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갑과의 대화
이산갑과의 대화
그날 밤, 산갑은 산돌을 다시 불렀다.
"산돌아, 앉아라."
"예, 나리."
"오늘 정말 고생 많았다."
"아닙니다, 나리."
산갑은 잠시 침묵하다 말했다.
"산돌아, 나는 너에게 미안하다."
"...나리?"
"너를 위험에 빠뜨렸다."
"아닙니다, 나리. 이것은 제가 선택한 일입니다."
"그래도..."
산갑은 산돌의 손을 잡았다.
"산돌아, 너는 나에게 아들과 같은 존재다."
"나리..."
"너를 잃을 뻔했을 때... 정말 무서웠다."
산갑의 목소리가 떨렸다.
"내 친아들도 잃었고, 아내도 잃었다. 너마저 잃으면 나는..."
"나리, 저는 괜찮습니다. 살아 돌아왔잖아요."
"그래...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산갑은 눈물을 닦았다.
"산돌아, 약속해다오."
"무엇을 말씀이십니까?"
"앞으로도 조심하겠다고. 무사히 돌아오겠다고."
"예, 나리. 약속하겠습니다."
산갑은 벽장으로 갔다.
그리고 작은 상자를 꺼냈다.
"이것은?"
"열어보거라."
산돌이 상자를 열자, 안에 문서가 있었다.
양자 입적 문서였다.
"나리... 이것은..."
"나는 이미 이 문서를 작성해 두었다."
"...!"
"나에게 혈육이 없다. 그러나 너는 나의 아들이나 다름없다."
산갑은 산돌을 바라보았다.
"광복이 되는 날, 나는 이 문서를 공개할 것이다. 그리고 너는 함평 이씨 가문의 일원이 될 것이다."
산돌은 울었다.
"나리... 저는... 저는 그럴 자격이..."
"자격이 있다. 충분히 있다."
산갑은 산돌을 껴안았다.
"너는 우리 집안의 정신을 이어가고 있다. 증조할아버지께서 시작하신 그 길을 말이다."
"나리..."
"書中有路. 책 속에 길이 있다. 네가 가는 그 길이 바로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