에 해당하는 악의 성읍
주인공:
이득(李得, 59세): 아함의 조카, 남원에 거주
이득의 아내(45세)
두 딸: 큰딸(20세), 작은딸(18세)
두 천사(天使): 하늘의 사자들
이아함(李亞含, 107세): 득의 숙부
박대감(朴大監, 65세): 남원의 악한 토호
타락한 성읍
세종 34년 여름.
남원은 변했다.
십삼 년 전 득이 처음 왔을 때만 해도.
비옥한 땅.
물 좋은 곳.
장사 잘 되는 곳.
그래서 선택했다.
하지만 지금은.
"술이다! 더 가져와!"
"도박하자!"
"저 여자 좀 봐! 끌고 가자!"
거리는 온통 악으로 가득했다.
박대감이 다시 권력을 잡은 후.
남원은 지옥이 되었다.
"저 집은 부자야. 털어먹자."
"저년이 예쁘네. 겁탈하자."
"거역하는 놈은 죽여."
법이 없었다.
정의가 없었다.
양심이 없었다.
득은 괴로워했다.
"여보, 우리 이제 떠나야 하지 않을까요?"
아내가 말했다.
"..."
"이곳은 너무 악해요."
"딸들도 위험해요."
"알고 있소."
득은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어디로 가겠소?"
"공주로 돌아가요."
"아함 숙부님께로."
"그럴까..."
하지만 득은 망설였다.
'재산이 너무 많아...'
'남원에 집도 땅도 가게도...'
'다 버리고 갈 수 있을까...'
그날 저녁.
두 나그네가 성문으로 들어왔다.
득은 성문 앞에 앉아 있었다.
성읍의 장로 자리.
"손님이십니까?"
득이 일어나 절했다.
"어서 오십시오."
"..."
두 나그네는 말이 없었다.
"제 집에서 묵으십시오."
"괜찮다. 광장에서 밤을 보내겠다."
"안 됩니다!"
득이 급히 말했다.
"이곳은 위험합니다!"
"밤에 광장에 계시면..."
"우리는 괜찮다."
"아닙니다! 제발 제 집으로 오십시오!"
득은 간절히 청했다.
두 나그네는 결국 따라왔다.
득의 집.
"무교병을 준비하겠습니다."
"술도 내오겠습니다."
득은 극진히 대접했다.
저녁을 먹고 있을 때.
밖에서 소리가 들렸다.
"득! 나와라!"
"오늘 네 집에 온 남자들을 내놓아라!"
"우리가 즐겁게 놀아야겠다!"
남원 성읍의 악한 자들.
젊은이부터 늙은이까지.
모두 득의 집을 포위했다.
득은 밖으로 나갔다.
문을 닫고.
"여러분, 제발 이러지 마십시오."
"악한 짓을 하지 마십시오."
"저 남자들을 내놓아!"
"안 됩니다. 저들은 제 손님입니다."
"손님? 그게 무슨 상관이야!"
"제발..."
득은 절박했다.
"제게 딸이 둘 있습니다."
"아직 남자를 모르는."
"그 애들을 드릴 테니."
"당신들 좋을 대로 하십시오."
"다만 제 손님들에게는 아무것도 하지 마십시오."
"제 지붕 아래로 들어온 분들이니까요."
악한들이 소리쳤다.
"비켜!"
"네가 누군데 우리를 가르치려 해?"
"너는 나그네 주제에!"
"이제 너를 저들보다 더 못되게 해 주겠다!"
그들이 득에게 몰려들었다.
문을 부수려 했다.
그때 안에 있던 두 나그네가.
손을 내밀어 득을 집 안으로 끌어들였다.
그리고 문을 닫았다.
밖의 사람들을 눈멀게 했다.
어린 사람부터 늙은이까지.
"앞이 안 보여!"
"뭐야, 이게!"
"문이 어디야?"
그들은 문을 찾느라 허둥댔다.
탈출 명령
두 나그네가 득에게 말했다.
"이 성읍에 그대의 가족이 누가 있소?"
"사위나 아들이나 딸이나."
"이 성읍에 속한 사람이 있거든."
"모두 이곳에서 데리고 나가시오."
"왜요?"
"우리가 이곳을 멸망시킬 것이오."
득은 놀랐다.
"멸망시킨다고요?"
"그렇소."
"이 사람들이 주님 앞에 지른 부르짖음이 크기 때문이오."
"주님께서 우리를 보내시어 이곳을 멸망시키게 하셨소."
