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서재 (62)

닿은시간

by seungbum lee

“혹시… 이 책방, 소연 님이 운영하시나요?”
낯선 중년 남성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손에는 소연의 책이 들려 있었고,
표지는 오래된 듯 가장자리가 살짝 닳아 있었다.



소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제가 맞아요.”
그는 잠시 숨을 고르더니 조용히 말했다.
“이 책… 제 딸이 병원에 있을 때
매일 읽던 책이에요.
그 아이가 가장 좋아했던 문장이 있었어요.”

그는 책을 펼쳐 한 페이지를 가리켰다.

“아무도 묻지 않아도,
마음은 조용히 흘러간다.
그 흐름을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살아가는 데 큰 위로가 된다.”

소연은 그 문장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숨을 들이켰다.
그 문장은 그녀가 가장 외로웠던 시절에 쓴 것이었다.

“그 아이는…
그 문장을 읽고 나면
조금 덜 아파 보였어요.”
그의 목소리는 떨렸고,
소연은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그날, 책방은 조용한 감정으로 가득 찼다.
준혁은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소연에게 다가와 말했다.
“너의 글이…
누군가의 시간을 지켜줬다는 거,
그게 얼마나 큰 의미인지 알아?”

소연은 조용히 말했다.
“그 문장을 쓸 때는
내 마음 하나만 생각했는데…
그게 누군가에게 닿았다는 게
믿기지 않아요.”

밖은 가을의 밤공기가 조용히 퍼지고 있었고,
책방 안엔 낮은 피아노 선율이 흐르고 있었다.

그날, 두 사람은
닿은 시간 속에서
서로의 마음을 더 깊이 이해했고,
그 마음은 또 다른 이야기를 향해
조용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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