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암양의 증언
일곱 암양의 증언
그런데 아함이 입을 열었다.
"박왕님."
"네?"
"저도 한 가지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무엇입니까?"
"당신의 종들이 빼앗은 우물(井) 때문입니다."
"우물요?"
"네. 제가 판 우물을 당신 종들이 빼앗았습니다."
박왕이 놀랐다.
"누가 그런 짓을 하였습니까?"
"당신의 종들입니다."
"나는 모릅니다."
"정말 모르십니까?"
"그대도 나에게 말해 준 적이 없지 않습니까?"
"..."
"나는 오늘까지 그런 말을 들어 보지 못했습니다."
아함은 한숨을 쉬었다.
'박왕은 모르는구나...'
'종들이 제멋대로 한 것이군...'
"알겠습니다."
"그래서 어쩌시겠습니까?"
"계약(契約)을 맺읍시다."
아함이 말했다.
"제대로 된 계약을."
"어떻게요?"
"소들과 양들을 드리겠습니다."
아함은 종들에게 명령했다.
"소와 양을 가져오너라."
"네!"
많은 가축들이 왔다.
"이것을 박왕께 드립니다."
"이렇게 많이요?"
"계약의 증표(證票)입니다."
아함은 또 명령했다.
"양 떼에서 어린 암양 일곱 마리를 따로 떼어 놓아라."
"네!"
종들이 어린 암양 일곱 마리를 따로 세웠다.
박왕이 물었다.
"어린 암양 일곱 마리를 따로 떼어 놓은 까닭이 무엇입니까?"
아함이 대답했다.
"이 어린 암양 일곱 마리를 제 손에서 받으십시오."
"왜요?"
"제가 이 우물을 팠다는 사실에 대하여."
"증인(證人)이 되어 달라는 것입니다."
"아..."
박왕은 이해했다.
"이 일곱 암양이 증거가 되는 것이군요."
"그렇습니다."
"어르신께서 이 우물을 파셨다는."
"네."
"알겠습니다."
박왕이 일곱 암양을 받았다.
"제가 증인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두 사람은 서로 맹세했다.
"나 이아함은 맹세합니다."
"박왕과 그의 자손들을 속이지 않겠습니다."
"나 박왕도 맹세합니다."
"이아함 어르신과 그의 자손들을 해치지 않겠습니다."
"이 우물이 어르신의 것임을 인정합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감사합니다."
피흘이 물었다.
"그런데 이곳 이름이 무엇입니까?"
"브엘세바(井七)입니다."
아함이 대답했다.
"무슨 뜻입니까?"
"맹세의 우물이라는 뜻입니다."
"맹세의 우물..."
"그렇습니다. 우리가 여기에서 맹세를 했으니."
"또한 일곱(七) 암양의 우물이라는 뜻도 됩니다."
"아, 그래서 브엘세바..."
"그렇습니다."
이렇게 그 두 사람이 거기에서 맹세를 했다고 하여.
그곳을 브엘세바라 하였다.
에필로그 - 나그네의 정착
박왕과 피흘이 떠났다.
"안녕히 가십시오."
"어르신도 평안하십시오."
그들은 북쪽 그라르로 돌아갔다.
아함은 우물가에 섰다.
"이제 이 우물은 내 것이다."
"아무도 빼앗을 수 없다."
"증인이 있으니."
"계약이 있으니."
아함은 나무를 심었다.
에셀 나무.
큰 나무.
"이 나무가 자라서."
"후손들에게 그늘을 줄 것이다."
"이곳에서 예배(禮拜)를 드리리라."
아함은 나무 아래서 기도했다.
"영원(永遠)한 하늘님이신 주님."
"당신의 이름을 받들어 부릅니다."
"이곳 브엘세바에서."
"맹세의 우물에서."
"당신께서 저와 함께하셨습니다."
"우물을 주셨습니다."
"계약을 맺게 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래가 다가왔다.
"여보."
"왜 그러시오?"
"이제 정착(定着)하는 건가요?"
"그렇소."
"더 이상 떠돌지 않아도 되나요?"
"당분간은."
"다행이에요."
사래가 남편의 손을 잡았다.
"일흔다섯에 함흥을 떠났어요."
"그렇소."
"서른삼 년을 떠돌았어요."
"그렇소."
"이제 백팔 세."
"당신은 구십팔 세."
"이제 좀 쉬어요."
"알겠소."
이사가 뛰어왔다.
"아버지!"
"왜 그러느냐?"
"저 나무 뭐예요?"
"에셀 나무다."
"왜 심으셨어요?"
"이곳이 우리 집이라는 표시다."
"우리 집이요?"
"그래. 브엘세바."
"맹세의 우물."
"여기서 우리가 살 거야."
이사가 웃었다.
"좋아요!"
"마음에 드느냐?"
"네! 물도 좋고 나무도 있고!"
"그래, 잘됐구나."
아함은 아들을 안아 올렸다.
"이사야."
"네?"
"이곳을 기억해라."
"네."
"브엘세바."
"맹세의 우물."
"하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곳이다."
"알겠어요, 아버지."
며칠 후.