득은 떨었다.
'이분들이... 천사구나...'
득은 급히 밖으로 나갔다.
사위가 될 사람들을 찾아갔다.
큰딸과 작은딸의 약혼자들.
"여러분!"
"득 어르신?"
"빨리 이곳을 떠나야 합니다!"
"갑자기 왜요?"
"주님께서 이 성읍을 멸망시키실 것입니다!"
"..."
사위들은 웃었다.
"농담하시는군요."
"농담이 아닙니다!"
"하하하! 득 어르신, 술 드셨나 봐요."
"제발 믿으십시오!"
"천사들이 제 집에 와 있습니다!"
"천사요? 하하하!"
그들은 득을 놀리는 줄로만 여겼다.
득은 집으로 돌아왔다.
좌절했다.
"믿지 않습니다..."
"그럼 어쩔 수 없소."
천사가 말했다.
새벽이 되었다.
천사들이 득을 재촉했다.
"서두르시오!"
"그대의 아내와 여기에 있는 두 딸을 데리고."
"어서 가시오!"
"재앙이 내릴 때 함께 휩쓸리지 않으려거든."
그런데도 득은 망설였다.
'재산이...'
'집이...'
'가게가...'
'어떻게 다 버리고...'
천사들은 득과 그의 아내와 두 딸의 손을 잡았다.
끌고 나갔다.
성읍 밖으로.
주님께서 득에게 자비를 베푸셨기 때문이다.
뒤를 돌아보지 마라
천사들은 그들을 밖으로 데리고 나와 말했다.
"달아나 목숨을 구하시오!"
"뒤를 돌아다보아서는 안 되오!"
"이 들판 어디에서도 멈추어 서지 마시오!"
"휩쓸려 가지 않으려거든 산으로 달아나시오!"
득은 두려웠다.
"나리, 제발 그러지 마십시오."
"왜?"
"이 종이 나리 눈에 들어."
"나리께서는 이제껏 저에게 하신 것처럼."
"큰 은혜를 베푸시어 저의 목숨을 살려 주셨습니다."
"그런데?"
"재앙에 휩싸여 죽을까 두려워."
"저 산으로는 달아날 수가 없습니다."
득이 다른 곳을 가리켰다.
"보십시오."
"저 성읍은 가까워 달아날 만하고."
"자그마한 곳입니다."
"제발 그리로 달아나게 해 주십시오."
"자그마하지 않습니까?"
"그러면 제 목숨을 살릴 수 있겠습니다."
천사가 한숨을 쉬었다.
"좋소."
"내가 이번에도 그대의 얼굴을 보아."
"그대가 말하는 저 성읍을 멸망시키지 않겠소."
"감사합니다!"
"서둘러 그곳으로 달아나시오."
"그대가 그곳에 다다르기 전까지는."
"내가 일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오."
득은 급히 작은 성읍으로 달렸다.
아내와 두 딸을 데리고.
"빨리!"
"아버지, 왜 이러세요?"
"묻지 말고 빨리!"
그 성읍 이름은 소아(小亞).
작은 성읍이라는 뜻.
득이 소아에 다다르자.
해가 땅 위로 솟아올랐다.
그때.
하늘에서 유황과 불이 쏟아졌다.
남원에.
"으악!"
"살려줘!"
"뭐야, 이게!"
불이 사방에서 퍼졌다.
유황 냄새가 진동했다.
주님께서 당신이 계신 곳 하늘에서.
남원과 그 주변 악한 성읍들에.
유황과 불을 퍼부으셨다.
그 성읍들과 온 들판.
그 성읍의 모든 주민.
땅 위에 자란 것들.
모두 멸망시키셨다.
득의 아내가 뒤를 돌아보았다.
"여보, 저 불 좀 봐요..."
"안 돼!"
득이 소리쳤다.
"뒤를 돌아보지 마!"
하지만 늦었다.
득의 아내는 뒤를 돌아보다.
소금 기둥이 되어 버렸다.
"어머니!"
두 딸이 소리쳤다.
"안 돼!"
득은 아내에게 달려갔다.
하지만.
아내는 이미 소금 기둥.
움직이지 않았다.
"여보... 여보..."
득은 무릎을 꿇고 울었다.
"내가 말했잖소..."
"뒤를 돌아보지 말라고..."
공주에서 본 연기
그날 아침.
공주.
아함이 일찍 일어났다.
어젯밤 꿈이 불안했다.
