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사자
프롤로그: 전쟁의 그림자
기원전 3500년, 고대 메소포타미아
붉게 물든 하늘 아래, 두 도시국가 사이에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우르와 우루크, 한때 형제처럼 지냈던 두 도시는 이제 물과 땅을 두고 서로의 목숨을 노리고 있었다.
"더 세게! 적들을 밀어붙여라!" 우르의 왕 엔메바라게시가 외쳤다.
전장은 피와 비명으로 가득했다. 수천 명의 전사들이 쓰러졌고, 더 많은 이들이 죽어가고 있었다.
하늘 위, 구름 속에서 한 존재가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아눈나키 평의회의 일원인 아비마엘(Abimael)이었다.
"또 시작됐군." 아비마엘이 슬픈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인간들은 왜 끝없이 서로를 죽이는가..."
옆에 있던 동료 아눈나키 닌기슈지다가 냉소적으로 웃었다. "그것이 그들의 본성이기 때문이지. 우리가 그들에게 문명을 주었지만, 폭력성까지는 제거하지 못했어."
"아니다." 아비마엘이 고개를 저었다. "폭력은 본성이 아니라 학습된 것이다. 그들은 배울 수 있다. 평화를..."
"평화?" 닌기슈지다가 비웃었다. "그런 순진한 생각은 버려라, 아비마엘. 너는 너무 인간들에게 감정이입을 한다. 그것이 문제야."
아비마엘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다시 전장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곳에서 한 소년을 보았다.
만남
소년의 이름은 강엔두(Endu)였다. 그는 겨우 열두 살이었지만, 전쟁으로 부모를 잃고 홀로 전장을 헤매고 있었다.
"엄마... 아빠..." 강엔두는 울면서 시체들 사이를 걸었다. "어디 계세요..."
갑자기 화살이 날아왔다. 강엔두는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화살은 그의 다리를 스쳤지만, 그는 공포로 움직일 수 없었다.
"거기 적의 정찰병이다! 죽여라!" 한 전사가 소리쳤다.
강엔두는 눈을 감았다. 이것이 끝이구나...
하지만 죽음은 오지 않았다. 대신, 따뜻한 빛이 그를 감싸았다.
눈을 뜨자,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키가 크고 빛나는 존재가 그의 앞에 서 있었다. 아비마엘이었다.
"두려워하지 마라, 아이야." 아비마엘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당신은... 신인가요?" 강엔두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신은 아니다. 나는 다만... 친구일 뿐이다."
아비마엘은 손을 뻗어 강엔두의 다리를 치료했다. 상처가 순식간에 아물었다.
"이제 일어날 수 있겠느냐?"
강엔두는 놀라며 다리를 만졌다. "고맙습니다... 하지만 왜 저를 구해주셨나요?"
"왜?" 아비마엘이 미소 지었다. "그냥... 네가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가르침
아비마엘은 강엔두를 전장에서 멀리 떨어진 오아시스로 데려갔다. 그곳에는 전쟁을 피해 온 다른 난민들도 있었다.
"여기서 지내거라." 아비마엘이 말했다. "전쟁이 끝날 때까지."
"하지만..." 강엔두가 주먹을 쥐었다. "저는 복수해야 합니다. 우루크 사람들이 우리 부모님을 죽였어요!"
아비마엘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복수? 그것이 네 부모님을 되살릴 수 있느냐?"
"하지만... 그들은 벌을 받아야 해요!"
"벌?" 아비마엘이 무릎을 꿇고 강엔두와 눈높이를 맞췄다. "엔두야, 우루크 사람들도 너와 같은 이유로 싸우고 있다. 그들도 복수를 원한다. 그들도 사랑하는 이들을 잃었다."
"그래도..."
"복수는 복수를 낳고, 증오는 증오를 낳는다. 그 끝은 모두의 파멸이다."
강엔두는 고개를 숙였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그냥 참아야 하나요?"
"아니다." 아비마엘이 소년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용서해야 한다. 그리고 평화를 만들어야 한다."
"평화요?"
"그렇다. 진정한 평화는 복수로 오지 않는다. 이해와 용서로 온다."
