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란 (291)

핏빛 맹세

by 이 범

핏빛 맹세
한도회의 소집
다음날 저녁, 진주관 2층에는 열두 명의 남자가 모였다. 모두 한도회의 핵심 회원들이었다. 신우혁은 그들을 하나하나 살폈다.
정혁진. 사십 대 초반의 유학자. 한도회의 실질적 운영자.
산돌이. 스물다섯의 청년. 헌병대 내부 정보원.
최득삼. 오십 대의 옛 의병. 1907년 정미의병에 참여했던 경험자.
박문수. 서른 대의 상인. 광주와 목포를 오가며 물자를 조달하는 역할.
그 외에도 농민, 교사, 상인, 심지어 면사무소 서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다. 겉으로는 평범한 조선인이지만, 속으로는 독립의 불씨를 품은 이들이었다.
"모두들 이유를 알고 계실 것입니다."
신우혁이 입을 열었다.
"우리가 오늘 밤 여기 모인 것은, 마지막 결단을 내리기 위해서입니다."
그는 어제 산돌이가 가져온 징집 명단을 펼쳐 보였다.
"사흘 후, 70명의 젊은이가 끌려갑니다. 이산갑 선생의 아들 이계민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회원들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리고 다음 달, 이산갑 선생이 체포될 예정입니다. 한도회도 조만간 적발될 것입니다."
방 안이 술렁였다.
"그렇다면..."
최득삼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가 먼저 치는 수밖에 없겠군요."
신우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우리에게는 선택지가 없습니다. 당하고 죽을 것인가, 아니면 싸우고 죽을 것인가."
"싸워도 어차피 죽는 것 아닙니까?"
젊은 교사 하나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아닙니다."
정혁진이 대답했다.
"일본은 지금 태평양 전쟁에서 패색이 짙습니다. 미국에게 밀리고 있습니다. 길어야 1, 2년 안에 전쟁은 끝날 것입니다."
"그렇다면 조금만 더 참으면 되지 않습니까?"
"참을 수 없습니다."
신우혁의 목소리가 단호했다.
"70명이 끌려가면, 우리는 힘을 잃습니다. 이산갑 선생이 잡혀가면, 한도회의 정신적 지주가 사라집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
"우리가 지금 싸우지 않으면, 해방이 와도 우리는 떳떳하지 못합니다. 우리 자식들에게 부끄럽습니다."
침묵이 흘렀다.
"그래서 무엇을 하자는 겁니까?"
박문수가 물었다.
신우혁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헌병대를 습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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