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의 축복
이별의 축복
그날 오후.
떠날 준비를 했다.
리브가는 짐을 쌌다.
옷가지.
패물.
추억.
"이것도 가져가야지..."
"저것도..."
어머니가 도왔다.
"리브가야."
"네, 어머니."
"너를 낳아 기른 지 십칠 년..."
"어머니..."
"이렇게 보내는구나..."
"보고 싶을 거예요..."
"나도 보고 싶을 게다..."
두 사람은 안고 울었다.
유모도 왔다.
"아가씨."
"유모..."
"제가 함께 가겠습니다."
"정말요?"
"네. 제가 어떻게 아가씨를 혼자 보내겠습니까?"
"감사해요, 유모..."
몸종들도 따라가기로 했다.
"저희도 모시겠습니다."
"고마워..."
모든 준비가 끝났다.
가족들이 모였다.
리브가에게 축복(祝福)하려고.
브투엘 아버지가 앞으로 나왔다.
"딸아."
"네, 아버지."
"하늘님께서 너와 함께하시기를."
"감사합니다."
라반과 어머니도 나왔다.
함께 리브가에게 말했다.
"우리 누이야."
"..."
"너는 수천만(數千萬)의 어머니가 되어라."
리브가는 고개를 숙였다.
"너의 후손(後孫)은."
"적들의 성문(城門)을 차지하여라."
"아멘."
리브가가 대답했다.
모두가 축복했다.
"잘 가거라!"
"행복해라!"
"건강해라!"
리브가는 눈물을 흘렸다.
"모두 감사합니다..."
"잊지 않을게요..."
김종이 말했다.
"이제 출발하겠습니다."
"네."
"리브가 양, 준비되셨습니까?"
"네."
리브가는 몸종들과 함께 일어났다.
낙타를 탔다.
처음 타보는 낙타.
높았다.
"무섭지 않으세요?"
유모가 물었다.
"괜찮아요."
"조심하세요."
김종이 앞장섰다.
"출발합니다!"
행렬이 움직였다.
낙타 열 마리.
리브가와 유모와 몸종들.
김종과 일행.
모두 합쳐 이십여 명.
"안녕!"
"잘 가!"
가족들이 손을 흔들었다.
리브가도 손을 흔들었다.
"안녕히 계세요!"
"보고 싶을 거예요!"
행렬은 멀어졌다.
가족들의 모습이 작아졌다.
마을이 사라졌다.
리브가는 뒤를 돌아보았다.
마지막으로.
"안녕... 우리 집..."
"안녕... 고향..."
눈물이 흘렀다.
유모가 손을 잡아주었다.
"아가씨."
"네..."
"괜찮으실 거예요."
"그럴까요?"
"하늘님께서 함께하십니다."
"감사해요, 유모..."
남쪽을 향하여
이리하여 김종은 리브가를 데리고.
길을 떠나게 되었다.
함흥에서 남쪽으로.
한양을 지나.
충청도를 지나.
경상도를 향해.
브엘세바를 향해.
첫째 날.
리브가는 낙타 타기에 익숙해졌다.
"이제 좀 괜찮아요."
"다행입니다."
김종이 말했다.
"김종 어르신."
"네, 아가씨."
"이사 도련님은 어떤 분이세요?"
김종은 미소 지었다.
"좋은 분이십니다."
"어떻게요?"
"총명하십니다."
"..."
"착하십니다."
"..."
"하늘님을 경외(敬畏)하십니다."
"아홉 살이면 어리지 않나요?"
"어리십니다."
"그런데 장가를요?"
"주인 어른께서 준비하시는 것입니다."
"아..."
"주인 어른께서 매우 늙으셨습니다."
"백십육 세이십니다."
"그렇게 많이요?"
"네. 언제 돌아가실지 모릅니다."
"그래서 서두르시는 것입니다."
리브가는 이해했다.
"그렇군요..."
둘째 날.
리브가는 유모와 이야기했다.
"유모."
"네, 아가씨."
"제가 잘할 수 있을까요?"
"무엇을요?"
"며느리..."
"잘하실 거예요."
"낯선 땅에서..."
"모르는 사람들과..."
"하늘님께서 함께하십니다."
"그리고 저도 있잖아요."
"고마워요, 유모..."
셋째 날.
한양을 지났다.
"여기가 한양입니다."
김종이 설명했다.
"큰 도시네요."
"그렇습니다."
"언젠가 이곳에 오게 될까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가능하시면 구경하십시오."
"네."
일주일이 지났다.
충청도를 지났다.
"이제 얼마나 남았어요?"
"보름쯤."
"아직 멀었네요..."
"조금만 참으십시오."
이주일이 지났다.
경상도에 들어섰다.
"이제 거의 다 왔습니다."
"정말요?"
"네. 며칠만 더 가면 브엘세바입니다."
리브가는 긴장했다.
'드디어...'
'이사 도련님을 만나는구나...'
'어떤 분일까...'
'저를 좋아하실까...'
'잘 지낼 수 있을까...'
사흘 후.
브엘세바가 가까워졌다.
"내일이면 도착합니다."
김종이 말했다.
"내일이요?"
"네."
리브가는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내일...'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구나...'
에필로그 - 여정의 끝
다음 날.
해가 지기 시작했다.
저녁 무렵.
"저기 보이십니까?"
김종이 가리켰다.
"저기가 브엘세바입니다."
"드디어..."
리브가는 멀리 마을을 바라보았다.
'내 새로운 집...'
'내 새로운 가족...'
'내 남편이 될 사람...'
긴장과 기대가 교차했다.
"아가씨, 괜찮으세요?"
유모가 물었다.
"네... 괜찮아요..."
"떨리시죠?"
"네..."
"저도 떨려요."
두 사람은 손을 잡았다.
"함께 잘 해봐요."
"네, 유모..."
해가 완전히 지기 전.
마을에 도착할 것 같았다.
리브가는 깊은 숨을 쉬었다.
'하늘님...'
'저와 함께해 주세요...'
'이 새로운 시작을...'
'축복해 주세요...'
낙타 떼는 계속 나아갔다.
브엘세바를 향해.
운명을 향해.
미래를 향해.
"레베카를 불러 그에게 '이 사람과 같이 가겠느냐?' 하고 묻자, 그가 '가겠습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리하여 그들은 누이 레베카와 그의 유모를 아브라함의 종과 그 일행과 함께 보내면서, 레베카에게 축복하였다. '우리 누이야, 너는 수천만의 어머니가 되어라. 너의 후손은 적들의 성문을 차지하여라.'"
창세기 24:58-60
결단과 축복.
리브가는 결단했다.
열흘도 기다리지 않고.
지금 바로.
가겠다고.
이것이 믿음이다.
보이지 않는 미래를.
하늘님께 맡기고.
순종하는 것.
가족은 축복했다.
붙잡지 않고.
보내면서.
축복으로.
이것이 사랑이다.
여정은 길었다.
한 달.
낯선 길.
하지만 함께.
유모와 몸종들과.
그리고 하늘님과.
이제 곧 도착한다.
새로운 삶이.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