혜능 대사가 찾아왔다.
"거사님, 축하합니다."
"무엇을요?"
"정착하셨다면서요."
"네, 대사님."
"드디어 안식(安息)을 얻으셨군요."
"그렇습니다."
두 사람은 에셀 나무 아래 앉았다.
"거사님."
"네."
"이스마는 어떻게 됐습니까?"
"하늘님께서 돌보고 계십니다."
"정말입니까?"
"네. 광야에서 잘 살고 있다 합니다."
"다행입니다."
"활잡이가 되었다 하더군요."
"하늘님께서 약속을 지키셨군요."
"그렇습니다."
아함이 남쪽을 바라보았다.
"이스마도 큰 민족이 될 것입니다."
"이사와는 다른 길이지만."
"하늘님께서 함께하실 것입니다."
"그렇게 믿으십니까?"
"믿습니다."
대사가 차를 따랐다.
"그런데 거사님."
"네?"
"박왕과의 계약은 어떻게 됐습니까?"
"잘 맺었습니다."
"어떻게요?"
"일곱 암양으로 증인을 세웠습니다."
"지혜롭습니다."
"제가 우물을 팠다는 증거입니다."
"앞으로 분쟁(紛爭)이 없겠군요."
"그렇기를 바랍니다."
"거사님은 참 지혜로우십니다."
"아닙니다."
"하늘님께서 가르쳐주신 것입니다."
대사가 웃었다.
"겸손(謙遜)하시기까지."
"사실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두 사람은 한동안 침묵했다.
나무 그늘 아래에서.
바람이 불었다.
시원했다.
"거사님."
"네."
"행복하십니까?"
"행복합니다."
"무엇이 가장 행복하십니까?"
아함은 생각했다.
"정착한 것."
"더 이상 떠돌지 않아도 되는 것."
"우물이 있는 것."
"계약이 있는 것."
"하지만 무엇보다..."
"무엇보다요?"
"하늘님께서 함께하신다는 것."
대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이 진정한 행복(幸福)입니다."
일 년 후.
아함은 브엘세바에 완전히 정착했다.
집을 지었다.
밭을 일궜다.
양과 소를 쳤다.
"여보, 이제 진짜 우리 집이 생겼어요."
"그렇소."
"일흔다섯부터 백구 세까지."
"서른사 년."
"정말 긴 나그네살이였어요."
"하지만 이제 끝났소."
"정말요?"
"영원히는 아니지만."
"오랫동안은 여기 살 것이오."
사래는 행복했다.
"감사해요, 여보."
"왜요?"
"저를 믿고 따라와 주셔서."
"함흥에서부터."
"명나라까지."
"그라르까지."
"브엘세바까지."
"당신과 함께여서 행복했소."
두 사람은 손을 잡았다.
백구 세와 구십구 세.
하지만 마음은 젊었다.
"하늘님께 감사드립니다."
"함께 감사드립시다."
그들은 에셀 나무 아래서 예배를 드렸다.
"영원한 하늘님."
"당신의 이름을 찬양합니다."
"브엘세바에서."
"맹세의 우물에서."
"당신을 예배합니다."
아함은 오랫동안 브엘세바에서 나그네살이를 했다.
하지만 이제는 정착했다.
뿌리를 내렸다.
에셀 나무처럼.
깊이.
튼튼하게.
"이곳이 내 집이다."
"하늘님께서 주신 곳."
"내 후손들의 땅."
"브엘세바."
"맹세의 우물."
"하느님께서는 그 아이와 함께 계셨다. 그는 자라서 광야에 살며 활잡이가 되었다. 아비멜렉이 아브라함에게 말하였다. 하느님께서는 그대가 무슨 일을 하든지 함께 계시는구려. 그러니 이제 그대는 나와 내 자식들과 내 후손들을 속이지 않을 것을 여기에서 하느님을 두고 나에게 맹세해 주시오. 아브라함은 맹세합니다 하고 말하였다. 아브라함은 브에르 세바에 에셀 나무를 심고, 그곳에서 영원한 하느님이신 주님의 이름을 받들어 불렀다."
창세기 21:20-33
두 아들, 두 길.
이스마: 광야의 길.
자유롭지만 거친 길.
하늘님과 함께.
이사: 약속의 길.
계약의 후계자.
하늘님의 선택.
둘 다 축복받았다.
둘 다 사랑받았다.
계약의 지혜.
아함은 박왕과 계약을 맺었다.
일곱 암양으로 증인을 세웠다.
지혜로운 방법.
평화를 선택했다.
다툼 대신 계약을.
폭력 대신 맹세를.
정착의 은혜.
서른사 년 나그네살이.
이제 정착.
브엘세바.
맹세의 우물.
에셀 나무를 심었다.
뿌리를 내렸다.
예배를 드렸다.
교훈:
버림도 축복이 될 수 있다.
이스마는 버림받았지만.
하늘님과 함께.
지혜로운 계약을 맺어라.
증인을 세워라.
평화를 선택하라.
정착하라.
뿌리를 내려라.
예배하라.
그것이 나그네의 끝이다.
정착.
안식.
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