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극의 순종
배경 및 인물 소개
조선 세종 38년(1456년) 가을
브엘세바에서 모리아 산까지
주인공:
이아함(李亞含, 111세): 의로운 선비
이사(以思, 4세): 약속의 아들, 외아들
김사래(金沙萊, 101세): 아함의 아내
김종(金從, 68세): 아함의 종
박종(朴從, 45세): 또 다른 종
혜능 대사(慧能大師, 96세): 고승
하늘의 부르심
세종 38년 가을.
이런 일들이 있은 후.
이사가 네 살이 되었다.
건강하게 자랐다.
총명했다.
"아버지!"
"왜 그러느냐?"
"저것 좀 보세요!"
"새구나."
"예쁘죠?"
"그렇구나."
아함은 아들을 사랑했다.
서른삼 년을 기다린 아들.
백팔 세에 얻은 아들.
약속의 아들.
"이사야."
"네, 아버지."
"너는 하늘님께서 주신 선물이란다."
"선물이요?"
"그렇다."
"감사해요, 아버지."
매일 밤 아함은 아들을 위해 기도했다.
"하늘님, 이사를 축복하소서."
"이 아이를 통해 큰 민족이 되게 하소서."
"이 아이를 지켜주소서."
어느 날 밤.
아함은 깊은 잠에 빠졌다.
꿈을 꾸었다.
아니, 환상이었다.
"아브라함아!"
하늘님께서 부르셨다.
"예, 여기 있습니다."
아함이 대답했다.
그분께서 말씀하셨다.
"너의 아들."
"네."
"네가 사랑하는 외아들 이사를."
"..."
"데리고 모리아 땅으로 가거라."
아함은 숨이 멎었다.
'모리아?'
'왜 거기로?'
"그곳, 내가 너에게 일러 주는 산에서."
"..."
"그를 나에게 번제물(燔祭物)로 바쳐라."
"예?"
아함이 놀라 깼다.
땀이 흘렀다.
온몸이 떨렸다.
"번제물?"
"이사를?"
"안 돼..."
아함은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별이 가득한 밤하늘.
"하늘님..."
"정말... 그런 말씀을 하신 겁니까?"
"이사를... 번제물로?"
"제가 잘못 들은 게 아닙니까?"
하지만 마음속 깊이 알았다.
잘못 들은 게 아니라는 것을.
하늘님께서 정말로 명령하신 것을.
"왜입니까?"
"서른삼 년을 기다렸습니다."
"약속의 아들이라 하셨습니다."
"이 아이를 통해 큰 민족이 된다 하셨습니다."
"그런데 왜..."
"번제물로 바치라 하십니까?"
아함은 밤새 기도했다.
울며 기도했다.
"하늘님... 다른 것을 주십시오..."
"제 목숨을 가져가십시오..."
"이사만은... 이사만은..."
하지만 하늘은 조용했다.
명령은 변하지 않았다.
'이사를 번제물로 바쳐라.'
새벽이 되었다.
아함은 결정했다.
눈물을 닦고.
떨리는 손으로.
"순종(順從)하겠습니다."
순종의 여정
아침 일찍.
아함은 일어났다.
나귀에 안장을 얹었다.
김종과 박종을 불렀다.
"주인 어른, 어디 가십니까?"
"모리아로."
"모리아요?"
"그렇다."
"왜 거기로?"
"묻지 마라."
"알겠습니다."
아함은 번제물을 사를 장작을 팼다.
직접.
"주인 어른, 제가 하겠습니다."
"아니다. 내가 하겠다."
아함은 이사를 불렀다.
"이사야."
"네, 아버지."
"나와 함께 가자."
"어디로요?"
"여행."
"여행이요?"
이사는 기뻐했다.
"좋아요!"
사래가 물었다.
"여보, 어디 가세요?"
"잠깐 다녀오겠소."
"어디로요?"
"모리아."
"왜요?"
"예배(禮拜) 드리러."
"이사도 데려가세요?"
"그렇소."
"조심히 다녀오세요."
"알겠소."
아함은 가족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듯이.
"여보... 괜찮으세요?"
"괜찮소."
하지만 괜찮지 않았다.
그들은 길을 떠났다.
브엘세바에서 북쪽으로.
모리아를 향해.
첫째 날.
이사가 물었다.
"아버지, 얼마나 가요?"
"사흘."
"멀어요?"
"그렇다."
"왜 그렇게 멀리 가요?"
"하늘님께서 명하셨다."