"득이가..."
제단으로 갔다.
자기가 주님 앞에 서 있던 곳.
남쪽을 바라보았다.
남원 쪽.
"세상에..."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었다.
마치 가마에서 나는 연기처럼.
검은 연기.
하늘 높이.
"남원이..."
"득이!"
아함은 무릎을 꿇었다.
"하늘님, 득이를 살려주소서..."
"제발..."
며칠 후.
득이 공주로 왔다.
두 딸과 함께.
"숙부님..."
"득아!"
아함이 달려가 득을 안았다.
"살았구나!"
"네..."
"아내는?"
득은 고개를 숙였다.
"소금 기둥이 되었습니다..."
"뒤를 돌아봐서..."
아함은 한숨을 쉬었다.
"하늘님께서 너를 기억하셨구나."
"네?"
"하늘님께서 그 들판의 성읍들을 멸망시키실 때."
"나를 기억하셨다."
"그래서 너를 내보내 주신 것이다."
"너는 그것을 알아야 한다."
득은 눈물을 흘렸다.
"숙부님..."
"저는... 끝까지 망설였습니다..."
"재산 때문에..."
"집 때문에..."
"천사들이 제 손을 잡고 끌어내지 않았으면..."
"저도 죽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살았다."
"하늘님의 자비 때문에."
"네..."
"이제 새로 시작해라."
"여기서."
"감사합니다, 숙부님."
에필로그 - 교훈
일 년 후.
득은 공주에 정착했다.
두 딸도 시집을 보냈다.
의로운 사람들에게.
"아버지, 행복해요."
"다행이구나."
"남원에 있었으면..."
"말하지 마라."
득은 제단으로 갔다.
아함과 함께.
"숙부님."
"왜?"
"제가 배운 것이 있습니다."
"무엇이냐?"
"눈에 보이는 것을 선택하면 안 된다는 것."
"그렇지."
"저는 남원을 선택했습니다."
"물 좋고, 땅 좋고, 장사 잘 되는 곳."
"하지만 악한 곳이었지."
"네. 그래서 멸망했습니다."
득이 계속 말했다.
"그리고 또 배웠습니다."
"또?"
"재산에 집착하면 안 된다는 것."
"맞다."
"저는 끝까지 망설였습니다."
"재산 때문에."
"천사들이 끌어내지 않았으면 죽었을 것입니다."
"하늘님께서 자비를 베푸셨다."
"네."
득이 남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마지막?"
"뒤를 돌아보지 말아야 한다는 것."
득의 목소리가 떨렸다.
"제 아내는...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그래서 죽었지..."
"과거에 집착했습니다..."
"남원의 집..."
"재산..."
"편안했던 생활..."
"그것을 못 잊어서..."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득은 눈물을 흘렸다.
"저는 앞만 보고 살겠습니다, 숙부님."
"잘 생각했다."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받을 것을."
"하늘님께서 주실 것을."
"네."
두 사람은 함께 기도했다.
"하늘님, 감사합니다."
"득을 살려주셔서."
"자비를 베풀어주셔서."
"이제 득은 새로운 삶을 살겠습니다."
"당신만 바라보며."
"서둘러 달아나시오. 뒤를 돌아다보아서는 안 되오. 휩쓸려 가지 않으려거든 산으로 달아나시오. 그런데 롯의 아내는 뒤를 돌아다보다 소금 기둥이 되어 버렸다. 하느님께서 그 들판의 성읍들을 멸망시키실 때, 아브라함을 기억하셨다. 그래서 롯을 그 멸망의 한가운데에서 내보내 주셨다."
창세기 19:15-29
세 가지 교훈.
첫째: 눈에 보이는 것을 선택하지 마라.
득은 남원을 선택했다.
물 좋고, 땅 좋고, 장사 잘 되는 곳.
하지만 악한 곳이었다.
결국 멸망했다.
둘째: 재산에 집착하지 마라.
득은 망설였다.
재산 때문에.
집 때문에.
천사들이 끌어내지 않았으면 죽었을 것이다.
셋째: 뒤를 돌아보지 마라.
득의 아내는 뒤를 돌아보았다.
과거에 집착했다.
잃어버린 것을 아쉬워했다.
소금 기둥이 되었다.
우리도 마찬가지.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라.
하늘님의 뜻을 선택해야 한다.
재산이 아니라.
생명을 선택해야 한다.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보아야 한다.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뒤를 돌아보지 말고.
그것이 살아남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