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란 (269)

갑오개혁

by 이 범

1894년, 갑오개혁 - 꿈이 현실이 되다
1894년 6월, 군국기무처의 설치
동학농민운동이 한창이던 1894년 여름, 조정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일본의 압력 아래 김홍집 내각이 들어서고, 군국기무처라는 개혁 기구가 설치되었다.
"조정에서 개혁을 단행한다더군."
"군국기무처라는 것을 만들었다지."
"이번엔 진짜 개혁이 될까?"
마을 사람들은 반신반의했다.
기영도 조심스러웠다.
"또 개혁이라... 대원군 때도 개혁을 했지만, 민씨 정권이 들어서자 모두 무너졌지 않았는가."
제자가 물었다.
"스승님, 이번에도 그럴까요?"
"모르겠다. 그러나 희망은 갖자. 변화의 기회일 수도 있다."
1894년 7월 초, 첫 개혁안의 소식
7월 초, 군국기무처가 첫 개혁안을 발표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제자가 급히 달려왔다.
"스승님! 개혁안이 발표되었답니다!"
"어떤 내용이냐?"
"문벌 타파, 인재 등용, 재정 개혁..."
기영은 귀를 기울였다.
"좋은 방향이구나. 그러나 실제로 실행될지가 문제다."
"스승님, 이번에는 다를 것 같습니다. 조정이 매우 적극적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기대해 보자."
1894년 7월 중순, 과거제 폐지
얼마 후, 더 큰 소식이 전해졌다.
"과거제가 폐지되었다오!"
"정말이오?"
"그렇다네! 더 이상 과거 시험이 없다지!"
마을은 술렁거렸다.
기영의 제자들이 모여들었다.
"스승님, 과거제가 폐지되었답니다!"
기영은 깊은 감회에 젖었다.
"과거제... 천 년 넘게 이어온 제도가..."
"스승님, 이것이 좋은 일입니까?"
"좋은 일이다."
기영은 단호하게 말했다.
"과거제는 이미 썩었다. 실력이 아니라 암기력을 시험했고, 사서오경을 외운다고 해서 나라를 다스릴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럼 이제 어떻게 관리를 뽑습니까?"
"실력으로 뽑아야 한다. 진짜 능력으로."
기영은 제자들을 보았다.
"너희는 이제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한문만이 아니라 다양한 학문을. 그래야 새 시대에 쓸모 있는 사람이 된다."
1894년 7월 20일경, 신분제 폐지의 공식 발표
그리고 마침내, 그날이 왔다.
7월 어느 날, 제자 하나가 숨을 헐떡이며 달려왔다.
"스승님! 스승님! 큰일입니다!"
"무슨 일이냐? 진정하고 말해라."
"신분제가... 신분제가 폐지되었습니다!"
기영은 귀를 의심했다.
"...무슨 소리냐?"
"정말입니다! 군국기무처에서 발표했답니다! 이제 양반도 상민도 천민도 법 앞에 평등합니다!"
기영의 손이 떨렸다.
"정말... 정말이냐?"
"예! 확실합니다!"
다른 제자들도 달려왔다.
"스승님! 들으셨습니까?"
"과천부사가 직접 발표했답니다!"
"노비 문서도 소각한다고 합니다!"
기영은 침상에서 일어나려 했다.
"스승님, 조심하십시오!"
제자들이 부축했다.
기영은 마루로 나왔다.
마을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이 훈장! 들으셨소?"
"신분제가 폐지되었다지!"
"이제 우리 자식들도 양반과 똑같다는 말이오?"
기영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이시여... 감사합니다..."
그리고 눈물을 흘렸다.
"마침내... 마침내 이 날이 왔구나..."
1894년 7월 21일, 감격의 밤
그날 밤, 기영은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아내 연화가 걱정하며 다가왔다.
"서방님, 너무 흥분하시면 몸에 좋지 않습니다."
"부인... 나는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니겠지?"
"꿈이 아닙니다. 현실입니다."
기영은 아내의 손을 잡았다.
"부인... 내가 평생 바라던 일이오..."
연화도 눈물을 흘렸다.
"알고 있습니다, 서방님."
"나는... 나는 서른 살 때부터 상민의 자식을 가르쳤소. 그때 얼마나 많은 비난을 받았는지..."
"기억합니다."
"양반들이 나를 무시했소. 체통을 모른다고, 양반의 자격이 없다고..."
