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란 (275)

비밀의 보따리

by 이 범

비밀의 보따리
산갑은 산돌을 데리고 벽장으로 갔다.
"산돌아, 이걸 치워라."
"예."
산돌이 잡곡 더미를 들어내자, 맨 마룻바닥이 드러났다.
산갑은 단도를 꺼냈다.
그리고 마루 한 곳의 틈새를 찔렀다.
조심스럽게 들어 올리자, 정갯돌 위 천장의 벽 속에 숨겨진 공간이 드러났다.
"...!"
산돌은 숨을 죽였다.
그 안에는 책 몇 권이 있었다.
산갑이 책을 들어내자, 가죽 행낭 보따리가 보였다.
무겁고 묵직했다.
"산돌아, 이것을 받아라."
"예, 나리."
산돌은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받았다.
무게가 상당했다.
'이 안에 천이백 원이...'
"산돌아, 잘 들어라."
"예."
"이것을 경성 남산골에 계신 도경수 어른에게 전달해야 한다."
"예, 알겠습니다."
"도경수 어른은..."
산갑은 잠시 말을 멈췄다.
"나의 할아버지 이충헌 어른의 죽마고우셨다."
"...!"
"그분은 지금 경성에서 큰 포목상을 운영하고 계시지만, 진짜 정체는 독립운동가시다."
"예."
"전국에서 군자금을 모아 만주의 독립군에게 보내는 일을 하고 계신다. 특히 홍범도 장군께."
산돌은 고개를 끄덕였다.
"조심해서 가야 한다."
"예."
"일본 경찰의 눈을 피해야 한다."
"알고 있습니다."
산갑은 산돌의 어깨를 잡았다.
"산돌아, 네가 잡히면... 나도, 우리 한도회도 모두 위험해진다."
"..."
"그러니 절대로, 절대로 발각되어서는 안 된다."
"명심하겠습니다, 나리."
"그리고 만약... 만약 정말로 잡힌다면..."
산갑의 목소리가 떨렸다.
"차라리 혀를 깨물어 죽어라. 동료들을 밀고하느니..."
"나리..."
"미안하다. 이런 말을 해야 하다니."
산갑은 산돌을 껴안았다.
"산돌아, 무사히 돌아와라. 꼭."
"예, 나리. 꼭 돌아오겠습니다."
10. 출발 준비
산돌은 행랑채로 돌아갔다.
보따리를 조심스럽게 자루에 넣었다.
그 위에 곡식을 덮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곡식 자루였다.
옷을 갈아입었다.
평범한 농부의 옷.
삿갓도 챙겼다.
그리고 작은 주머니를 허리춤에 찼다.
이산갑이 준 것이었다.
안에는 노잣돈과... 작은 칼이 들어 있었다.
"혹시 모른다. 위험에 처하면..."
산갑은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산돌은 칼을 만졌다.
차갑고 날카로웠다.
'이것으로... 목숨을 끊을 수도 있겠지...'
산돌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그런 일은 없을 거야. 나는 무사히 돌아온다.'


이별
출발 전날 밤, 이산갑은 산돌과 마지막 이야기를 나누었다.
"산돌아, 앉아라."
"예, 나리."
"내일이면 떠나는구나."
"예."
산갑은 잠시 침묵하다 말했다.
"산돌아, 너는 나에게 어떤 존재인지 아느냐?"
"...?"
"너는 내게 아들 같은 존재다."
산돌은 놀랐다.
"나리..."

산갑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래서 너를 거둔 것이 아니다. 너를 거두고 보니, 네가 아들처럼 느껴졌다."
"나리..."
"산돌아, 너는 비록 신분은 낮지만, 마음은 누구보다 높다."
"과찬이십니다."
"과찬이 아니다. 사실이다."
산갑은 산돌의 손을 잡았다.
"그러니 꼭 살아 돌아와라. 나는 너를 잃고 싶지 않다."
산돌은 눈물을 참았다.
"예, 나리. 꼭 돌아오겠습니다."
"그리고 산돌아..."
"예?"
"만약... 만약 내가 죽고 나면..."
"나리! 무슨 말씀을!"
"들어라. 만약 내가 죽으면, 너는 자유롭다."
"...?"
"나는 이미 문서를 준비해 두었다. 너를 양자로 삼는 문서."
"나리!"
"물론 지금은 그것을 공개할 수 없다. 너무 위험하다. 그러나 광복이 되면..."
산갑은 미소 지었다.
"너는 함평 이씨 가문의 일원이 될 것이다."
산돌은 울었다.
"나리...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울지 마라. 너는 그럴 자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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