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란(308)

땅문서의 비밀

by 이 범

이산갑이 돌아온 지 일주일이 지났다. 얼굴의 상처는 아물어가고 있었지만, 그의 눈빛은 여전히 날카로웠다.
"여보,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있소."



저녁 식사를 마친 후, 이산갑은 아내 강지윤을 불렀다. 계민은 방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무슨 일인데 그러세요?"
강지윤이 물었다.
"계민이 이제 스물둘이오. 징집 명단에서는 벗어났지만, 언제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오. 우리가 살아 있을 때, 재산을 계민에게 넘겨야 하오."
강지윤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당신, 혹시..."
"아니오. 나는 괜찮소. 하지만 요즘 세상이 어떻소? 독립운동 했다고 잡혀가고, 조선인이라고 끌려가고... 우리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세상 아니오?"
강지윤은 남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당신 말이 맞아요. 하지만 재산을 넘기는 게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일본 놈들이 가만히 있겠어요?"
"그래서 조심스럽게 해야 하오. 천천히, 눈에 띄지 않게."
이산갑은 벽장을 열고 오래된 나무 상자를 꺼냈다. 그 안에는 토지문서, 가옥문서, 그리고 은행 통장이 들어 있었다.
"우리 집안은 대대로 이 땅을 지켜왔소. 할아버지 때부터 모은 재산이오. 이제 이것을 계민에게 물려줄 때가 됐소."
"계민이가 알까요? 우리한테 이만한 재산이 있다는 걸?"
"모를 거요. 일부러 말하지 않았으니까. 계민이는 착한 아이요. 돈에 눈이 먼 아이가 아니오. 그래서 더욱 안심하고 물려줄 수 있소."
부부는 밤늦도록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 날 아침, 이산갑은 계민을 불렀다.
"계민아, 아버지 심부름 좀 해주겠니?"
"네, 아부지. 무엇을 하면 되죠?"
"마을 이장님 댁에 가서 이 문서를 전해드려라. 그리고 도장을 받아오너라."
계민은 아버지가 건넨 봉투를 받아들었다.
"이게 뭔데요?"
"우리 집 뒤편 밭 문서야. 이장님이 증인이 되어주셔야 해서 말이다."
계민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곧 고개를 끄덕이고 집을 나섰다.
이산갑은 아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여보, 괜찮겠어요?"
강지윤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괜찮소. 이장님은 나를 믿는 분이오. 계민이 명의로 땅을 조금씩 옮기는 거요. 일본 놈들 눈에 띄지 않게."
한 시간 후, 계민이 돌아왔다.
"아부지, 이장님이 도장 찍어주셨어요. 그런데 이장님이 이상한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무슨 말씀?"
"'네 아버지가 너를 많이 생각하신다. 효도해라'라고 하셨어요."
이산갑은 빙그레 웃었다.
"이장님 말씀이 맞다. 아버지가 너를 생각하지 않으면 누가 너를 생각하겠니?"
그날부터 이산갑은 조금씩 땅 문서의 명의를 계민 이름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하지만 조심스럽게, 한 달에 한 필지씩만.
두 달이 지났다. 이산갑은 벌써 세 필지의 밭을 계민 명의로 바꿨다.
"여보, 생각보다 일이 잘 되고 있어요."
강지윤이 말했다.
"아직 멀었소. 우리한테는 스물다섯 필지가 있소. 이런 속도면 2년은 걸릴 거요."
"그래도 안전하게 하는 게 중요하죠."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어느 날 저녁, 면사무소 직원이 찾아왔다.
"이산갑 씨, 계시오?"
"네, 무슨 일이십니까?"
"최근에 토지 명의 변경을 여러 번 하셨던데, 이유가 뭡니까?"
이산갑의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아들한테 물려주려고 하는데요. 문제라도 있습니까?"
"아니, 문제는 없는데... 세금 문제가 있어서요. 명의 변경할 때마다 세금을 내야 합니다."
"얼마나 됩니까?"
"필지당 10원씩입니다."
이산갑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세금이라면 낼 수 있었다.
"알겠습니다. 내일 면사무소에 가서 내겠습니다."
직원이 돌아간 후, 강지윤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여보, 이거 괜찮은 거예요? 일본 놈들이 눈치챌 것 같아요."
"괜찮소. 세금만 내면 되니까. 오히려 세금을 내니까 더 안전할 거요."
하지만 이산갑의 예상은 빗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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