기영은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나는 믿었소. 언젠가는 이 날이 올 것이라고. 신분의 벽이 무너질 것이라고."
"그 믿음이 이루어졌습니다."
"그렇소... 오십 년을 기다렸소... 오십 년을..."
1894년 7월 22일, 제자들과의 모임
다음 날, 기영은 모든 제자를 소집했다.
양반 출신, 상민 출신, 구별 없이 모두.
"너희를 모두 부른 이유를 알겠느냐?"
"예, 스승님. 신분제 폐지 때문입니다."
기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다."
제자들은 숨을 죽이고 들었다.
"너희 중 일부는 양반 집안에서 태어났다. 일부는 상민 집안에서 태어났다."
"..."
"그동안 너희는 함께 공부했으나, 세상은 너희를 다르게 대했다."
기영은 상민 출신 제자를 가리켰다.
"김치삼, 너는 양반 출신보다 더 뛰어났다. 그러나 과거에 응시할 수 없었다."
"...예, 스승님."
"박돌이, 너는 누구보다 영리했다. 그러나 관직에 나갈 수 없었다."
"...예, 스승님."
기영은 눈물을 흘렸다.
"그것이 얼마나 나를 괴롭혔는지 너희는 아느냐?"
제자들도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이제 다르다!"
기영은 목소리를 높였다.
"이제 너희는 모두 평등하다! 법 앞에 똑같다!"
"스승님..."
"김치삼, 너는 이제 관리가 될 수 있다! 박돌이, 너는 이제 벼슬에 나갈 수 있다!"
상민 출신 제자들이 울었다.
"너희는 더 이상 천대받지 않는다! 너희의 자식들은 더 이상 신분 때문에 고통받지 않는다!"
기영은 모든 제자를 바라보았다.
"오늘을 기억해라. 1894년 7월. 신분제가 폐지된 날을. 이것이 우리가 평생 꿈꾸던 세상의 시작이다."
1894년 7월 23일, 마을의 변화
신분제 폐지 소식은 마을 전체를 들끓게 했다.
상민들은 기뻐했다.
"이제 우리도 사람 대접을 받는구먼!"
"우리 아들도 공부해서 벼슬할 수 있겠어!"
그러나 양반들은 복잡한 심정이었다.
"신분제가 없어지다니..."
"우리의 특권이..."
일부 양반들이 기영을 찾아왔다.
"이 훈장, 이게 무슨 일이오!"
"신분제가 폐지되었다지 않소."
"그래서 이 훈장이 좋으시오?"
기영은 차분히 대답했다.
"좋습니다. 매우 좋습니다."
"우리 양반의 권리가 사라졌는데!"
"어른들, 생각을 바꾸셔야 합니다."
기영은 양반들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신분제는 이미 시대에 뒤떨어진 제도였습니다. 양반이라는 이유만으로 특권을 누리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그럼 우리는 어찌 되란 말이오!"
"양반의 진정한 가치는 혈통이 아니라 덕행에 있습니다."
기영은 힘주어 말했다.
"신분으로 존경받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존경받으십시오. 그것이 진정한 양반입니다."
양반들은 할 말을 잃었다.
1894년 7월 24일, 장남 충헌과의 대화
장남 충헌이 찾아왔다.
충헌은 예순으로, 자신도 서당을 운영하고 있었다.
"아버님, 축하드립니다."
"고맙구나, 충헌아."
"아버님께서 평생 바라시던 일이 이루어졌습니다."
기영은 아들의 손을 잡았다.
"충헌아, 나는 행복하다."
"저도 행복합니다, 아버님."
"그러나 충헌아..."
기영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이것은 시작일 뿐이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법으로 신분제를 폐지했다고 해서, 사람들의 마음속 신분제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
"아직도 많은 양반들이 상민을 무시할 것이다. 아직도 많은 상민들이 양반 앞에서 주눅 들 것이다."
기영은 아들을 바라보았다.
"진정한 변화는 법이 아니라 교육으로 이루어진다. 너는 계속 가르쳐야 한다. 신분이 아니라 인간의 가치를 가르쳐야 한다."
"명심하겠습니다, 아버님."
1894년 7월 25일, 아내와의 회상
저녁, 기영과 연화는 마루에 앉아 있었다.
"부인, 기억하시오?"
"무엇을 말씀이신가요?"
"우리가 처음 상민의 자식을 서당에 받아들였을 때."
연화는 미소 지었다.
"기억합니다. 1840년이었지요."
