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서의 붕괴
2027년 3월 15일, 서울.
김민준(金敏俊)은 지하철 2호선에서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36세, 증권회사 애널리스트. 그의 삶은 완벽한 질서(秩序, order) 속에 있었다.
오전 6시 기상, 6시 30분 출근, 오전 9시 시장 분석, 정오 점심, 오후 6시 퇴근, 밤 11시 취침.
"오늘도 예측(豫測) 가능한 하루군."
그는 중얼거렸다. 민준의 세계관은 단순했다. 세상은 패턴(pattern)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 패턴을 분석하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다음 정거장은 강남역입니다."
안내방송이 흘렀다. 민준은 가방에서 노트북을 꺼냈다. 화면에는 복잡한 주식 차트와 수식들이 가득했다.
"Chaos Theory = 혼돈이론? 말도 안 돼. 세상은 결정론적(deterministic)이야."
그는 대학 시절 교수가 설명했던 카오스 이론(Chaos Theory)을 떠올렸다. 나비효과(butterfly effect), 초기조건 민감성(sensitivity to initial conditions)... 모두 헛소리라고 생각했다.
같은 시각, 서울대학교 물리학과.
박지수(朴智秀) 교수는 칠판 가득 복잡한 수식을 쓰고 있었다. 42세, 비선형동역학(nonlinear dynamics) 전문가.
"여러분, 카오스(Chaos)란 무엇일까요?"
학생들은 조용했다. 지수는 미소 지으며 말을 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카오스를 '무질서(disorder)', '혼란(confusion)'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과학적으로 카오스는 전혀 다른 의미입니다."
그는 칠판에 로렌츠 방정식(Lorenz equations)을 썼다.
dx/dt = σ(y - x)
dy/dt = x(ρ - z) - y
dz/dt = xy - βz
"카오스는 결정론적(deterministic) 시스템에서 나타나는 예측 불가능한(unpredictable) 행동입니다. 역설적이죠? 완벽한 법칙을 따르는데도 예측할 수 없다니."
한 학생이 손을 들었다.
"교수님, 그럼 세상은 예측할 수 없다는 건가요?"
지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히는, 장기적(長期的)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초기조건(initial conditions)의 아주 작은 차이가 시간이 지나면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이것이 나비효과(butterfly effect)입니다."
"나비 한 마리의 날갯짓이 태풍을 일으킨다?"
"은유(隱喩, metaphor)적 표현이지만, 본질은 맞습니다. 브라질에서 나비가 날갯짓하면, 그 작은 공기의 움직임이 연쇄반응을 일으켜 텍사스에 토네이도를 만들 수 있다는 거죠."
민준은 그날 오후 큰 손실을 입었다. 그가 완벽하게 분석했던 주식이 예상과 정반대로 움직였다.
"이럴 리가 없어. 모든 데이터를 분석했는데..."
그는 모니터를 노려봤다. 붉은색 숫자들이 깜빡이고 있었다.
-37%
"대체 왜?"
그는 뉴스를 확인했다. 중국의 작은 제약회사가 파산했다는 소식. 그 회사와 자신이 투자한 회사 사이에는 아무 연관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공급망(supply chain)을 추적해보니 놀라운 사실이 드러났다. 그 중국 제약회사는 한국 회사의 3차 협력업체의 원료 공급처였다. 그 작은 연결고리가 전체 시스템을 흔들었다.
"이게... 나비효과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