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므레의 묘지

첫 소유지

by 이 범


배경 및 인물 소개
조선 세종 40년(1458년) 가을
경상도 회현(檜峴, 헤브론)
주인공:
이아함(李亞含, 113세): 의로운 선비
김사래(金沙萊, 103세): 아함의 아내, 임종 직전
이사(以思, 6세): 약속의 아들
허타(許他, 60세): 회현의 장로, 히타이트인의 역할
허브론(許伯論, 45세): 허타의 아들, 에프론의 역할
김종(金從, 70세): 아함의 충실한 종
혜능 대사(慧能大師, 98세): 고승


이별의 시간
세종 40년 가을.
사래가 병들었다.
"여보... 기침이..."
"콜록, 콜록..."
"괜찮으시오?"
"모르겠어요..."
나날이 약해졌다.
"어머니!"
이사가 걱정했다.
"괜찮단다..."
"할머니..."
"우리 이사..."
사래는 손자를 쓰다듬었다.
"건강하게 자라거라..."
"할머니, 어디 아프세요?"
"조금..."
"의원을 불러야 해요!"
"됐단다..."
사래는 웃었다.
"할머니는... 늙었어..."
의원이 왔다.
진맥을 했다.
고개를 저었다.
"어떻습니까?"
아함이 물었다.
"노환(老患)입니다..."
"고칠 수 있습니까?"
"..."
의원은 대답하지 않았다.
아함은 알았다.
'시간이 얼마 없구나...'
며칠 후.
사래는 더 약해졌다.
"여보..."
"네."
"제 손 좀 잡아주세요..."
"여기 있소."
"고마워요..."
"무엇이요?"
"평생... 함께해 주셔서..."
"나도 고맙소."
사래는 미소 지었다.
"일흔다섯에 함흥을 떠났죠?"
"그렇소."
"저는... 육십다섯이었어요..."
"그렇소."
"그때는... 자식이 없었어요..."
"..."
"이제는... 이사가 있어요..."
"그렇소."
"행복했어요..."
사래의 목소리가 약해졌다.
"여보... 이사를 잘 키워주세요..."
"그러겠소..."
"약속의 아들이에요..."
"알고 있소..."
"하늘님께서... 함께하실 거예요..."
"그렇소..."
사래는 눈을 감았다.
"여보... 사랑해요..."
"나도 사랑하오..."
그날 밤.
사래는 숨을 거두었다.
백삼 세.
"여보!"
아함이 소리쳤다.
"여보! 눈을 떠요!"
하지만 대답이 없었다.
"사래!"
아함은 아내를 안았다.
"깨어나요..."
"제발..."
울었다.
"어떻게... 나를 두고 가시오..."
이사도 울었다.
"할머니... 할머니..."
김종도 울었다.
온 집안이 울었다.
"마님..."


묘지를 구하다
아함은 아내의 시신 곁에 앉아 있었다.
하루.
이틀.
사흘.
"주인 어른..."
김종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제... 장사(葬事)를 지내셔야 합니다..."
"..."
"묘지를 구하셔야 합니다..."
아함은 고개를 들었다.
"묘지..."
"네."
"어디에?"
"이곳 회현에는 좋은 곳이 없습니까?"
아함은 생각했다.
'묘지...'
'사래를 어디에 묻지...'
'나그네인 내가...'
'땅도 없는데...'
아함은 일어났다.
"성문(城門)으로 가자."
"네."
성문은 마을 사람들이 모이는 곳.
장로들이 앉아 있는 곳.
아함이 도착했다.
허타 장로가 있었다.
다른 회현 장로들도.
"여러분."
아함이 말했다.
"나는 여러분에게 나그네요 떠돌이입니다."
"..."
사람들은 듣고 있었다.
"여러분 가운데서 매장할 땅을 얻게 해 주십시오."
"그러면 내 죽은 이를 내 앞에서 거두어 묻겠습니다."
허타 장로가 대답했다.
"나리."
"네."
"들어 보십시오."
"..."
"당신은 우리 가운데서 하늘님의 영도자(領導者)이십니다."
"과찬이십니다."
"우리의 묘지 가운데 가장 좋은 것을 골라."
"당신의 죽은 이를 묻으십시오."
"우리 가운데 누구도 당신이 죽은 이를 묻는 것을."
"자기 묘지를 막아 거절하지 않을 것입니다."
아함은 감사했다.
"감사합니다."
아함은 그 지방 사람들에게 절하였다.
그리고 말했다.
"여러분."
"내 죽은 이를 내 앞에서 거두어 묻는 것이."
"여러분의 뜻이시라면."
"내 말을 들어 주십시오."
"..."
"쏘하르의 아들 허브론에게 청해 주십시오."
모두가 허브론을 바라보았다.
젊은 지주.
"그가 상수리 고개 맞은쪽 밭 끝에 가진."
"쌍굴 동굴을 나에게 내주게 하십시오."
"충분한 값을 치를 터이니."
"여러분이 보는 가운데 그것을 나에게 넘겨."
"매장지의 소유가 되게 해 주십시오."
허브론이 일어났다.
성문에 나와 있는 사람들 앞에서.
"나리."
"네."
"들어 보십시오."
"..."
"그 밭을 드리겠습니다."
"..."
"거기 있는 동굴도 드리겠습니다."
아함은 놀랐다.
"내 동족이 보는 앞에서 드리는 것이니."
"나리의 죽은 이를 묻으십시오."
"하지만..."
"값을 받지 않겠습니다."
"그럴 수 없습니다."
아함이 말했다.
"나는 밭값을 드려야겠습니다."
"나리..."
"받아 주십시오."
"그러면 내가 거기에 내 죽은 이를 묻겠습니다."
허브론은 망설였다.
주변 사람들이 속삭였다.
"값을 받는 게 낫지."
"그래야 확실하지."
허브론이 대답했다.
"나리."
"네."
"제 말을 들어 주십시오."
"..."
"그 땅은 은(銀) 사백 냥입니다."
"사백 냥..."
큰 돈이었다.
"그것이 나리와 저 사이에 무엇이겠습니까?"
"나리의 죽은 이를 묻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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