"그렇소. 내가 서른다섯, 부인이 서른셋이었소."
기영은 그때를 떠올렸다.
"양반들이 얼마나 반대했는지..."
"저도 힘들었습니다. 마을 양반 부인들이 저를 따돌렸지요."
"부인은 견뎌주었소. 나를 믿고."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서방님께서 옳은 일을 하고 계셨으니까요."
기영은 아내의 손을 잡았다.
"그로부터 54년이 지났소. 54년 만에 우리의 꿈이 이루어졌소."
"오래 걸렸지만, 이루어졌습니다."
"부인이 없었다면, 나는 포기했을 것이오."
"아닙니다. 서방님은 절대 포기하지 않으셨을 것입니다."
두 사람은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별이 빛나고 있었다.
1894년 7월 26일, 감사의 기도
다음 날 아침, 기영은 사당으로 향했다.
제자들이 부축했다.
"스승님, 몸이 불편하신데..."
"괜찮다. 조상님께 아뢰어야 한다."
사당에서 기영은 분향했다.
"아버님..."
기영은 아버지 성준의 위패 앞에 절했다.
"아버님, 소자가 아뢰옵니다."
"..."
"신분제가 폐지되었습니다. 아버님께서 평생 바라시던 일이 이루어졌습니다."
기영은 눈물을 흘렸다.
"아버님께서는 백성을 사랑하셨습니다. 전장에서 백성과 함께 싸우셨고, 백성을 위해 칼을 드셨습니다."
"..."
"소자는 아버님의 뜻을 교육으로 이어갔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 열매를 보았습니다."
기영은 다시 절했다.
"아버님, 부디 편히 계십시오. 소자가 아버님의 뜻을 잊지 않겠습니다."
1894년 7월 말, 다른 개혁들
신분제 폐지 외에도 많은 개혁이 이루어졌다.
"조세 제도가 개편되었다더군."
"이제 양반도 세금을 낸다지."
"과부의 재가도 허용된다던데."
"노비 문서를 소각한다지."
제자들이 하나하나 보고했다.
기영은 모든 소식을 기쁘게 들었다.
"좋다. 모두 좋은 개혁이다."
"스승님, 조선이 정말 변하고 있습니다!"
"그렇다. 변하고 있다."
그러나 기영은 곧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스승님?"
"이 개혁들이 누구의 압력으로 이루어졌는지 아느냐?"
"...일본입니까?"
"그렇다. 일본의 압력이다."
기영은 한숨을 쉬었다.
"우리 스스로 개혁한 것이 아니다. 외세의 강요로 개혁하고 있다."
제자들은 침묵했다.
"이것이 우리의 슬픈 현실이다. 좋은 일이 일어나고 있으나, 그것이 우리 힘으로 된 것이 아니다."
1894년 8월, 복잡한 심정
한 달이 지나고, 기영의 심정은 복잡해졌다.
"스승님, 기쁘지 않으십니까?"
제자가 물었다.
"기쁘다. 매우 기쁘다."
"그런데 왜 표정이 어두우십니까?"
기영은 창밖을 바라보았다.
"기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구나."
"...?"
"신분제가 폐지된 것은 기쁘다. 그러나 동학군은 진압되었다. 수만 명이 죽었다."
"..."
"그리고 이 개혁은 일본의 강요로 이루어졌다. 청나라와 일본이 우리 땅에서 전쟁을 하고 있다."
기영은 제자를 바라보았다.
"우리는 개혁을 얻었다. 그러나 그 대가는 너무나 컸다."
제자는 이해했다.
"그래도... 이것은 발전 아닙니까?"
"그렇다. 발전이다. 분명한 발전이다."
기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슬프지만 기뻐하자. 아쉽지만 감사하자. 그리고 이 개혁을 잘 지켜나가자."
1894년 9월, 교육의 새로운 방향
기영은 제자들에게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이제 너희는 더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
"스승님, 무엇을 배워야 합니까?"
"한문만으로는 부족하다. 산술을 배워라. 지리를 배워라. 역사를 배워라."
"..."
"그리고 외국어도 배워야 한다. 일본어, 중국어, 영어."
제자들은 놀랐다.
"외국어까지요?"
"그렇다. 세상은 변했다. 조선만 알아서는 안 된다. 세계를 알아야 한다."
기영은 힘주어 말했다.
"신분제는 폐지되었다. 이제 실력으로 경쟁하는 시대다. 준비하지 않으면 도태된다."
"명심하겠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예?"
