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사 민준의 깨달음
경쟁 중독
Q: 왜 모든 것을 경쟁으로 볼까요?
A: 이기는 것이 가치라고 배웠기 때문입니다. 해법은 "인생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를 깨닫는 것입니다. 다 같이 잘될 수 있습니다.
승부사 민준의 깨달음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의 한 IT기업 '넥스트웨이브'. 월요일 아침 9시, 32세의 과장 강민준은 오늘도 사무실 문을 가장 먼저 열었다.
"역시 1등 출근!"
민준은 혼잣말을 하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의 책상 위에는 'BEST EMPLOYEE 2024'라는 트로피가 놓여 있었다. 지난 5년간 그는 매년 이 상을 받았다. 남들보다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며, 가장 많은 프로젝트를 따냈다.
"민준아, 벌써 왔어?"
뒤늦게 들어온 동료 재현이 커피를 들고 인사했다.
"응,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고 했잖아."
"그래도 매일 7시 반에 출근하면 몸이 안 힘들어?"
"괜찮아. 난 1등이 좋거든."
재현은 쓴웃음을 지으며 자리로 갔다. 사실 민준은 회사에서 '경쟁狂(경쟁광)'으로 유명했다. 프로젝트 배정, 승진, 심지어 회식 자리에서 술잔 개수까지 모든 것을 競爭(경쟁)으로 받아들였다.
점심시간이 되었다.
"민준아, 같이 밥 먹으러 갈래?"
"아니, 나 오늘 12시 정각에 새로 생긴 맛집 예약했어. 인기 많아서 先着順(선착순)이거든."
민준은 정확히 11시 55분에 자리에서 일어나 식당으로 달려갔다. 문이 열리자마자 들어가 첫 번째 손님이 되었다.
"역시! 1등!"
식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민준은 스마트폰으로 각종 앱을 확인했다. 만보기 앱 - "일일 걸음 수 1만 보 달성, 친구 중 1위!" 독서 앱 - "이번 달 10권 완독, 상위 5%!" 운동 앱 - "주간 운동 시간 7시간, 지역 랭킹 3위."
모든 수치가 그를 기쁘게 했다. 아니, 정확히는 '남보다 앞선다'는 사실이 그를 기쁘게 했다.
오후 3시, 팀 회의가 시작되었다.
"이번 프로젝트는 규모가 큰 만큼 두 팀으로 나눠서 진행하겠습니다."
팀장의 말에 민준의 눈이 반짝였다.
"팀장님, 저희 팀이 더 많은 부분을 맡겠습니다!"
"아직 역할 분담도 안 했는데?"
"어차피 우리 팀이 더 빨리 끝낼 수 있으니까요."
회의실에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다른 팀원들의 표정이 굳어졌지만, 민준은 그저 勝利(승리)를 향한 열정으로 가득했다.
퇴근 후, 민준은 헬스장으로 향했다. 러닝머신 위에서 그는 옆 기계의 남성과 속도 경쟁을 벌였다. 상대방은 시속 10km로 달리고 있었다. 민준은 즉시 12km로 올렸다. 상대방이 11km로 올리자, 민준은 13km로 올렸다.
30분 후, 민준은 헉헉거리며 기계에서 내렸다. 이겼다는 만족감도 잠시, 어지러움이 몰려왔다.
"괜찮으세요?"
트레이너가 다가와 물었다.
"네, 괜찮습니다. 저 사람보다 오래 뛰었으니까요."
"그런데... 저 분은 20분 전에 내리셨는데요?"
민준은 당황했지만, 곧 다른 합리화를 찾았다. '어쨌든 내가 더 빨리 뛰었잖아.'
집으로 돌아온 민준은 여자친구 수진과 영상통화를 했다.
"오빠, 오늘 뭐 했어?"
"응, 회사에서 프로젝트 하나 따냈어. 경쟁률이 3:1이었는데 내가 이겼지."
"와, 축하해! 그런데 요즘 오빠 좀 피곤해 보여."
"괜찮아. 이 정도는 견딜 만해. 참, 너 이번 달 실적은 어때?"
수진은 화장품 회사 영업사원이었다.
"음... 그냥 보통이야."
"보통? 팀에서 몇 등이야?"
"오빠, 꼭 그렇게 물어야 해? 나는 내 할 일만 잘하면 되는 거 아니야?"
"아니지. 네가 1등을 해야 인정받고 승진도 빨리 하지. 나처럼 말이야."
수진의 표情(표정)이 어두워졌다.
"오빠, 나는 오빠처럼 모든 걸 경쟁으로 보고 싶지 않아. 요즘 우리 대화도 자꾸 서로 비교하고... 피곤해."
"뭐가 피곤해? 경쟁에서 이기는 게 인생 아니야?"
"인생이 꼭 그런 건 아니잖아."
"수진아, 세상은 냉정해. 이기지 못하면 뒤처지는 거야. Zero-sum game이라고, 누군가 이기면 누군가는 지는 거지."
수진은 한숨을 쉬었다.
"오빠, 나 좀 쉬고 싶어. 내일 얘기하자."
통화가 끊겼다. 민준은 찝찝했지만, 곧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確信(확신)했다.
다음 날, 회사에서 또 다른 사건이 터졌다.
"민준 과장, 잠깐 얘기 좀 할까요?"
신입사원 지훈이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왜? 프로젝트 진행에 문제 있어?"
"그게... 과장님이 제 아이디어를 팀장님께 보고하실 때 과장님 아이디어라고 하신 것 같아서요."
민준은 순간 당황했지만, 곧 평정을 되찾았다.
"아, 그거? 그건 네 아이디어를 내가 발전시킨 거야. 완전히 네 아이디어만은 아니지."
"하지만 핵심 컨셉은 제가..."
"지훈씨, 사회생활이 그런 거야. 실력 있는 사람이 인정받는 거지. 네가 아직 경험이 부족해서 그래. 나처럼 되려면 더 경쟁력을 키워야 해."
지훈은 實望(실망)한 표정으로 돌아갔다.
점심시간, 민준은 혼자 식사하며 SNS를 확인했다. 대학 동기들의 근황이 올라와 있었다. 누구는 승진했고, 누구는 결혼했고, 누구는 집을 샀다. 민준은 하나하나 자신과 比較(비교)했다.
'나는 아직 결혼 안 했으니 뒤처진 건가? 아니야, 난 커리어에 집중하는 거니까 더 나은 선택이야.'
저녁 무렵, 팀장이 민준을 불렀다.
"민준 과장, 요즘 팀 분위기가 안 좋은 거 알아요?"
"네? 무슨 말씀이신지..."
"다들 당신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다는 얘기가 있어요. 모든 걸 경쟁으로 만들고, 남의 공을 가로채고..."
"팀장님, 저는 그냥 열심히 일하는 것뿐인데요. 경쟁해서 이기는 게 나쁜 건가요?"
"경쟁은 나쁘지 않아요. 하지만 팀워크도 중요하죠. 혼자 1등 하는 것보다, 팀 전체가 성장하는 게 회사에 더 도움이 돼요."
"하지만 제가 1등을 하니까 팀 실적도 좋았잖아요."
팀장은 고개를 저었다.
"민준 과장, 곰곰이 생각해 보세요. 당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게 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