"아..."
아함은 아들을 바라보았다.
'마지막일지 모르는데...'
'이 아이와...'
눈물이 났다.
하지만 참았다.
둘째 날.
날씨가 좋았다.
"아버지, 저기 새 봐요!"
"그래, 예쁘구나."
"저도 저렇게 날고 싶어요!"
"그래..."
아함은 대답이 없었다.
생각에 잠겨 있었다.
'하늘님, 정말 이사를 바쳐야 합니까?'
'약속은 어떻게 됩니까?'
'이 아이를 통해 큰 민족이 된다 하셨는데...'
'이 아이가 죽으면...'
'어떻게...'
하지만 순종하기로 결심했다.
'하늘님께서 방법을 아실 것이다.'
'나는 순종할 뿐.'
셋째 날.
아침 일찍 일어났다.
아함이 눈을 들자.
멀리 산이 보였다.
"저기다..."
모리아 산.
아함은 하인들에게 말했다.
"너희는 나귀와 함께 여기에 머물러 있어라."
"주인 어른은요?"
"나와 이 아이는 저리로 가서 경배(敬拜)하고."
"너희에게 돌아오겠다."
"알겠습니다."
아함은 번제물을 사를 장작을 가져왔다.
아들 이사에게 지웠다.
"이사야, 이것을 지고 가거라."
"네, 아버지."
작은 어깨에 장작을.
아함은 손에 불과 칼을 들었다.
칼.
번제물을 잡을 칼.
'내 아들을 죽일 칼...'
손이 떨렸다.
하지만 꼭 쥐었다.
둘은 함께 걸어갔다.
아버지와 아들의 대화
산을 오르며.
이사가 물었다.
"아버지!"
"왜 그러느냐, 얘야?"
"불과 장작은 여기 있는데."
"그렇지."
"번제물로 바칠 양은 어디 있습니까?"
아함은 멈춰 섰다.
가슴이 찢어졌다.
'내가 뭐라고 대답해야 하나...'
'너를 바칠 거라고?'
'차마...'
아함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얘야."
"네."
"번제물로 바칠 양은."
"..."
"하늘님께서 손수 마련하실 거란다."
"정말요?"
"그렇다."
"하늘님께서 다 아신단다."
"알겠어요, 아버지."
둘은 계속 함께 걸어갔다.
이사는 아무것도 모르고.
아함은 모든 것을 알고.
산 정상에 가까워졌다.
"아버지, 다리가 아파요."
"조금만 더."
"네."
드디어 도착했다.
하늘님께서 말씀하신 곳.
"여기다..."
아함은 제단(祭壇)을 쌓기 시작했다.
돌을 모았다.
하나하나.
눈물을 흘리며.
"아버지, 제가 도와드릴까요?"
"아니다. 아버지가 할게."
제단이 완성되었다.
장작을 얹어 놓았다.
이사가 가져온 장작을.
"이제... 번제물을..."
아함은 아들을 바라보았다.
"이사야."
"네, 아버지?"
"이리 오너라."
"네."
아함은 아들을 안았다.
꽉 안았다.
"아버지... 왜 그러세요?"
"이사야..."
"네?"
"아버지가 너를 사랑한다."
"저도 아버지 사랑해요."
"미안하다..."
"왜요?"
아함은 아들을 묶었다.
"아버지?"
"가만히 있거라."
"왜 묶어요?"
"..."
아함은 대답하지 못했다.
아들을 제단 장작 위에 올려놓았다.
"아버지! 왜 이러세요?"
"이사야... 용서하거라..."
"아버지!"
아함은 칼을 들었다.
손을 뻗쳐.
칼을 잡고.
자기 아들을 죽이려 했다.
눈을 감았다.
눈물이 흘렀다.
"하늘님... 받으소서..."
칼을 들어 올렸다.
하늘의 개입
바로 그때.
"아브라함아! 아브라함아!"
하늘에서 소리가 들렸다.
주님의 천사.
"예, 여기 있습니다!"
아함이 대답했다.
"그 아이에게 손대지 마라!"
"예?"
"그에게 아무 해도 입히지 마라!"
아함은 칼을 내렸다.
손이 떨렸다.
"네가 너의 아들."
"네."
"너의 외아들까지."
"..."
"나를 위하여 아끼지 않았으니."
"..."
"네가 하늘님을 경외(敬畏)하는 줄을 이제 내가 알았다."
아함은 주저앉았다.
"하늘님..."
울었다.
감격으로.