"양반 출신 제자들아."
양반 출신 제자들이 앞으로 나왔다.
"너희는 이제 특권이 없다. 그것을 인정해라. 그리고 실력으로 증명해라."
"예, 스승님."
"상민 출신 제자들아."
상민 출신 제자들도 앞으로 나왔다.
"너희는 이제 기회를 얻었다. 그 기회를 잡아라. 노력으로 성공해라."
"예, 스승님!"
1894년 10월, 감사의 편지
기영은 평생 교류해온 동료 학자들에게 편지를 썼다.
전주의 송 학사에게
오랜만에 글월을 올립니다.
그대도 들으셨겠지요. 신분제가 폐지되었습니다.
우리가 젊었을 때 함께 꿈꾸던 일이 이루어졌습니다.
그때 우리는 말했지요.
"언젠가는 신분의 벽이 무너질 것이다"라고.
사람들이 우리를 미쳤다고 했습니다.
"그런 날은 절대 오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왔습니다. 그 날이 왔습니다.
그대는 어떤 심정이십니까?
나는 기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합니다.
기쁜 것은 꿈이 이루어졌기 때문이고,
슬픈 것은 우리 힘으로 이룬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감사합니다.
살아서 이 날을 보게 되어 감사합니다.
그대도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
이기영 올림
1894년 11월, 상민 출신 제자의 합격
얼마 후, 기쁜 소식이 들렸다.
상민 출신 제자 김치삼이 관리 시험에 합격한 것이다.
"스승님! 합격했습니다!"
김치삼이 달려왔다.
"정말이냐?"
"예! 관가의 서기로 발령받았습니다!"
기영은 제자를 껴안았다.
"잘했다! 정말 잘했다!"
"스승님 덕분입니다!"
"아니다. 네 노력의 결과다."
기영은 눈물을 흘렸다.
"치삼아, 너는 역사를 만들었다."
"...역사를요?"
"그렇다. 상민 출신으로 관리가 된 것. 이것이 새로운 역사의 시작이다."
기영은 제자의 어깨를 잡았다.
"청렴하거라. 백성을 위해 일하거라. 그것이 나에 대한 은혜 갚음이다."
"명심하겠습니다, 스승님!"
1894년 12월, 회고
연말, 기영은 1894년 한 해를 돌아보았다.
"부인, 올해는 정말 많은 일이 있었소."
"그렇습니다, 서방님."
"동학농민운동, 청일전쟁, 갑오개혁..."
기영은 천장을 바라보았다.
"한 해에 이렇게 많은 일이 일어날 수 있구나."
"역사적인 해였습니다."
"그렇소. 우리가 살아서 이런 변화를 목격하다니..."
기영은 아내의 손을 잡았다.
"부인, 나는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소."
"서방님, 무슨 말씀을..."
"내가 평생 바라던 일이 이루어졌소. 신분제가 폐지되었소."
기영은 미소 지었다.
"물론 아직 갈 길이 멀다. 법으로 폐지했다고 마음까지 바뀌는 것은 아니다."
"..."
"그러나 시작은 했다. 씨앗은 뿌려졌다. 이제 자라나기만 하면 된다."
"그것을 보고 싶지 않으십니까?"
"보고 싶지. 그러나 내가 보지 못해도 괜찮다. 우리 자식들이, 손주들이 볼 것이다."
에필로그: 갑오개혁의 의미
갑오개혁은 조선 역사상 가장 급진적인 개혁이었다.
신분제 폐지, 과거제 폐지, 조세 개혁, 여성의 권리 향상...
수백 년을 지속해온 제도들이 한꺼번에 무너졌다.
물론 문제도 있었다.
일본의 압력으로 이루어진 개혁이었고,
실제 실행은 미흡했으며,
민중의 동의를 얻지 못한 측면도 있었다.
그러나 방향은 옳았다.
그리고 기영 같은 사람들이 평생 꿈꾸던 세상으로 가는 첫 걸음이었다.
기영은 이것을 보았다.
그리고 만족했다.
"내가 죽어도 여한이 없구나."
그의 말은 진심이었다.
팔십 년을 살며, 그는 자신의 꿈이 현실이 되는 것을 보았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제자들은 스승의 기쁨을 기억했다.
그리고 그 기쁨을 이어가기 위해 노력했다.
갑오개혁은 불완전했지만, 희망이었다.
그 희망을 지켜가는 것이 제자들의 몫이었다.

월, 화, 목, 금,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