다음 몇 달 동안, 아비마엘은 강엔두에게 많은 것을 가르쳤다. 문자, 수학, 별자리,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 평화의 의미를.
"평화는 단순히 전쟁이 없는 상태가 아니다." 아비마엘이 설명했다. "평화는 사람들이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고,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강엔두는 점점 변화했다. 증오에 가득 찬 소년은 희망을 품은 청년으로 자라났다.
시험
5년이 흘렀다. 강엔두는 이제 열일곱 살의 청년이 되었다. 우르와 우루크의 전쟁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양쪽 모두 지쳐있었다.
"이제 때가 되었다." 아비마엘이 말했다. "네가 배운 것을 실천할 때가."
"무슨 뜻인가요?" 강엔두가 물었다.
"두 도시 사이의 평화협상을 주선하거라. 네가 중재자가 되는 것이다."
"저요?" 강엔두는 놀랐다. "하지만 저는 그냥 평범한 사람일 뿐인데요..."
"네가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곧 알게 될 것이다." 아비마엘이 미소 지었다.
강엔두는 용기를 내어 우르의 왕을 찾아갔다. 하지만 왕궁의 문지기들이 그를 막았다.
"물러서라! 왕을 뵐 수 없다!"
"하지만 저는 평화의 제안을 가져왔습니다!" 강엔두가 외쳤다.
"평화?" 문지기가 비웃었다. "우루크 놈들과의 평화? 그들이 우리 동포들을 얼마나 죽였는데!"
바로 그때, 왕이 직접 나타났다. 엔메바라게시였다.
"평화라고?" 왕이 강엔두를 노려봤다. "너는 누구냐?"
"저는 강엔두라고 합니다. 5년 전, 전쟁에서 부모님을 잃었습니다."
왕의 표정이 조금 부드러워졌다. "그렇다면 너도 우루크를 증오하겠구나."
"한때는 그랬습니다." 강엔두가 솔직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이제는... 평화가 유일한 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평화..." 왕이 한숨을 쉬었다. "나도 원한다. 하지만 우루크가 먼저 공격했다. 어떻게 그들을 용서할 수 있겠느냐?"
"용서는 약함이 아닙니다." 강엔두가 말했다. "용서는 가장 강한 용기입니다."
왕은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내가 우루크의 왕에게 사절단을 보내겠다. 하지만 조건이 있다."
"무엇입니까?"
"네가 사절단의 대표가 되어라. 네가 평화를 원한다면, 네가 직접 이루어라."
평화를 향한 여정
강엔두는 소규모 사절단을 이끌고 우루크로 향했다. 여정은 위험했다. 양쪽의 군대가 여전히 곳곳에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조심하세요." 사절단의 일원인 노인 서기관 이남신(Inimshina)이 말했다. "우루크 사람들은 우리를 죽이려 할지도 모릅니다."
"그럴 수도 있습니다." 강엔두가 대답했다. "하지만 우리는 평화의 깃발을 들고 있습니다. 그들도 이해할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우루크의 국경에 도착했을 때, 그들은 화살 세례를 받았다.
"적이다! 쏴라!"
사절단은 당황했다. "우리는 평화를 위해 왔습니다!" 강엔두가 외쳤다. "쏘지 마십시오!"
하지만 화살은 멈추지 않았다. 이남신이 화살에 맞아 쓰러졌다.
"이 선생님!" 강엔두가 달려가 그를 부축했다.
"괜찮다... 엔두야..." 이남신이 피를 토하며 말했다. "계속 가거라... 평화를..."
바로 그때, 하늘에서 빛이 내려왔다. 아비마엘이 나타난 것이다.
"멈춰라!" 아비마엘의 목소리가 천둥처럼 울렸다.
우루크의 전사들은 공포에 질려 무기를 떨어뜨렸다. 그들 앞에 신이 나타난 것이다.
"이들은 평화의 사절이다." 아비마엘이 선언했다. "그들을 해치는 자는 하늘의 분노를 받을 것이다!"
아비마엘은 이남신을 치료하고 사라졌다. 우루크의 전사들은 떨며 강엔두 일행을 왕궁으로 안내했다