안도로.
"감사합니다..."
이사를 풀어주었다.
"아버지..."
"괜찮다, 이사야."
"무서웠어요..."
"미안하다..."
아함은 아들을 안았다.
꽉 안았다.
"아버지도 무서웠단다..."
"정말요?"
"정말이다..."
아함이 눈을 들어 보니.
덤불에 뿔이 걸린 숫양 한 마리가 있었다.
"저것을!"
하늘님께서 준비하신 것.
아함은 가서 그 숫양을 끌어왔다.
아들 대신.
번제물로 바쳤다.
"하늘님, 받으소서."
"제 아들 대신."
"이 양을."
불을 붙였다.
연기가 올라갔다.
하늘로.
아함은 그곳의 이름을 지었다.
"여호와이레(耶和華以禮)."
"주님께서 준비하신다는 뜻이다."
이사가 물었다.
"아버지, 무슨 뜻이에요?"
"하늘님께서 필요한 것을 준비하신다는 뜻이란다."
"양처럼요?"
"그렇다."
"하늘님께서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아신다."
"그리고 준비하신다."
"와..."
그래서 오늘도 사람들은 말한다.
"주님의 산에서 마련된다."
주님의 천사가 하늘에서 두 번째로 아함을 불렀다.
"아브라함아!"
"예, 여기 있습니다."
"나는 나 자신을 걸고 맹세한다. 주님의 말씀이다."
"..."
"네가 이 일을 하였으니."
"곧 너의 아들, 너의 외아들까지 아끼지 않았으니."
"감사합니다..."
"나는 너에게 한껏 복을 내리고."
"..."
"네 후손이 하늘의 별처럼, 바닷가의 모래처럼 한껏 번성하게 해 주겠다."
"감사합니다!"
"너의 후손은 원수들의 성문을 차지할 것이다."
"..."
"네가 나에게 순종하였으니."
"세상의 모든 민족들이 너의 후손을 통하여 복을 받을 것이다."
아함은 엎드렸다.
"감사합니다, 하늘님."
"순종해 주어서 고맙다."
천사가 사라졌다.
에필로그 - 돌아온 순종
아함과 이사는 하인들에게 돌아왔다.
"주인 어른!"
"왔다."
"이사 도령!"
"저 왔어요!"
"무사하시군요."
"그렇다."
김종이 물었다.
"예배는 잘 드렸습니까?"
"그렇다."
"주인 어른 얼굴이 다르십니다."
"그런가?"
"네. 평안해 보이십니다."
"하늘님께서 함께하셨다."
그들은 함께 브엘세바를 향하여 길을 떠났다.
사흘을 걸었다.
이사가 물었다.
"아버지."
"왜?"
"아까 왜 저를 묶으셨어요?"
"..."
아함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
"얘야."
"네."
"하늘님께서 아버지를 시험(試驗)하셨단다."
"시험이요?"
"그렇다."
"무슨 시험이요?"
"아버지가 하늘님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버지가 하늘님께 순종하는지."
"그래서요?"
"아버지는 순종하기로 했다."
"너를... 번제물로 바치려고 했다."
이사는 놀랐다.
"저를요?"
"그렇다."
"죽이려고 하셨어요?"
"..."
아함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하늘님께서 막으셨다."
"다행이에요..."
"그렇다. 정말 다행이다."
"아버지."
"왜?"
"아버지는 저보다 하늘님을 더 사랑하시는 거예요?"
아함은 아들을 안았다.
"얘야."
"..."
"아버지는 너를 사랑한다."
"서른삼 년을 기다렸다."
"하지만."
"하지만요?"
"하늘님은 그보다 더 중요하시다."
"왜요?"
"하늘님께서 모든 것을 주셨기 때문이다."
"너도."
"나도요?"
"그렇다. 너는 하늘님께서 주신 선물이다."
"그래서 하늘님께서 돌려달라 하시면."
"돌려드려야 한다."
이사는 생각했다.
"알 것 같아요."
"정말?"
"네. 하늘님이 주인이시니까요."
아함은 감동했다.
"그렇다, 이사야."
"너는 영리하구나."
브엘세바에 도착했다.
"여보!"
사래가 달려왔다.
"이사!"
"할머니!"
"무사히 왔구나!"
"네!"
사래가 남편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 있었어요?"
"집에 가서 이야기하겠소."
그날 밤.
아함은 사래에게 모든 것을 이야기했다.
하늘님의 명령.
모리아 산으로의 여정.
