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란 (282)

귀향길

by 이 범

귀향길 첫째 날 - 회상
경성을 빠져나온 산돌은 숨가쁘게 걸었다.
한참을 걸은 후에야 걸음을 늦췄다.
'이제 조금은 안전하겠지...'
점심 무렵, 작은 개울가에서 쉬었다.
도경수가 싸준 주먹밥을 꺼냈다.
'도경수 어르신... 무사히 계시겠지...'
'그리고 그 노파 할머니... 괜찮으시겠지...'
산돌은 노파의 얼굴을 떠올렸다.
'석만이라는 아들... 스물다섯에 죽었다고...'
'나와 비슷한 나이였구나...'
산돌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석만 형님... 제가 형님의 몫까지 살겠습니다..."
바람이 불어왔다.
마치 대답하는 것 같았다.
산돌은 다시 걸었다.
오후 내내 걸었다.
해질 무렵, 작은 마을에 도착했다.
'어디서 잘까...'
주막을 찾았으나 들어가지 않았다.
'혹시 또 밀정이 있을지도...'
대신 마을 외곽의 빈 사당을 발견했다.
'오늘은 여기서 자야겠어.'
사당 안으로 들어갔다.
춥고 어두웠다.
그러나 안전했다.
산돌은 구석에 앉아 몸을 웅크렸다.
역참에 밀을 돌려주고나서 귀향길 첫째 밤 - 도경수의 편지
추위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산돌은 도경수가 준 편지를 떠올렸다.
'나리께 드릴 편지...'
호기심이 생겼다.
'무슨 내용일까...'
그러나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이건 나리께 드릴 편지야. 볼 수 없어.'
대신 다른 생각을 했다.
'나리... 지금쯤 걱정하고 계시겠지...'
'한선단 형님들도...'
산돌은 석구, 만수, 철호의 얼굴을 떠올렸다.
'형님들... 저 무사히 돌아가고 있습니다...'
그때 바람 소리가 들렸다.
휘익- 휘익-
산돌은 귀를 기울였다.
바람 소리 속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산돌아...'
'...누구세요?'
'잘하고 있다...'
이기영 어르신의 목소리 같았다.
'증조할아버님?'
'포기하지 마라... 조금만 더...'
'예... 예...'
그러나 다시 들으니 바람 소리뿐이었다.
'꿈을 꾼 건가...'
'아니면 정말 증조할아버님께서...'
산돌은 미소 지었다.
'어르신... 감사합니다... 힘이 납니다...'
39. 귀향길 둘째 날 - 한선단 동료와의 조우
다음 날 아침 일찍 출발했다.
점심 무렵, 작은 장터를 지나가게 되었다.
사람들이 붐볐다.
산돌은 조심스럽게 사람들 속을 지나갔다.
그때였다.
"산돌이?"
누군가 불렀다.
돌아보니 익숙한 얼굴이었다.
"철호 형님!"
한선단 동료 철호였다.




"정말 너구나! 무사하구나!"
"형님, 여기는 왜..."
"우리가 너를 마중 나왔다."
"마중이요?"
"그래. 나리께서 걱정이 많으셨다. 그래서 우리가 경성 근처까지 나왔다가 돌아가는 길이다."
철호는 주위를 살폈다.
"여기서는 위험하다. 저쪽으로 가자."
두 사람은 장터를 빠져나와 숲속으로 들어갔다.
"석구 형님과 만수 형님은?"
"저쪽에서 기다리고 있다."
조금 걸으니 석구와 만수가 보였다.
"산돌아!"
"형님들!"
세 사람이 산돌을 껴안았다.
"무사해서 다행이다!"
"걱정 많이 했다!"
산돌은 눈물이 났다.
"형님들... 감사합니다..."
"무슨 소리냐. 우리는 한선단이잖아. 형제지."
석구가 물었다.
"임무는 성공했느냐?"
"예, 형님. 도경수 어르신께 잘 전달했습니다."
"잘했다!"
만수가 보자기를 꺼냈다.
"배고프지? 먹어."
"감사합니다, 형님."
네 사람은 둘러앉아 밥을 먹었다.
철호가 말했다.
"산돌아, 경성에서 무슨 일이 있었느냐? 우리가 정보를 들었는데..."
"무슨 정보요?"
"경성에서 밀정들이 누군가를 쫓았다고. 큰 소동이 있었다더라."
산돌은 그때 일을 이야기했다.
미행당한 것, 경찰에게 쫓긴 것, 노파가 숨겨준 것.
"정말 위험했구나..."
"그 노파는 정말 은인이시다."
"나중에 우리가 꼭 찾아뵙고 감사 인사를 드려야겠다."
산돌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저도 그러고 싶습니다."



함께 가는 길
오후, 네 사람은 함께 걸었다.
훨씬 마음이 편했다.
혼자가 아니니까.
"산돌아."
석구가 말했다.
"응?"
"너는 정말 대단한 일을 했다."
"아닙니다, 형님."
"아니다. 대단한 일이다."
만수도 거들었다.
"맞아. 천이백 원을 무사히 전달한 것. 이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철호가 말했다.
"나도 그 일을 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다. 너무 무섭다."
산돌은 미소 지었다.
"저도 무서웠습니다. 그러나 해야 했습니다."
"왜?"
"나리께서... 그리고 이충헌 어르신께서... 그리고 이기영 어르신께서..."
산돌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분들께서 평생 나라를 위해 일하셨잖아요. 저도 그 뜻을 이어가고 싶었습니다."
세 사람은 감동했다.
"산돌아, 너는 정말 훌륭하다."
"우리도 너를 본받아야겠다."
"그래. 우리 한선단은 끝까지 나라를 위해 싸우자."
네 사람은 손을 맞잡았다.
"대한독립!"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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