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돌이 정보
산돌이의 정보
문이 조심스럽게 열렸다. 스물다섯의 청년 산돌이가 들어섰다. 본명은 강산돌(姜山乭). 헌병대 잡역부로 일하면서 내부 정보를 빼내는 위험한 일을 해온 청년이었다.
"형님들, 큰일입니다."
산돌이의 얼굴은 창백했다. 그의 손에는 접힌 종이 한 장이 쥐어져 있었다.
"이걸 봐주십시오."
신우혁이 종이를 펼쳤다. 일본어로 빼곡히 적힌 문서였다. 정혁진도 어깨너머로 들여다보았다.
"학도병 징집 명단..."
신우혁의 목소리가 가라앉았다.
"70명이군."
"예, 처음 들었던 50명이 아니라 70명입니다. 그것도..."
산돌이가 침을 삼켰다.
"명단 맨 뒤를 보십시오."
신우혁의 눈이 명단 하단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멈췄다.
"이계민..."
이산갑의 아들. 학당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스물두 살의 청년.
"이것뿐만이 아닙니다."
산돌이가 또 다른 종이를 꺼냈다.
"야마자키가 다음 달에 학당을 폐쇄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이산갑 선생을 사상범으로 체포할 예정입니다."
"무슨!"
정혁진이 벌떡 일어섰다.
"무슨 죄목으로?"
"식물도감 출판입니다. 조선어로 된 책을 출판한 것이 문제가 된다는 겁니다. 그리고..."
산돌이의 목소리가 더욱 작아졌다.
"한도회 회원 명단도 파악하고 있습니다."
방 안이 얼어붙었다. 한도회. 겉으로는 학문과 향약을 연구하는 모임이지만, 실상은 항일 의식을 키우고 독립의 불씨를 지키는 비밀 조직이었다.
"명단이 새었단 말인가?"
신우혁의 목소리는 평온했지만, 그의 손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아직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헌병대에 밀고자가 있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
"모릅니다. 하지만 최근 한도회 회의에 참석했던 사람 중 하나일 겁니다."
정혁진이 주먹으로 상을 내리쳤다.
"개 같은 놈! 동족을 팔아먹다니!"
신우혁은 손을 들어 정혁진을 진정시켰다.
"진정하게. 지금은 감정을 앞세울 때가 아니야."
그는 다시 명단을 들여다보았다. 70명의 이름. 70개의 가족. 70개의 미래가 저 종이 위에 적혀 있었다.
"언제 징집하나?"
"다음 주 월요일입니다. 사흘 후죠."
"사흘..."
신우혁은 창밖을 바라보았다. 달이 구름 사이로 숨었다 나왔다 했다.
"형님, 결정하셔야 합니다."
정혁진의 목소리에는 간절함이 묻어났다.
"지금 아니면 기회가 없습니다. 70명이 끌려가면, 우리는 힘을 잃습니다. 이산갑 선생이 잡혀가면, 한도회는 무너집니다."
신우혁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의 눈빛에서 온화함이 사라지고, 얼음같이 차가운 결기가 서렸다.
"산돌이, 헌병대 당직 근무표를 구할 수 있겠나?"
"예, 가능합니다."
"야마자키의 일정은?"
"매일 저녁 9시에 집무실에서 보고를 받습니다. 그리고 10시쯤 헌병대 숙소로 돌아갑니다."
"경호는?"
"헌병 두 명이 항상 붙어 있습니다."
신우혁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정혁진, 한도회 핵심 인원을 소집하게. 내일 밤, 여기로."
"예, 형님."
"그리고 이산갑 선생께는 아직 말하지 마. 선생님은 마지막에 모셔야 해."
"알겠습니다."
신우혁은 다시 단도가 싸인 보자기를 바라보았다.
"14년이 걸렸군. 1929년 광주에서 총을 맞고... 14년 만에 다시 칼을 드는구나."
그의 오른쪽 다리가 또다시 욱신거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통증이 아니라, 오래 기다려온 복수의 열망이었다.
"형님들."
산돌이가 조용히 말했다.
"저도 함께하겠습니다."
신우혁이 산돌이를 바라보았다. 어린 청년의 눈에는 두려움도 있었지만, 그보다 더 큰 결의가 타오르고 있었다.
"목숨을 걸어야 하네."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이대로는 살 수 없습니다."
신우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내일 밤, 모두 여기 모이게. 그때 계획을 세우지."
세 사람은 마주 보았다. 촛불이 흔들렸다. 그 흔들리는 불빛 속에서, 거사의 씨앗이 싹트고 있었다.
밤은 깊어갔다. 진주관 아래층에서는 여전히 기생의 노랫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2층 그 방에서는, 조선의 운명을 바꿀 모의가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