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이불사즉망, 사이불학즉태
학이불사즉망, 사이불학즉태(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얻는 것이 없고,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
이는 공자의 『논어』에 나오는 구절로, 학습과 사색의 균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줍니다.
2026년 3월, 서울의 한 명문 대학교.
철학과 교수 박준서는 52세의 나이에도 여전히 학문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은 학자였다. 그는 30년간 동양철학을 연구해왔고, 특히 논어에 관해서는 국내 최고의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그를 괴롭히는 문제가 있었다. 학생들이 변하고 있었다.
"교수님, 이번 과제 AI로 작성해도 되죠?"
"교수님, 논어 원문을 꼭 읽어야 하나요? 요약본이나 해설서로는 안 될까요?"
"시험은 객관식이죠? 논술형은 너무 시간이 오래 걸려요."
박 교수는 한숨을 쉬었다. 학생들은 효율만을 추구했다.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한의 학점을 얻으려 했다. 지식을 머릿속에 집어넣는 것에는 능숙했지만, 그것에 대해 깊이 사유하는 것은 귀찮아했다. '학이불사즉망'의 전형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새 학기 첫 수업에서 박 교수는 한 학생을 주목하게 되었다.
"교수님, 질문이 있습니다."
강의실 맨 뒷자리에서 손을 든 학생은 철학과 4학년 이준혁이었다. 스물다섯 살의 준혁은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었다. 고등학교 졸업 후 곧바로 스타트업 창업에 뛰어들었다가 실패를 경험하고, 3년의 공백 끝에 대학에 입학한 케이스였다.
"공자는 배움과 사색의 균형을 강조했습니다만, 현대 사회에서는 어떨까요? 정보는 넘쳐나고, 생각할 시간은 부족합니다. 배움보다는 사색이 더 중요한 시대가 아닐까요?"
박 교수는 놀랐다. 오랜만에 듣는 제대로 된 질문이었다.
"흥미로운 관점이네요. 하지만 당신은 그 사색의 근거를 어디서 찾습니까?"
"제 경험에서요. 저는 창업할 때 수많은 비즈니스 서적을 읽었습니다. 하지만 실패했죠. 책에 있는 지식을 그대로 따라했을 뿐, 제 상황에 맞게 생각하지 못했으니까요."
"그렇다면 이미 학이불사즉망을 경험한 셈이군요."
"네, 그래서 이제는 생각만 하려고 합니다. 사이불학즉태를 피하기 위한 최소한의 배움만 하고요."
박 교수는 묘한 느낌을 받았다. 이 학생은 위험했다. 한쪽 극단에서 다른 극단으로 옮겨가려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