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오년 맞이

말띠의 힘찬 발걸음

by seungbum lee

2026년 병오년(丙午年), 붉은말의 해가 밝았다. 창밖으로 스며드는 새벽빛을 바라보며, 나는 한 해의 시작점에 서 있다. 말(馬)은 예로부터 역동성과 전진의 상징이었다. 천리마(千里馬)가 하루에 천 리를 달리듯, 이 한 해도 그렇게 힘차게 나아가기를 소망한다.



새해 첫날의 고요함 속에서, 지난 시간들이 주마등(走馬燈)처럼 스쳐간다. 기쁨과 슬픔, 성취와 좌절이 뒤섞인 지난날들. 그러나 오늘은 새로운 시작이다.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 날마다 새로워지는 것이 인간의 도리라 했던가. 묵은 것을 벗어던지고 새로운 각오로 이 아침을 맞이한다.


말의 기상(氣像)은 참으로 장엄하다. 광야를 가로지르는 야생마의 자유로움, 전장을 누비는 준마(駿馬)의 용맹함, 주인을 위해 묵묵히 짐을 나르는 역마(驛馬)의 성실함. 이 모든 덕목이 말 한 글자에 담겨 있다. 이번 한 해, 나 역시 이러한 말의 정신으로 살아가고자 한다.





무사무탈(無事無脫)을 기원한다. 아무 일 없이, 탈 없이 한 해를 보내는 것. 얼핏 평범해 보이는 이 소망이 실은 가장 간절한 기도임을 나이가 들수록 깨닫게 된다. 건강하게, 평안하게,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일상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가장 큰 복(福)이 아니겠는가.





올해는 특별히 가족의 건강을 기원한다. 부모님의 무병장수(無病長壽)를, 형제자매의 건승(健勝)을, 그리고 우리 아이들의 무탈한 성장을 빈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 했다. 집안이 화목하면 모든 일이 이루어진다는 선인들의 지혜를 새삼 되새긴다.


또한 이 나라와 백성들의 평안을 기원한다. 국태민안(國泰民安), 나라가 평안하고 백성이 편안한 것. 개인의 행복도 결국 사회의 안정 위에서 가능한 것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온갖 분쟁과 갈등이 해소되고, 모두가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이 되기를 소망한다.


새해를 맞으며 나는 스스로에게 다짐한다. 근면성실(勤勉誠實)하게 살겠노라고. 게으름 피우지 않고 부지런히, 성실하게 맡은 바 소임을 다하겠노라고. 일확천금(一攫千金)을 꿈꾸지 않고, 우공이산(愚公移山)의 정신으로 꾸준히 노력하겠노라고.


동시에 겸손함을 잊지 않으려 한다. 만경창파(萬頃滄波)와 같은 넓은 바다 앞에서 인간은 한 줌의 티끌에 불과함을 안다. 아는 것이 많아질수록 모르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겸손한 마음으로 배우고, 낮은 자세로 세상을 대하겠다.


이 한 해, 나는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자세를 견지하고자 한다. 옛것을 익히고 그것을 통해 새것을 안다는 뜻이다. 전통과 현대, 과거와 미래가 조화를 이루는 삶. 선조들의 지혜를 배우되 시대의 변화를 외면하지 않는 균형 잡힌 사고. 이것이 바로 진정한 지혜가 아니겠는가.


인내심(忍耐心)도 키우고자 한다. 세상일이 뜻대로만 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안다. 좌절하고 낙담할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인내는 쓰나 그 열매는 달다고 했다. 참고 견디며 나아가는 것, 그것이 결국 승리의 길임을 믿는다.


또한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고자 한다. 감사무량(感謝無量), 감사함이 한없이 많다는 뜻이다. 당연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숨 쉬는 것도, 밥 먹는 것도,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하는 것도 모두 감사한 일이다. 작은 것에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큰 행복을 누릴 수 있다.


병오년(丙午年)의 붉은말은 열정과 생명력의 상징이다. 이 한 해를 뜨겁게, 그러나 현명하게 살아가리라. 유종지미(有終之美)를 거두는 한 해가 되도록, 시작만큼이나 아름다운 마무리를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리라.


새벽하늘을 보며 두 손을 모은다. 하늘에 계신 조상님들께, 우주의 섭리에, 혹은 내 마음 깊은 곳의 양심에 기도한다. 이 한 해가 무사무탈하기를, 가족 모두가 건강하기를, 하는 일마다 뜻대로 이루어지기를, 그리고 무엇보다 선량한 마음을 잃지 않고 살아가기를.


기도는 간절하고 소망은 크다. 그러나 나는 안다. 기도만으로는 부족함을. 실천이 따라야 함을. 말띠 해의 역동성을 삶 속에서 구현해야 함을.


천리마(千里馬)가 되지 못하더라도 괜찮다. 묵묵히 제 갈 길을 가는 평범한 말이라도 좋다. 중요한 것은 멈추지 않고 나아가는 것,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는 것,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이 새해 아침, 나는 다짐한다. 2026년 병오년을 최선을 다해 살겠노라고. 무사무탈하게, 그러나 의미 있게. 평범하게, 그러나 최선을 다해. 그렇게 한 해를 보내고 다시 이 자리에 섰을 때, 후회 없이 말할 수 있기를. "나는 최선을 다했노라"라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모든 이들에게 건강과 행복이 깃들기를. 그리고 이 땅에 평화가 함께하기를. 병오년(丙午年), 말띠 해의 기상으로 모두가 힘차게 전진하는 한 해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