제단.
칼.
천사의 개입.
숫양.
축복.
사래는 울었다.
"하늘님... 어떻게 그런 명령을..."
"시험이었소."
"시험이요?"
"내가 하늘님을 경외하는지."
"순종하는지."
"그래서요?"
"순종했소."
"이사를 바치려 했소."
사래는 남편을 안았다.
"얼마나 힘드셨어요..."
"힘들었소..."
"하지만 하늘님께서 막아주셨어요."
"그렇소. 다행이오."
"앞으로 더 이상 그런 일은 없겠죠?"
"그렇기를 바라오."
며칠 후.
혜능 대사가 찾아왔다.
"거사님."
"대사님."
"모리아에 다녀오셨다면서요?"
"어떻게 아셨습니까?"
"소문이 돌더군요."
"아..."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아함은 모든 것을 이야기했다.
대사는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거사님."
"네."
"배우신 게 있습니까?"
"많이 배웠습니다."
"무엇을요?"
"순종의 의미를."
"순종의 의미요?"
"네."
아함이 설명했다.
"순종은 이해할 때 하는 게 아닙니다."
"이해하지 못해도 하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이사를 바치라는 명령."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약속과 모순되었습니다."
"하지만 순종했습니다."
"왜요?"
"하늘님을 신뢰하기 때문입니다."
대사가 미소 지었다.
"거사님은 진정한 믿음을 가지셨군요."
"아닙니다."
"두려웠습니다."
"떨렸습니다."
"하지만 순종했습니다."
"그것이 믿음입니다."
"감사합니다, 대사님."
두 사람은 차를 마셨다.
"그런데 거사님."
"네?"
"하늘님께서 왜 그런 시험을 하셨을까요?"
아함은 생각했다.
"제 마음을 보시려고."
"마음이요?"
"제가 무엇을 가장 사랑하는지."
"하늘님인지."
"아니면 선물인지."
"아..."
"저는 이사를 너무 사랑했습니다."
"혹시 하늘님보다 더."
"그래서 하늘님께서 시험하신 것입니다."
"그래서요?"
"깨달았습니다."
"하늘님이 첫째라는 것을."
대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깨달음입니다."
일 년 후.
아함은 브엘세바에서 평안히 살았다.
이사는 건강하게 자랐다.
"아버지!"
"왜?"
"저 모리아 산 기억나요?"
"그렇다."
"무서웠지만."
"..."
"하늘님께서 지켜주셨어요."
"그렇다."
"저도 아버지처럼 하늘님께 순종할래요."
아함은 아들을 안았다.
"고맙다, 이사야."
"제가 뭘 했어요?"
"살아있어 줘서."
"아버지..."
"너는 하늘님께서 주신 선물이다."
"하지만 하늘님이 첫째다."
"알겠어요."
두 사람은 함께 기도했다.
"하늘님, 감사합니다."
"시험을 통과하게 하셨습니다."
"이사를 살려주셨습니다."
"순종을 가르쳐주셨습니다."
"앞으로도 순종하겠습니다."
"평생."
"하느님께서 아브라함을 시험해 보시려고 부르시며 말씀하셨다. 너의 아들, 네가 사랑하는 외아들 이사악을 데리고 모리야 땅으로 가거라. 그를 나에게 번제물로 바쳐라. 아브라함이 손을 뻗쳐 칼을 잡고 자기 아들을 죽이려 하였다. 그때, 주님의 천사가 말하였다. 그 아이에게 손대지 마라. 네가 하느님을 경외하는 줄을 이제 내가 알았다."
창세기 22:1-12
궁극의 시험.
하늘님께서 시험하셨다.
가장 사랑하는 것을 요구하셨다.
외아들을.
약속의 아들을.
아함은 순종했다.
이해하지 못해도.
모순처럼 보여도.
칼을 들었다.
떨리는 손으로.
울면서.
하지만 하늘님께서:
막으셨다.
양을 준비하셨다.
더 큰 축복을 주셨다.
교훈:
순종은 이해할 때 하는 게 아니다.
이해하지 못해도 하는 것이다.
하늘님이 선물보다 중요하다.
주신 분이 주신 것보다 크다.
시험은 파괴가 아니라 확인이다.
우리 마음을 보시려고.
하늘님께서는 준비하신다.
필요한 것을.
적절한 때에.
여호와이레.
주님께서 준비하신다.
그러니 순종하라.
끝까지.
떨려도.
울어도.
하늘님을 신뢰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